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일 주교님과 함께 했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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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사람들

2020. 11. 19.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님이 1117일 성이시돌 삼위일체대성당에서 감사미사를 마지막으로 은퇴하셨다. 2002년 교구장직에 부임하셨으니, 무려 18년 동안 제주교구 신부 51명과 신자 81,411명 그리고 28개 본당과 9개 공소의 최고 목자이셨다.

 

이 정도 교세와 교회의 많은 자산 관리 책임자로 소위 장기집권하셨는데도, 낡은 가방 하나만 들고 은퇴 사제들이 함께 사는 현해관으로 들어가시는 - 세속에 물들지 않은 주교님의 뒷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우셨다.

 

지난 시간 강우일 주교님과 작은 인연들이 모여 함께 할 수 있었던 소중한 사연들을 떠 올려 보았다.

 

1. 제주경찰가톨릭신우회 창립

강우일 주교님과 만남은 2008년 제주경찰가톨릭신우회를 결성하고 주교님의 강정 평화운동에 동참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당시 강정해군기지 건설을 앞두고 제주경찰과 가톨릭교회의 긴장감이 조성되기 시작할 시기였는데, 현직 경찰간부와 가톨릭신자라는 상호 대립적인 신분을 가졌던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제주지방경찰청 산하 경찰관 가톨릭 신자 60여 명이 참여하는 신우회를 조직하였다.

 

이러한 경찰신우회에 대하여 보고를 받으신 주교님께서는 교회가 해야 할 선교를 경찰 신자들이 스스로 먼저 해 주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 주시면서 주교님과 작은 인연이 시작되었다.

 

2. 가톨릭교회의 강정해군기지 반대 활동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강정해군기지 반대 운동은 강우일 주교님이 앞장서고 한국 가톨릭교회 차원에서 참여하는 전국적인 이슈로 등장하면서, 강정 천막 미사와 주민과 활동가들이 공사 저지 그리고 경찰의 강경 대응에 따른 체포와 연행으로 하루하루가 전쟁터와 같은 분위기였다.

 

가장 심했던 날은 천주교 사제와 수도자 그리고 신학생까지 46명이 공사방해 현장에서 체포되어 서귀포경찰서로 연행되었다. 이에 따라 경찰신우회장이었던 내가 모든 책임을 지기로 하고 신병을 인수하였는데, 강정에서의 이러한 상황이 몇 년간 이어지면서 강정 현장에서 주교님을 만날 수 있었고 교구 사제들에게도 경찰신우회에 대하여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3. 하논성당 발굴 및 복원사업 추진

2010년 서귀포성당 11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하면서, 그동안 잊혀버렸던 하논성당터를 발굴하고 주교님이 참여하는 음악회와 가톨릭 미술전 등을 함께 하였다. 그 후 주교님은 하논성당순례길을 공식 순례길로 선포하였고 교회 사적지 복원에 대한 여러 가지 방안에 대하여 공감하게 되었다.

 

4. 순례길위원회와 6개 순례길 개장

하논성당순례길이 발판이 되어 제주교구에 순례길위원회가 구성되었으며 매년 1개씩 6개 순례길이 개장되었는데, 나는 순례길 위원으로 위촉되어 순례길 개장식 마다 주교님을 안내 해설하는 임무를 맡고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5. 대수천의 평화운동 일탈행위

2014년은 제주교회에서 주교님이 사목적 가르침이었던 교회의 평화운동에서 이탈하는 신자들이 발생한 안타까운 시기였다. 제주도내 일간지에 소위 대수천 제주지부의 명의로 주교님의 평화운동을 비난하는 신문광고를 게재하였다.

 

이에 나는 블로그 등 SNS를 통하여 강정해군기지 문제로 경찰인 나만큼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보낸 가톨릭 신자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면서 대수천의 일탈 행위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내외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주교님의 강정 평화운동에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참여하면서 현직 경찰로서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만약에 올 성탄절에 예수님이 제주에 오신다면 힘들고 어려운 강정 천막 미사에 오실 것인가, 아니면 아름답게 성탄트리가 장식된 성당 미사에 오실것 인가?

 

6. 하논분화구 생태환경 보전 활동

20144월 서귀포성당 사목 방문 시 하논분화구 호수개발과 반대 활동에 대한 보고를 받은 주교님께서는 하논분화구 호수개발은 서귀포의 생태환경과 생명 평화에 위배 되는 것이다고 호수개발 반대에 함께 참여하겠다고 격려해 주셨다. 이후 주교님이 직접 도지사에게 말하는 등 수시로 추진사항을 확인하면서 반대 여론을 확산시켜 현재 사업추진에 제동이 걸리게 되었다.

7. 생명 평화 순례 대행진 참여

2015년부터 매년 여름이 되면 주교님과 함께 강정에서 출발하는 생명 평화 대행진을 함께 걸었다. 경찰 정년퇴임 후 여러 제약이 사라지면서 현직 경찰일 때 집회 신고를 거부와 차량진행을 막던 입장에서 이제는 주교님의 평화운동에 적극 동참 할 수 있게 되었다.

 

8. 결혼이주자 나오미 모임 결성

2015년 서귀포성당에 제주교구에서는 처음으로 결혼이주자들의 신앙생활에 대한 어려움을 해소하고 함께 하기 위하여  나오미 모임을 결성하고 필리핀 등 결혼 이주 여성 20명을 참여시켰다. 주교님은 나오미라는 모임 이름까지 만들어 주시면서 기뻐하시고 교구 성모의 밤에 찬양팀으로 참여하도록 해 주셨다.

 

9.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모임 참석

2017년 제주교구에 생태환경위원회를 구성하였는데 우리 부부가 함께 위원으로 위촉되었다. 그 후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장이신 주교님을 모시고 전국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경주 탈핵 운동 강연, 서강대학교 예수회센터 환경대상 시상식, 대구 꾸르실료회관 심포지엄 등 여러 형태의 행사를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10. 제주교구청 사제와 수도자 및 직원 하논순례길 탐방 안내

2018년을 보내면서 주교님 두 분을 비롯한 제주교구청 식구들이 함께 하논순례길을 탐방하였는데, 하논성당터와 면형의 집에서 주교님의 숨겨진 일화를 공개하는 등 좋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다.

 

11. 생태환경위원회 지속가능 제주심포지엄

2019년 김기량성당에서 생태환경위원회 주관 심포지엄이 있었는데, 행사가 끝나고 생태환경위원들과 함께 간담회에서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하여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12. 대구교구청 타케신부 묘역 참배

2019년 주교님은 대구교구 성직자묘역을 방문하여 서귀포성당 제3대 신부이자 식물학자로 널리 알려진 타케신부 묘역을 함께 참배하였다. 이 교구장님 참배 사진을 내 블로그에 포스팅하였는데,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타케신부기념사업에 대하여 폄훼하면서 부화뇌동하였던 몇몇 신자들에게 경종을 울려주었던 것 같다.

 

13. 타케신부 관련 심포지엄 및 전시회

2019년을 보내면서 타케신부와 관련한 심포지엄과 전시회 등 여러 형태의 행사에 참여하면서 주교님과 함께 할 수 있었는데, 주교님께서는 "그동안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타케신부 기념사업을 잊지 않고 꾸준히 추진해 주었음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말씀이 있었다.

 

14. 퇴임 감사 미사 봉헌

202011월 17일 주교님 감사미사에서는 교구장 재임 동안 주교님께서 사목에 중점을 두었던 사안에 대한 신자들의 기도와 5개의 상징물이 봉헌되었다. 18년 재임기간 주교님의 주요 관심사는 1. 소공동체, 2. 생태환경 보전, 3. 생명 평화운동, 4. 이주사목(나오미), 5. 청소년 사목이었음을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이렇게 교구장 강우일 주교님 은퇴 감사미사에서 내가 생태환경 봉사자로 선정되어 신자들이 기도와 하논쌀을 봉헌할 수 있었음을 감사드리면서, 교구장 주교님과 헤어짐에 아쉬움을 달랬다.

 

15. 한베 평화운동의 시작

강우일 주교님은 서울에 있는 한베평화재단이사장이시다.

퇴임 감사미사 강론 중에 한국과 베트남 평화운동에 대하여 함께 참여해 줄 것을 바라는 말씀에 의하면 교구장직을 은퇴하신 후 평소 소망이었던 여러 형태의 생명 평화운동을 계속하겠다는 새로운 시작을 암시하셨다.

 

강우일 주교님이 영육간의 건강을 위하여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