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마당

한사정덕수 2008. 9. 28. 22:10

빛을 알려면 태양 앞에 서고, 맛을 이야기 하려면 먼저 입을 헹궈라.

 

구리!

생물 중 개구리처럼 어리석음을 대변한 대변자가 또 있을까?

‘우물 안 개구리’니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와 같은 말로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질타하는 생물도 없다. ‘개구리 뛸 방향’과 같이 종잡을 수없는 난분분한 행동을 지적하기도 한다. 개구리의 모양을 보면 사람의 인체와 비슷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아마 그런 까닭에 좀 부족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곧잘 개구리로 비유를 하는 모양이다.

 

왜 우리는 그런 방식으로 우둔한 사람들을 에둘러 은근히 나무랐을까. 도덕적 규범에 얽매인 상황에서 직설적으로 욕을 할 수 없던 이들의 비탄조의 탄식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더불어 우리의 천연 빛깔을 지닌 감으로 늘 자연스러운 품성을 담은 옷을 입던 이들의 은근하고 부드러운 질타였을 수도 있겠고.

음악을 든거나 연주를 하거나 해석을 하는 입장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듯 해석자의 몫은 실로 크다. 음악에서 크레센도냐 스포르잔토냐는 해석자의 마음 먹기에 따라 잘라질까? 그렇지는 않다. 그건 창작을 한 사람의 명령이고 지시다. 그걸 제대로 해석을 할 안목이 없이 곡을 읽어서야 제대로 된 연주는 불가능하다.

 

 

패션의 본고장에서는 이제껏 자신들이 가장 우수한 디자인과 감각, 패션의 근간이랄 수 있는 원단들에 대해 우월감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도 점차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고 동양의 오방색이 지닌 온화함과 가장 자연적인 따듯함 같은 미적 감각에 눈을 돌리고 있다.

황토와 밤나무, 홍화, 치자, 소나무껍질, 도토리껍질이나 쪽 등 식물이나 꽃, 나무껍질을 가리지 않고 색을 얻어내는 신묘한 재주를 지닌 민족이다. 더구나 소금이나 백반, 콩깍지를 태운 재나 가지를 태운 재 등 색을 안정되게 고착시키는 매염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어느 것 하나도 자연의 소산 아닌 걸 사용하지 않고도 기막히게 고운 세상의 빛을 발현시켰다.

 

 

나 좋아하느냐?

나만 보아야 한다고 매달리는 경박스러움이 아닌 은근한 눈빛이 담긴 자연의 색이 질리지 않는다.

 

경쾌한 리듬을 탈 듯 싶다가도 차분히 안정된 곡조로 흐를 줄 아는 절묘한 흐름을 지닌 자연의 연주가 그대로 담긴 천연의 염색을 우리는 한다.

 

 

옷을 입거나 신발을 하나 신어도 그런 기품을 지닐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내면적 완성이 된 어진 이의 모습이다.

 

아주 작은, 그래 미세한 떨림과 같은 파동을 저절로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울리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옷을 짓는다는 말은 우리 민족만의 특성이 잘 드러난 말이다.

낡아 헤진 곳은 깁고, 터진 곳은 꼬맨다. 감도 자른다 하지않고 마름질을 한다고 했다. 짓는다는 말은 글을 쓰는 일에도 글을 짓는다 하거나 시를 짓는다 했으며, 집도 세우는 게 아닌 지었다. 밥도 지으니 무언가를 하나의 완성으로 나가는 동기는 지음이었다.

지음이 곧 업(業)이니, 어머니 등에 엎히는 일도 일종의 어머니께 업을 짓는 일이었다. 맺고 풀어야 할 근원의 말들이다.

 

옷을 짓고 남은 자투리 한 조각도 허수히 여기지 않고 아껴 되살려 사용하는 지혜로움과 겸양의 덕을 담은 게 조각보다.

잇고 공굴려 이루어 낸 결과물은 보는 이의 마음으로 곧장 숙연하게 만드는 힘이 담겼다.

 

 

바늘을 꽂던 바늘쌈 하나도 그대로 예술적 작품이 된다.

베개닛이며 이불의 홑청 하나도 허수히 여기지 않던 정성을 되살려 내는 이들을 만나면 절로 그들에게서 덕과 예를 배운다. 저절로 몸이 낮추어 지는 것이다.

 

어머니 보다 더 큰 스승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는가.

 

어머니 보다 더 위대한 종교와 신앙이 또 어디 있겠는가.

 

 

몇 닢의 동전을 담거나, 한 끼의 밥을 담거나 담아 내는 용기의 모습에 따라 감동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첫사랑과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면서 저리기만 하던 가슴앓이 같은 맛!

산초장아찌의 맛은 바로 그런 알싸한 첫사랑의 맛이다.’

 

봉화 송이를 찾아 간 배우 윤문식 선생의 입에서 봉화송이를 맛 보며 이 말을 하는 걸 오늘 봤다. 송이의 맛을 이야기 하며 ‘첫사랑의 맛’이야기 하다니 놀랍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해 본다. 방송작가가 송이에 대한 자료를 검색하면서 내가 쓴 양양의 송이버섯과 바로 같은 카테고리에 있던 산초장아찌 이야기를 모두 읽고 그대로 인용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차마 송이버섯덮밥은 남대천 물결을 거슬로 모천으로 회귀하는 연어들의 회귀본능처럼 양양을 한 번 경험 한 이들을 또 다시 양양으로 불러들이는 향수가 넘실거리는 맛이다.’라는 양양의 송이버섯에 대한 이야기는 그대로 생태적인 환경 자체가 너무도 다른 봉화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보니 ‘첫사랑의 맛’이 떠 올려진다는 내용을 억지로 끼워맞춘 건 아닌가 싶다.

 

담는 그릇에 무얼 담더라도 주인의 허락을 받지 않은 물건을 담으면 죄가 된다.

배우 윤문식 이라는 걸출한 이가 이 말을 하는 모습은 잘 맞았다. 아니 절묘하게 담긴 모습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구성과 진행과정을 보며 의도적으로 끼워맞춘 느낌을 버릴 수 없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언어에 대한 이해가 없이 그저 ‘맛있다’는 말이나 ‘죽여줘요’라는 말로 최고한 맛에 찬탄을 하는 걸로 생각하는 내용들이 늘 마치 대단한 식도락가들이라도 되는양 거만스럽게 나서는 세상을 보면 개탄스럽다. 한글이라는 좋은 재료를 지닌 민족이 고작 그 정도의 언어로 문화를 선도하는 거 처럼 꼴값을 떠는 걸 보며, 꼴의 값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을 하게 된다.

 

타인이 사용한 언어나 말은 그대로 우려 먹으면서 그게 마치 잘 곤 사골국물이라도 되는 줄 아는 걸 보며 살다보니, 늘 쓰는 글이 방향이 갈팡질팡 길을 잃고 어수선하다. 와인 한 잔 마실 줄 모르면 문화인이 아닌 줄 알고, 녹차 한 잔 마시지 않으면 그 문화엔 문외한으로 몰아세운다.

 

 

자투리 한 조각을 잇고 깁더라도 분명히 질서가 있다.

최소한 ‘첫사랑의 맛’을 이해하려면 왜 거기에 첫사랑의 맛이 사용되었는지에 대한 더 깊은 고뇌가 있었어야 한다.

 

차라리 윤문식이라는 걸출한 배우의 에드립으로 ‘우리 마누라 알면 오늘 죽겠지만 옛날 사춘기 시절 �아다녔던 그 여자아이를 생각나게 하는 맛을 이 봉화송이에서 느껴’했다면 참 잘했어요 라고는 해 줄 수 있다.

대비와 배치의 절묘한 감각을 바로 이 작은 한 장의 조각보에서 찾듯 말이다.

 

 

영동권에서 활동을 하는 블로거 온누리님과 함께 양양의 송이축제 현장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목에 아침에 보아 두었던 억새를 보자 차를 세우고 내렸다.

 

역광의 조건에서 오후 5시 대청봉에 두어뼘 위에 얹힌 태양을 과감하게 마주하여 은빛으로 반짝이는 억새에 포커스를 맞췄다.

 

ISO : 100, F : 11, S : 1/250, 촬영시각 : 08. 9. 27. 17. 07

 

선과 악, 음과 양이 공존하듯 대비 된 포커스 속의 억새가 세상의 명암처럼 도드라진다.

그런데 이 사진을 흑백이 아닌 컬러 사진이라면 믿을까?

우리 눈은 과연 얼마나 진실을 정확하게 볼 줄 알까?

 

촬영협조 : 양양 천연염색연구회 (033)673-0968/011-9940-6520


세계 최고의 연어가죽을 개발하는 국내 기업 엔바이오테크의 연어 이야기와 양양의 송이축제 이야기

 

명품을 꿈꾸는 연어의 고향 ‘남대천’ 연어가죽 이야기◁링크 클릭

 

다소곳하며 온화한 ‘모시조각보’ 같은 양양송이축제 개막◁링크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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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미가 물씬풍기고...
우리것에 대한 멋이 있는것같아요!!

덕수님 덕분에 오늘도 많은걸 보고느끼네요
좋은저녁시간 되세요...
네, 상아님 언제 아이들 데리고 한 번 체험을 해 보세요.
분명 새로운 감동과 일을 찾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상아님도 편하고 좋은 하루 마감이 되시길~
곱기도 해라..
저는 아직도 천연염색을 한 천만 보면 환장하는데..
너무 아름다워요..
사진 촬영을 하려고 가지고 나갔던 흰색의 원단들이 제법 있었지요.
그걸 몇 가지는 염색을 해 사용하라고 주고, 한 장은 염색을 한 뒤 되돌려 받기로 했습니다.
어떤 색을 염색을 해 주려는지는 모르지만 기대됩니다.
6y 정도 되니 몇 종의 옷도 만들 수 있겠지요.
아이들 옷을 짓거나 제 셔트를 한 장 만들거나^^
덕수님의 글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나라 전통이 오롯이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천연염색 저도 해봤는데 집사람이 별로 내켜하지 않더군요. 잘봤습니다. 즐거운 밤 되세요.
세미예님을 보고 전 여성분으로 얼마전까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불현듯 집사람이란 표현을 보고야 아니란 걸 알았지요.
천연염색을 하는 건 내키지 않으셔도 그 감으로 만든 옷을 입는 건 도 다른 이야기지요.
방문 감사합니다.
곱기도 하여라`~
가을인지라 목에 하나쯤 나폴거리게 하고 싶네요.


**

마지막 억새 사진..
기가 막힙니더..
그러길래..
한사님두 서글픈 사진작가 저리가라 호령 하시죠..
제가 보기엔 다른 작품들도 다 멋있지만요
이 억새작품은 뭔가 느낌부터가 다르네요.

온누리님이랑 쇠주 마시고 촬영하믄 저렇게 됩니다. ^^

뭐 원한다면 하나 만들어 줄 수도 있고만요.
오기만 한다면 말이지요. ^^
위 사진에 있는 천들을 모아 스카프를 하고 다녀도 멋질 것 같다는 생각입니ㅏㄷ.
^^
스카프 멋지죠.
더구나 실크의 달콤한 몽환적 촉감이 좋고요.
자연에 충실한 빗이 어느 옷이나 악세사리와도 잘 어울리겠지요.
연어가죽으로 만든 구두와 핸드백을 보면 절로 탄복할 겁니다.
이런 멋은 한사 정덕수님 블로그에 와야만 볼 수 있는 귀한 글입니다.
그래서 늘 잘 읽고 있답니다.
피앙새님 과찬이십니다.
정말 대단한 이들이 의외로 많은 곳이 블로그입니다.
문화, 사진, 예술, 창작, 음악, 스포츠, 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많더군요.
멋집니다
함께 보았는데도 이렇게 다른 글이^^
역시 시인님이시라 다르십니다
편안한 시간 되세요
두분글 다..즐겁게 보았답니다 !!
언제 보아도 멋진 우리나라 천연 염색 비단,모시...감탄이지요.
근데, 저는 제목만보고..먹는 기사줄 알고 ㅋㅋ
뭐눈엔 뭐만 보요 ㅠㅠ,
한사님, 글제목이 너무 심오해요~ 휴~ !!
온누리님과 함께 잠시 둘러보았지요.
저야 연어가죽으로 제작한 가방과 지갑 같은 걸 촬영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나중에야 천연염색을 낸 곳을 지나치며 몇 장 남긴 것입니다.

유진님, 역시 먹는 거 좋아하시나보다^^
색들이 은은하니 고와요...
이번주도 즐거운 한주 보내세요
네, 왕비님도 즐거운 한 주 되시길.

우리의 천연염색은 질리지 않는 은은한 기품이 흐르지요.
참, 곱습니다.
그리고 글씀에 반성도 해봅니다.
생각나는 대로 멋대로 그때 그때 휘갈기는 우리글, 아니 내글..깊이 반성합니다.
길손님 안녕하세요.
별 말슴 다하세요.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이런 우리의 소중한 것들을 되살려 내는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