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망양 2011. 3. 10. 08:19

 

 

 

선비였던 제 증조부님 해산 이은춘 공이 돌아가셨을 때 이웃 마을의 선비였던 화산 임재식 선생이 오셔서 이별의 만사를 지었습니다. 불과 50년 전 이땅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풍속이 있었습니다. 산 자들은 가는 자를 위하여 이별의 시 한 수 써서 만장을 만들어 상여 뒤에 따라 붙었습니다. 만장록에 아래 시가 있습니다. 

 

挽詞/下生 恩津 林在植


床頭哭者公知否 상두곡자공지부

號則華山姓則林 호즉화산성즉임

痛矣雪天哀淚弔 통의설천애루조

何鄕何處更相尋 하향하처갱상심


連床說話知何日 연상설화지하일

苦海存亡一夢中 고해존망일몽중

今日人間稱壽士 금일인간칭수사

明朝天上做仙翁 명조천상주선옹


自童至老結衿期 자동지로결금기

課讀詩書日月遲 과독시서일월지

今來永訣無可說 금래영결무가설

一盃之酒一篇詩 일배지주일편시


溫和氣質稟天眞 온화기질품천진

壽福兼全近九旬 수복겸전근구순

一片丹旌歸去後 일편단정귀거후

龜山寂寞巷無人 구산적막항무인


만사/하생 은진 임재식


님이여 상여 앞에 우는 사람 아느냐 모르느냐.

호는 화산이고 성은 임이로다.

원통하다 눈 오는데 슬픈 눈물 흘리노라.

어느 고을 어디에서 우리 서로 다시 볼까.


한 상에 마주 앉아 이야기한지 얼마던가.

고해에서 죽고 삶이 하룻밤 꿈이로다.

오늘은 사람들이 오래 산 선비라 부르지만

내일 아침 하늘로 가면 신선노인 될 것이라.


아이 때부터 늙어서까지 마음을 함께 맺어

글 읽고 시 쓴 날이 얼마나 많았던가.

오늘 영원한 이별 앞에 말을 잇지 못하노라.

한잔 술 부어놓고 시 한편 지어보네.


온화한 님의 기질 천진을 품었기에

명과 복이 온전하여 구십 가까이 살았도다.

한 조각 붉은 명정 떠나간 뒤에 보니

구산(해산의 고향)은 적막하고 거리에 사람 없네.


<나는 대한민국의 마지막 선비다>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