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나의 이야기

민삿갓 2015. 4. 5. 08:27


성경의 이해 6 – 신약에 나타난 헬레니즘의 예(에베소서와 히브리서)


 

신약성서 27권이 전부 헬레니즘 시대에 쓰여진 것이므로 당연히 헬레니즘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나 특히 주목할만 한 성서의 구절들이 있기에 전 편에 이어 또 다른 예를 들어보고자 한다.


 1. 에베소서


에베소서는 비록 아직도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바울의 후대에 바울을 추종하는 바울학파 사람들에 의하여 쓰여졌다고 보는 견해가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바울이 직접 작성한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며, 이 서신이 골로새서와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학자들도 대부분 인정하고 있다.


 

왜냐하면 골로새서에 나오는 단어의 약 1/3이 에베소서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에베소서의 155절 중에서 73절이 골로새서와 병행구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두 서신이 쓰여진 시기가 비슷한 점을 보면 짧은 기간 내에 같은 어휘가 이렇게 많이 사용된 것을 보고 많은 학자들은 두 서신의 저자가 동일인물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단어의 동일 사용 빈도가 이렇게 높은 것만 보아도 헬레니즘 영향을 많이 받은 골로새서와 마찬가지로 에베소서도 그렇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에베소서를 통하여 골로새서에는 없는 놀라운 신학적 발전을 이룩하는데, 그것은 에베소서에 나타난 교회론과 그리스도의 비밀(3 4~6)”이다. 교회의 발전사나 신학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중요한 이 부분은 다음 기회에 언급하도록 하겠다.


 


  에베소서에 나타난 가장 헬레니즘적 요소는 골로새서와 마찬가지로 가정 규례 부분 (5 22~69)이다. 게다가이 구절 앞의 5 1~21절까지 언급하고 있는 도적적 권면과 교훈 부분에서도 악덕의 목록(5:3~7)을 부정적으로 언급하다가 미덕의 목록(5:8~20)을 긍정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악덕과 미덕의 목록은 가정 규례와 마찬가지로 헬레니즘적인 도덕 철학의 특징이다.


 가정 규례 부분은 전편에서 살펴 본 골로새서 3 18~4 6절에 나타난 것보다 훨씬 더 발전된 그리스도교화된 가정 규례라고 할 수 있다. 골로새서와 분문 내용을 보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듯이 골로새서에 없는, 골로새서에 부족한 듯한 윤리적 가정 규례를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권면하고 있다.


  특히 6 2절에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은 약속이 있는 첫 계명이니라고 언급하면서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는 구약의 십계명중 제5계명을 첫 계명을 삼았다. 여기서 첫 계명이란 으뜸가는 계명이라는 뜻이다. 부모에게 효도해야 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고대부터 강조된 사상인데 저자는 이에 더하여 약속이 있는을 첨가하여 그 다음 구절로 안내하면서 그 약속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다. “이로써 네가 잘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3)”


 

이 부분은 골로새서 3 20절의 자녀들아 모든 일에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는 주 안에서 기쁘게 하는 것이니라보다 확실하게 구체적으로 발전된 묘사이다. 다른 가정 규례 부분들도 마찬가지다 


 


2. 히브리서


저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 바울의 14번 째 서신으로 알려진 히브리서는 말 그대로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편지이다. 하지만 신약성서에서 히브리서는 형식상 전무후무한 것으로 편지 형식을 취한 하나의 설교로 이해되고 있다. 히브리서는 단지 맺음을 문안으로 끝내면서 편지 형식을 취했을 뿐 수신인조차도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히브리서 본문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문제가 유대교 제의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초대 교회에서 수신인을 히브리인에게라고 붙인 것으로, 원래의 수신인에 대해서는 본문 안에 언급된 곳이 없다. 초기의 유명한 교부 오리겐(Origen, A.D.185~254)조차 히브리서의 저자의 이름은 오직 하느님만이 안다는 말을 남겼을 정도이다.


 어쨌거나 A.D.96년 이전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는 히브리서에서 가장 헬라적인 부분을 든다면 9장이며 특별히 23~24절을 언급해야 한다. 본문을 보도록 하자.


 23)그러므로 하늘에 있는 것들의 모형은 이런 것들로써 정결하게 할 필요가 있었으나 하늘에 있는 그것들은 이런 것들보다 더 좋은 제물로 할지니라


24)그리스도께서는 참 것의 그림자인 손으로 만든 성소에 들어가지 아니하시고 바로 그 하늘에 들어가사 이제 우리를 위하여 하나님 앞에 나타나시고


 


위의 두 구절을 설명하기 전에 그 앞의 구절에 대하여 먼저 얘기하자면 9 1~5절은 땅 위의 성소를 묘사하고 있으며, 9 11절에는 더 크고 완전한 장막이 그리스도와 함께 언급되고 있다. 이후에 23~24절에 나타난 것처럼 하늘에 있는 것들하늘에 있는 것들의 모형이라는 본문 구절을 사용하였는데, 이것은 본래의 것들본래의 것의 모형인 손으로 만든 성소를 의미하는 것이다.


 

저자는 피상적인 사건에는 관심이 없고 구약의 성막은 언제나 그림자요 모형일 뿐이라고 선포하면서 영적인 실체에 큰 관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천막 성전에 대한 저자의 논의는 하늘의 실재(reality)와 그 실재에 대한 땅의 모형, 그리고 하늘의 본체(substance)와 땅의 그림자에 관한 것이다.


 

이미 헬레니즘 철학에 익숙한 독자는 눈치를 챘겠지만 본체와 그림자, 실체와 그 실체의 모형이라는 참과 거짓의 이분법적 구조는 플라톤에게서 유래된 것이며, 특히 1세기의 헬라화된 유대인 철학자 알렉산드리아의 필로(Philo, B.C.30년 경~A.D.45년 추정)의 독특한 특징이기도 한 철저한 헬라사상이다.  필로는 이러한 플라톤 사상을 기본으로 그리스 철학과 유대신앙(구약)을 결합하려는 시도를 하였던 철학자로 신학 사상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또한 11장에서도 저자는 믿음에 대한 정의를 선포하면서 보이지 않는 증거로서의 믿음을 현상(appearance)과 실재(reality)라는 헬라적 이분법적 구조로 설명하고 있다.


 

바울의 사후 바울의 뒤를 이어 사역에 동참한 이들(제자들, 추종자들)의 그리스도교 전파에는 헬레니즘적 종교와 철학의 문헌 자료들을 사용하는 것이 증가한 것이 특징인데, 이 시기의 이들의 중요한 주제는 화해였다. 그들은 헬레니즘적 사상을 이용하여 에베소서에 나타난 것처럼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 유대인과 이방인의 일치를 주장하는가 하면, 교회를 지역적 가정적 공동체에서 우주적 공교회화 하여 주 예수의 이름을 부르는 자들의 광범위한 운동으로 발전시켰던 것이다.


 


우리가 그리스도교회를 대문자 C로 표기하여 Church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 에베소서의 우주적 교회 개념에 근거한 것으로, 굳이 교회사를 특별히 공부하지 않더라도 신약성서 공부를 통하여 바울의 지역적 가정적 교회가 어떻게 이론적 사상적으로 무장을 하여 미래를 위한 우주적 공교회가 되어가는 지를 살펴보는 것도 신약을 공부하는 또 다른 흥미거리이다. 당시의 그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역동적이고 믿음 가득한 열정으로 이러한 발전을 이룩하였다는 것 자체가 주님의 인도하심과 성령이 함께 하심이 아니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오늘은 부활절이다. 전통 신학자는 물론 아니며 믿음도 부족한 나의 글을 읽는 모든 독자분들에게 아버지 하나님과 주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평강과 믿음을 겸한 사랑이 함께하시기를 간절히 간구해 본다.




1) 6계명이 스토아학파보다 늦게 나온 것도 아닌데, 신약 속의 도덕주의를 스토이즘의 영향이라고 주장하는건 별로 논리적이지 않음.
도덕주의라고 표현하고 있는 신약 속의 사랑과 희생정신은 죄인을 구원하기 위해 신의 아들이 번죄물로 희생되었다는 구속사의 연장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음.

2) (위의 도덕주의가 스토아 전유물이 아닌 것과 같이) 이원론적 세계관도 인류의 보편적 사유 방식으로 보는 것이 타당함.
중국의 음양사상, 배화교의 선과 악의 대립,인도 베다에서 실체와 허상의 대립 등이 그 예임. 따라서 신약 속의 이원론적 사유체계가 플라톤에서 유래되었다는 주장은 좀 더 직접적인 근거를 필요로 함

3) 따라서 신약 속의 헬레니즘의 영향이 무엇이었는지 규명하는 문제는, 초기 교회 시대 정경 채택 과정에서 헬레니즘 색채가 강한 외경을 제외하는 과정에서 찾아보는 것이 더 현명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