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망양 2011. 3. 1. 15:41

 

 

 

저의 증조부인 해산 이은춘 공은 구한말에 태어나 1966년 86세를 일기로 돌아가신 시골 선비입니다.

죽는 날 아침에 화장실에가서 속을 깨끗이 비우고는  오후에 간다고 하시면서

멀리 있는 아들딸들을 불러 모이게 한 후 발인 날짜와 묫자리 까지 알려주시고는

오후 늦게 좌탈입망하셨습니다.

 

할아버지가 거하시는 사랑채에는 가끔 탁발승들이 몇일씩 머물고 가는 일이 많았습니다.

유생과 스님이 밤을 새워가면서 인생과 우주를 논했던가 봅니다.

 

할아버지의 음덕으로 제가 정목 스님을 만났고 정토문 염불법을 만났다고 생각합니다.

정목 스님은 언젠가 종자론을 말씀하셨습니다.

할아버지라는 종자가 있었기에 오늘의 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3월 중순에 대한민국의 마지막 선비였던 증조부 해산 이은춘 공의 유고집이 나옵니다.

'해산우고'라는 유고집에 '나는 대한민국의 마지막 선비다’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이 책에는 풍류, 우정, 세상살이, 유교행사, 잔치, 죽음 등을 소재로 한 

주옥같은 한시 103수와 선비정신이 깃든 담담한 수필 9편이 실려 있습니다. 

마지막에 첨부한 만장록은 할아버지가 운명하던 날

제자들과 친지들이 남긴 이별의 만시 모음입니다.

 

증손자인 제가 어렵게 한글로 번역하여 세상에 내놓습니다만 부끄러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