신하는 군주가 알고 자식은 아비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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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

2016. 3. 23.


신하는 군주가 알고 자식은 아비가 안다



춘추오패의 우두머리인 제나라 환공을 보필하던 관중이 늙어서 조정에 나가지 못하고 집에 쉬고 있자 환공이 몸소 찾아와서 말했습니다.

“혹시 그대에게 불행한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후임으로 누구에게 정치를 맡겨야 하겠소?”

“신은 이미 늙어 잘 모르겠습니다. 신하를 아는데는 군주만한 사람이 없고, 자식을 아는데는 그 아비만한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주군의 뜻대로 하시옵소서.”

“그러지 말고 그대의 의견을 말해 보시오. 어떻겠소, 그대의 친구인 포숙아(鮑叔牙)는?”

“글쎄올시다. 친구라는 것은 사정(私情)이고 정치는 공사(公事)입니다.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는 정치에는 맞지 않습니다. 사람됨이 너무 강직하고 오만하여 고삐 없는 말과 같습니다. 너무 강직하면 백성을 다스리는데 흉포하기 쉽고, 오만하면 민심을 잃게 됩니다. 그러므로 패자(覇者)를 보필하는데는 적임자가 못 됩니다.“

“음, 그렇다면 수작(竪勺)은 어떠한가?”

“예, 그 사람도 아니 됩니다. 사랑하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그런데 주군께서 여색을 좋아하시는 것을 알고 주군의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하여 스스로 궁(宮,남근을 잘라냄)하고서 궁궐에 들어온 자입니다.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자가 어찌 주군을 경애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위나라에 있는 공자, 방(方)은?”

“그도 안 됩니다. 주군께서는 지난 15년 동안 하루도 그를 잊지 못해 안타까워하셨습니다. 그런데 10일이면 찾아올 수 있는 거리인데도 한 번도 안부차 주군을 찾아 오지 않았습니다. 부모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이 어찌 백성을 소중히 생각하겠습니까?“

“어허.......... 그럼 역아(易牙)는 어떨까?”

“그도 역시 적임자가 못 됩니다. 주군께서 좋은 음식을 즐기신다고 하자, 자기 자식을 삶아 바친 사람이 아닙니까? 그는 자기 자식조차도 사랑하지 못한 자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좋단 말이오?”

“예, 역시 습붕이 좋을 듯합니다.”

환공은 관중의 말에 그 자리에서는 그렇게 하기로 수긍했으나 나중에 관중이 죽자 수작을 재상으로 임명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3년 뒤 환공이 수렵차 남쪽으로 간 사이에 수작이 반란을 일으켜 환공을 시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