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德)으로써 사랑을 행하면 그것이 왕도(王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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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묵상

2016. 7. 11.


덕(德)으로써 사랑을 행하면 그것이 왕도(王道)입니다



안덕수(安德壽)는 선조 때의 유명한 의사였습니다. 그도 늙고 병이 들자 사람들을 직접 치료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그는 병든 사람들을 진맥해 주고 처방해 주는 일만을 하였는데, 그의 진맥과 처방은 백에 하나도 틀리지 않아 어떠한 병이라도 고치지 못하는 것이 없었습니다.

세상에서 모두 일컫기를 명의(名醫) 양례수(梁禮壽)는 패도(覇道)를 써서라도 효험이 있기만을 바라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상하게 되지만, 안덕수(安德壽)는 왕도(王道)로써 병을 다스리므로 효험은 늦게 나타나지만 사람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한번은 어떤 사람이 괴질을 얻어 여러 달 고생하다가 안덕수(安德壽)를 찾아와 처방을 받고 병을 고쳤습니다. 그런데 그 병을 치료하고 나자 거듭 거듭 다른 병으로 옮겨가기를 다섯 번이나 하였습니다. 그때마다 안덕수(安德壽)가 처방을 제대로 하여 치료해 주어 그 환자는 다섯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이 소문을 듣고 칭찬하였습니다.

"과연 안덕수(安德壽)는 인술(仁術)의 왕도(王道)를 지키는 천하의 명의로다."

그러던 어느날 안덕수(安德壽)의 꿈에 어떤 사람이 나타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그 사람과 전생에 원한이 있어서 상제께 고하고 반드시 죽이려 하는데 당신이 다섯 번이나 처방을 하여 치료하였다. 내일 나는 그에게 여섯 번째 병을 주려 하니 만일 당신이 새 처방으로 또 고치려 한다면 마땅히 그 원수를 옮겨 당신을 해치겠다."

안덕수(安德壽)가 잠에서 깨어나 이상하게 생각하던 중에 그 환자의 가족이 찾아와 여섯 번째로 증상이 달라졌다며 처방을 묻는 것이었습니다. 안덕수(安德壽)는 자신이 병이 들었노라고 말하고 환자에게 가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그 환자는 죽고 말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조선 선조 때 문인이며 외교관인 어우당(於于堂) 유몽인(柳夢寅 1559 - 1623)이 지은 이야기 모음집인 어우야담(於于野談)에 실려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또 다른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는 패도적(覇道的) 삶이 있는가 하면, 그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비록 시간이 걸린다 하더라도 보다 온전한 방법을 통해 성취하려는 왕도적(王道的) 삶이 있기 마련입니다.

패도(覇道)란 인의(仁義)를 가볍게 여기고 무력이나 권모술수로써 공리(公利)만을 꾀하는 것을 말하고, 왕도(王道)란 덕(德)을 근본으로 천하를 다스리는 도리로서 유학(儒學)에서 이상으로 하는 정치사상입니다. 맹자(孟子)는 패도(覇道)와 왕도(王道)에 대해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以力假仁者覇 以德行仁者王(이력가인자패 이덕행인자왕)
힘(力)으로써 사랑을 가장하면 그것이 패(覇)이고, 덕(德)으로써 사랑을 행하면 그것이 왕(王)이다."

안덕수(安德壽)는 왕도(王道)를 행하는 천하의 명의로 알려졌지만 그조차도 자신의 목숨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사귀(詐鬼)의 간교(姦狡)에는 속아 환자를 위해 처방을 내리는 것을 포기하는 인간적인 허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왕도적(王道的) 삶이 어려운 것입니다. 그러나 왕도적(王道的) 삶의 길을 지향함으로써만이 인간다운 삶이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부산 다대포 해수욕장 갈대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