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년 11월 13일
어제 '제3세대형 CEO가 뜬다'(http://news.media.daum.net/foreign/others/200711/12/seoul/v18813099.html)는 기사를 보고 저는 어떤 유형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가 '거대한 비전'을 갖추고 있다거나 '재즈 6중주단 처럼 완벽한 조화를 이뤄낼'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팀?, 조직원 사이의 조화등을 중시하고, 따뜻한 감성을 가지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는 구태여 따진다면, 1,2세대형보다는 3세대형에 가까울 듯 합니다.
기사에서는 '3세대 CEO'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유형의 CEO가 1,2세대 CEO보다 특별히 더 나은 유형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최근의 경영 환경이 유독 이런 스타일의 경영자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정도로 해석해야겠죠. 그리고 기사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모든 회사가 이런 유형의 CEO를 필요로 하고 있지는 않을 겁니다. 이제 막 창업 단계및 고속 성장 단계에 있는 회사는 1세대형이 효율적일 것이고, 조직 안팎의 여러 문제가 쌓인 회사라면 2세대형이 필요할 수도 있죠. 또 아마 가장 이상적이기로는 1,2,3세대 CEO가 가진 덕목을 골고루 갖춘 인물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지금의 Daum은, 조직의 팀?을 잘 꾸려나가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초기 창업 시절 못지 않은 과감한 도전과 확장전략을 펼치는 1세대형 CEO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속하고 과감한 결단과,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CEO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11월 15일
며칠 전 Daum OB모임을 가졌습니다. 우리회사에서 근무하시다가 회사를 떠나신 분들 가운데 임원급으로 일하셨던 분들과 현직 본부장급이 함께 자리했습니다. 애초에는 Daum을 1년이상 다니셨던 분들을 모두 초청해서 좀 커다란 자리를 만들까 했다가, 시간도 촉박하고 관련 비용도 예산에 반영돼 있지 않아서 우선 전직 임원들과 함께 하는 자리를 만들고 전체 전직사원들이 모이는 행사는 내년중에 갖기로 했습니다.
2000년부터 2005년 사이에 Daum에서 일하셨던 분들 가운데 해외에 계시거나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흔쾌히 참석해 주셨습니다. CFO로 오랫동안 일하셨던 임방희님, 서비스위원장을 맡았던 정규철님, 영업을 책임지셨던 정용태님, 컨텐츠본부와 마케팅을 맡으셨던 이주현님, 검색을 맡으셨던 조영환님, 경영기획 분야의 이유상님, 다음쇼핑을 책임지셨던 이숙희님, 무선사업을 지휘하셨던 이치형님등 오랫만에 반가운 얼굴들이 모였습니다. Daum에서 일하던 시절 있었던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나누면서, '요즘 Daum'에 대해서도 좋은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구요. 마치 오랫만에 고등학교 동창을 만난 것처럼 옛이야기, 최근 근황, 그 시절 함께 했던 다른 직원들을 화제로 밤늦게까지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저도 몇차례 회사를 옮긴 경험이 있습니다. 쫓겨나듯이 떠나온 것은 아니고, 어쩌면 저 스스로 더 나은 조건이라고 생각되어서 옮긴 경우가 대부분인데도(당연히 전 직장에 대해서는 섭섭함보다는 미안함을 더 많이 느껴야 하는데도) 일단 회사를 한번 떠나고 나면 그 전 직장의 동료나 상사들과 다시 만나는 것이 아주 어색했습니다. 그 전 직장에 대해 고향이나 모교에서 느끼는 것과 비슷한 그런 향수와 애정이 남아 있으면서도 선뜻 다가서기 어려운 그런 묘한 생각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느낀다면, 자의가 아닌 다른 사정에 의해서 회사를 떠나야 했던 분들은 더 직장에 대해 섭섭함을 많이 느끼겠죠. 자의에서든, 타의에서든 일단 한번 몸담았던 직장을 떠난 뒤에 그 전직장과 '좋은 관계'를 갖는다는 것이 여간해서는 쉬운일 같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전 직장 동료들이야말로 정말 소중한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회사가 있을 수 있도록 기초를 만들고 키워오신 분들이 그분들이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 회사에 대해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큰 기업들이나 공무원, 금융기관등에서 전직사우 모임을 만들고 어떤 경우에는 이를 지원하는 것도 이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드러내고, 또 이분들의 경험을 잘 활용하자는 취지가 아닐까 합니다. 어차피 지금의 현직 사원들 모두 언젠가는 '전직 사우'가 될 터인데 회사가 전직사우들에게 잘 해준다면 현직 사원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기도 할 것이구요.
이런저런 계산할 것 없이, 일단 만나보니 정말 반가웠습니다. 대부분 모임 연락을 받고 기쁜 마음으로 오셨다더군요. 그리고 몇몇분들은 Daum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분야에서 일하고 계셔서 서로 좋은 'Win-Win모델'을 만들자는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내년에는 보다 많은 분들이 모이는 자리를 마련할까 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여러 곳으로 흩어져 일하시는 분들이 각기 안부를 주고받고, 또 현직 사원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그렇게 정겨운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11월20일
어제 첫눈 보셨어요? 저는 마케팅센터 직원들과 회식을 갖다가, 비가 진눈깨비로, 다시 진눈깨비가 흰눈으로 바뀌면서 소담스럽게 쏟아지는 광경을 보았답니다. 당시 얼큰하게 취한 때문이기도 했지만, 마치 어린이처럼 다른 직원들과 함께 소리지르며 뛰어놀았답니다. Daum의 마케팅센터에는 브랜드마케팅팀(광고,협찬등의 업무와 브랜드 관리 등을 담당하죠.)과 제휴마케팅팀(여러 업무 제휴등을 맡습니다.) 사회공헌팀(지구촌희망학교 세우기 등 사회공헌 관련업무부서입니다.) 기업커뮤니케이션팀(흔히 다른회사에서는 홍보팀이라고 부르는데, 저희는 이렇게 부른답니다.)이 소속돼 있는데, 어제는 기자분과 오래된 선약이 있었던 기업커뮤니케이션팀을 제외하고 모두 흥겨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직원들과의 회식을 좋아합니다. 가끔 술을 많이 마셔서 다음날이 좀 괴롭기는 하지만, 젊은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생각도 알 수 있고, 또 회사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서 좋습니다. 특히 어제 회식은 직원과 대표라는 거리를 떠나 인생 이야기, 회사의 미래 이야기, 최근에 읽은 책 이야기, 술 이야기, 제주도의 맛집 이야기로 시간 가는줄을 몰랐습니다. 저는 술을 짧은 시간에 많이 마시는 대신 오후 10시를 조금 넘기면 집으로 들어갑니다. 그래야 다음날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어제도 10시 조금 지나 술자리를 떴는데, 이야기에 취한 탓인지, 첫눈에 취한 탓인지 술을 평소 주량보다 많이 마셔서 오늘 아침이 조금 괴로웠습니다. 점심 시간에 회사 근처 해장국집으로 갔는데, '어제의 용사들'이 그곳에서 역시 속을 풀고 있더군요. 해장국값을 대신 내주고 "대표님 멋져요!" 소리도 들었답니다. ^^
오늘은 팀장님들과 홍대 부근에서 회식을 할 예정입니다. Daum에는 약 80여분의 팀장들이 계신데, 저는 한번에 3~4명씩 그룹을 지어 팀장회식을 합니다. 올해 1월3일부터 시작한 것인데 그동안 한차례 이상씩은 다 저녁 자리를 가져봤고, 이제 두번째로 만나는 분도 20여분이 넘어갑니다.
이렇게 팀장님들과만 만나면, 각 팀이 진행하고 있는 업무에 대해 좀 더 소상히 파악할 수 있고 팀장들의 고민이나 희망, 회사에 대한 요구사항도 잘 알 수 있어 좋습니다. 어제처럼 부서 단위의 회식도 좋지만, 팀장들끼리만 모이면 또 '팀장의 눈으로 본 회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답니다. 술만 마시는 회식을 피하기 위해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기도 하고, B-boy 공연을 보기도 했는데, 오늘은 홍대 근처 통기타 연주 클럽에 가서 젊은 감각의 문화를 만나고 오겠습니다.
(11월 20일까지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