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효림 2018. 3. 19. 09:00

* 동시 세 편 - 문태준

 

가을

엄마는 나한테 가랑잎 같은 잔소리를 해요

그래도 나는 엄마에게 쪼그만 가랑잎이 되어요

엄마 무릎 아래

잠이 올 때까지 가랑잎처럼 뒹굴어요 *

 

시험 망친 날

운동장을

아무도 없는

심심한 운동장을

신발을 질질 끌며

혼자 갈 때

해바라기들도 오늘은

고개를 푹 숙이고

한 줄로

담장 아래를 걸어간다 *

 

얼마나 익었나

할머니는 막 딴 모과에 코를 대보고

아주 잘 익었다, 한다

 

할머니는 내 머리꼬지에 코를 대보고

아직 멀었다, 하곤 꿀밤을 먹인다

 

나는 시골 모과보다 못한가보다 *

 

* 문태준시집[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문학동네,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