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구하면 양분(養分)하고 짐승은 구하면 은혜를 베푼다

댓글 0

삶의 지혜

2016. 5. 11.


사람은 구하면 양분(養分)하고 짐승은 구하면 은혜를 베푼다



옛날 인도의 어떤 성에 살던 왕이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깊은 산속에 들어가 고행,수도하는 수도승이 되었습니다. 수도승이 된 왕이 하루는 큰 나무 가까이에서 책상다리를 한 채 부처님의 설범을 외우고 있었습니다.

산속에 사슴이 있다는 말을 듣고 산속을 헤매던 사냥꾼이 큰 나무를 발견하고 그쪽으로 다가갔습니다. 구멍이 뚫려 있는 큰 나무 밑에 사슴이 숨어 있을 법했기 때문입니다. 사냥꾼이 그 구멍 속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사냥꾼은 그만 구멍 밑으로 굴러 떨어졌습니다.

이때 밖에서 새 한 마리와 뱀 한 마리가 사냥꾼이 나무 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며 새는 열매가 있을 것이라고, 뱀은 겨울잠을 자다가 깨어난 개구리가 있을 것이라고 구멍 속으로 들어갔지만 아차 하는 사이에 밑으로 떨어져 버렸습니다.

구멍 속은 너무 어두워 알아오를 수도 없고 벽이 밋밋하여 붙잡을 곳도 없었습니다. 이젠 꼼짝없이 죽게 되었다는 생각디 들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사냥꾼과 새와 뱀이 이곳에 빠진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수도승이었습니다. 수도승은 그들을 구히기 위해 밧줄을 준비하여 아래로 내려보냈습니다.

"자, 여기 밧줄이 내려갑니다. 밧줄을 꼭 붙잡고 있으면 내가 잡아당기겠소."

사냥꾼과 새와 뱀은 지옥에서 부처님을 만난 것만큼이나 기뻤습니다. 이제는 어두운 굴 속엣 갇혀 죽는 줄 알았는데 구원의 밧줄이 내려온 것입니다. 뱀과 사냥꾼은 내려온 밧줄에 칭칭 몸을 감았고 새는 사냥꾼의 어깨 위에 앉아 밖으로 나올 수가 있었습니다.

"이롷게 구해주시다니 정말 고맙습니다. 만약 어느 때라도 저희집에 오시면 맛있는 음식으로 대접할 것이니 꼭 한 번 저희집에 들러주십시오."

사냥꾼이 너무나 간곡히 말을 하였기 때문에 수도승은 그러겠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뱀이 말했습니다.

"저의 이름은 장(長)이라고 합니다. 무슨 일이 있을 때 저를 불러주신다면 제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오! 정말 고맙다."

이번에는 새가 말했습니다.

"저의 이름은 발(鉢)이라고 합니다. 무슨 일이 있을 때 저를 불러주신다면 틀림없이 제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그래, 고맙구나."

얼마 후 수도승이 사냥꾼의 집 가까이 지나갈 때였습니다. 사냥꾼은 수도승이 오는 것을 보고 그의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저기 오는 것은 틀림없이 나를 구해준 수도승이야. 저 사람이 집에 오면 맛있는 음식을 대접한다고 약속했거든. 다 지나간 일인데 내가 왜 그런 약속을 했는지 모르겠어. 이 얼마나 귀찮은 일이야? 그러니 내가 얘길 하고 있는 동안 당신은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릴 내며 12시를 넘기도록 해요."

"왜 12시를 넘기라는 거예요?"

"수도승들은 12시가 넘으면 아무것도 먹지 않거든."

잠시 후 수도승이 집 안으로 들어오자 사냥꾼은 수도승을 매우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그렇지 않아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금 부엌에서 요리를 만들고 있으니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두 사람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부엌에서 들려왔으나 음식은 한 접시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이러는 중에 12시가 되었습니다. 수도승이 12시가 넘으면 식사를 하지 않는다며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러자 사냥꾼이 섭섮하다는 표정으로 수도승을 배웅하자 수도승이 구해주었던 새가 날아와서 말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맛있는 음식을 드셨어요?"

"아니다. 음식을 장만하느라고 12시를 넘겨 그냥 나왔지 뭐겠니?"

"그게 아니예요. 제가 조금 전에 사냥꾼 내외가 말하는 것을 엿들었어요. 음식을 장만하지 말고 12시까지 소리만 내라고 했다니까요. 자, 조금만 기다리세요. 제가 훌륭한 보석을 가져다 드릴께요."

발(鉢)이라 부르는 새는 이웃 나라 성에 들어가 낮잠을 자고 있는 왕비의 목에서 빛나는 진주목걸이를 슬쩍 물고 왔습니다. 이 보석은 하나밖에 없는 귀한 것이었으므로 그 나라의 임금님은 찾는 사람에게 황금 100냥을 주겠다며 전국에 방을 내걸었습니다.

나라 안의 백성들은 목걸이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보석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사냥꾼입니다. 그는 숲속에 사냥을 나왔다가 수도승의 목에서 빛나고 있는 진주목걸이를 보았던 것입니다. 사냥꾼은 이 사실을 고했고 수도승은 붙잡혔습니다.

"왕비의 보석을 어떻게 훔쳤는지 말하라. 그렇지 않으면 큰 벌을 내리겠다."

그러나 수도승은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임금님은 화가 나서 소리쳤습니다.

"어서 저 수도승을 끌어내어 목만 밖으로 내놓고 땅 속에 묻도록 해랴. 입을 열지 않으면 내일 아침에 처형하도록 해라!"

수도승은 머리만 밖으로 내놓은 채 땅 속에 묻혔습니다. 밤이 되자 온몸이 싸늘하게 식는 것만 같아 수도승은 무심결에 이렇게 탄식했습니다.

"아, 장(長)아, 내가 죽는다. 어디 있느냐 장아!"

멀리 숲속에 있던 장이는 뱀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랐습니다. 장은 수도승이 묻혀 있는 곳으로 급히 와서 그  까닭을 물었습니다. 자초지종을 듣고 난 장이 말했습니다.

"내일 아침에 성안에 난리가 날 거예요. 그러면 저쪽 나무 뒤에 있는 풀잎을 뜯어 사용을 하십시요."

다음 날 아침, 정말로 성안이 발칵 뒤집혔다. 임금님의 외아들인 태자가 간밤에 독사에게 물려 죽은 일이 생긴 것입니다. 임금님은 태자를 양지바른 곳에 묻으라는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수도승이 다급히 외쳤습니다.

"지금 태자는 죽은 것이 아니라 잠을 자고 있습니다. 제가 살려낼 테니 저를 이곳에서 꺼내주십시오."

임금님은 반신반의 하였지만 수도승을 믿어보기로 하고 그를 땅속에서 꺼냈습니다. 수도승은 장이 가르쳐준 풀잎으로 태자의 상처 부위를 문지러니 태자가 크게 하품을 하며 깨어났습니다. 임금님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임금님은 수도승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은 후 보석 훔친 죄를 면해 주고 수도승에게 많은 상금을 내렸습니다. 상금을 기대했던 사냥꾼은 갑자기 몰려 온 병사들에게 잡혀가 매를 맞고 감옥에 갇혔습니다.

도움을 받은 후 그 은혜를 잊어 버린다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득어망전(得漁忘筌) 입니다. 고기를 다 잡고나면 고기를 잡는데 필요했던 통발은 잊고 그냥 돌아간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은혜에 후하게 보답함을 비유하는 일반천금(一飯千金)이란 고사성어도 있습니다. 한신이 초왕에 봉하여진 뒤 고향 회음에 와서 자신에게 밥을 주었던 노파를 찾아 천금을 주고 촌장에게는 일백전의 돈을 주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입니다. 밥 한 술 정도의 작은 은덕을 받았어도 잊지 말고 후한 보답을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