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하논순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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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 여행길

2021. 1. 9.

서귀포 하논분화구에 눈이 내린 풍광을 만나기는 쉽지않다.

1년에 한 두번 눈이 내기기는 하는데 분화구의 특성상 쌓인 눈이 바로 녹아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해는 특이하게도 연3일간 제주에도 한파가 계속되고 있어 눈 내리는 하논순례길을 찾을 수 있었다.

 

하논순례길은 2010년에 산남지역 최초로 설립되었던 하논성당터를 발굴하면서 조성된 길이다.

이 길은 2013년 제주교구 공식 순례길로 선포되어 도내외 널리 알려지면서 연 5천여명이 순례자가 찾아오는 순례길로 정착되었다. 

 

이 하논순례길에서는 아름다운 하논분화구와 120년 종교사적지, 4.3잃어버린 마을과 솜반천, 흙담소나무와 면형의 집, 그리고 문화가 살아있는 이중섭거리를 만날 수 있다.

 

하논순례길이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여럿 있다.

첫째는 제주의 역사와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길이다.

 

이 길에서 500년이 넘는 제주 유일의 논농사 지역과 1900년 설립된 하논성당과 1901년 일어난 신축교안(이재수의 난), 19484.3사건 당시 불타버린 마을 등 제주의 서민들이 삶이 간직된 분화구를 볼 수 있다.

 

둘째는 하논분화구의 호수개발에 따른 생태환경 보전 관련 활동이다.

5만 년 전에 형성된 전국 유일의 마르형 하논분화구에 물을 담아 호수를 만들려는 개발 추진에 맞서 전국 각지에서 순례자들이 방문하고 있다.

 

그중에서 인천 가톨릭환경연대는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와 생태환경 보전 협약을 맺고 매년 3~4회 하논을 순례하고 있기도 하다.

 

셋째는 제주의 자연 가치를 빛낸 에밀 타케 신부를 만날 수 있는 길이다.

사제이자 식물학자인 타케 신부는 1902년 하논성당에 부임하였다가 본당을 홍로성당(면형의 집)으로 이전하였는데, 이때 걸었던 길을 타케신부순례길로 명명하여 제주를 위해 살았던 타케신부를 기념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 출신이었던 타케신부는 1901년 신축교안으로 500여명이 신자들이 희생당했던 하논성당 주임으로 부임하여 지역민들과 화합을 추구하면서 식물 채집을 통하여 제주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홍보해 주셨다. 

 

특히, 제주민의 삶을 위하여 최초로 일본에서 온주밀감을 도입하여 감귤산업의 기초를 다질 수 있도록 해 주신 것은 신부님이 13년 동안 살았던 홍로지역 주민들에 의하여 '감귤시원지 공적비'로 세워지기도 했다.

  

오늘 눈이 내리는 하논순례길을 걸으면서 120년 전 신축교안 당시 희생 당했던 무명 신자들을 기억한다.

 

올 해는 선교초기 제주 가톨릭교회의 불행한 역사였던 1901년 '신축교안' 120주년이다.

그래서 신축교안의 원인이 되었던 하논성당터에 화해의 상징물을 건립하겠다는 제주교구장 문창우 주교님의 말씀에 더욱 고무되면서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순례자들이 하논순례길을 방문해 주기를 기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