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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현 2011. 4. 18. 18:57

 

< KAIST 교수.학생들 '도전정신 실종' 자성 목소리 >

"학생은 학점관리에, 교수는 단기성과에 급급했다"

(대전=연합뉴스) 정윤덕 기자 = 학생 4명의 잇따른 자살로 촉발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사태가 소강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교수와 학생 등 구성원들 사이에서 '도전정신 실종'을 개탄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KAIST 구성원들은 이 같은 교내 분위기가 학생들은 징벌적 수업료를 면하기 위해 학점 따는데 급급하고, 교수들은 영년직 심사 때문에 단기성과에 매달려야 하는 '서남표식 개혁 정책'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KAIST 교수는 18일 "강의가 끝나고 나면 학생들이 강의내용에 대해 추가질문 하는 것이 아니라 지각을 정상출석으로 고쳐줄 수 있느냐는 등 학점관리에 열을 올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징벌적 수업료가 학생들에게 창의적인 도전보다는 학점에만 목 매게 만드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교수도 학부시절 자신을 포함해 8명의 친구들이 1년동안 총 9차례 학사경고를 받았으나 이들이 지금은 대부분 국내외 대학교수나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음을 예로 들면서 "학점보다 더 중요한 꿈과 목표를 무시한 채 학점이 학생들의 미래를 예단하는 유일한 척도가 돼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6일 한 3학년 학생은 학생식당 앞에 붙인 대자보를 통해 "숫자 몇개가 사람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유일하고 절대적인 잣대가 됐고 우리는 진리를 찾아 듣고 싶은 강의를 선택하기보다는 그저 학점 잘 주는 강의를 찾고 있다"고 실상을 전하며 "진리의 전당은 이제 여기에 없다"고 지적했다.

   학내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열정이 가장 중요한데 열정을 깎아내리면서 경쟁만 유도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거나 "다른 사람을 이길 만한 실력을 갖는 것은 어디까지나 학습에 대한 열정의 부산물인데 서 총장이 도입한 제도들은 학생들이 스스로 즐거워서 열정을 갖고 공부하는 것을 막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교수들은 징벌적 수업료 등이 학생들을 학점에 매달리도록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인사평가가 자신들을 단기적 성과에만 급급하게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KAIST 출신의 한 교수는 "영년직(Tenure) 심사를 강화한다는 기본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내가 이 정도 노력으로 이 만큼의 성과를 냈는데 과연 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지'를 예측할 수 없고 객관적인 평가기준도 사실상 없다"며 "그러다보니 당장의 신분불안 때문에 단기적 성과를 내지는 못하지만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는 KAIST 정신이 실종됐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구성원도 "현실에 안주하면서 개혁을 거부해서는 안되고 발전을 위해 고통을 감내해야 하겠지만 세계적인 연구중심 대학을 표방하면서 창의성이나 도전정신을 위축시키는 정책을 펼치는 것은 잘못"이라며 "이번 기회에 KAIST가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를 구성원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에 부합하는 학교운영 개선방안이 도출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cob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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