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마당

한사정덕수 2009. 1. 30. 04:25

 

예정에도 없었고 아무 의미나 감정이 없이 발생되어지는 일들처럼······

 

 

편에서 계속-(◁처음부터 읽기 클릭)

 

“이 길은 정말 처음이군요? 오면서 길가로 보이던 불빛이나 강 건너 불빛 모두 카페와 식당들입니다. 정말 저 집들이 다 장사가 되나싶게 많아요. 아마도 이곳 양평군 일대에만 천개도 훨씬 넘는 카페들이 있을 겁니다.”

“그래도 다 유지하니 있겠죠?”

“대부분 사람들이 ‘도대체 저곳엔 어떤 사람들이 저렇게 다닐까?’라는 질문을 한답니다.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찾는데 여자들이 우선 많아요. 같은 아파트에서 오는 경우도 있고, 어쩌다 만나게 된 친구와 오는 사람, 혼자 바람 쐬러 나온 사람 등 오전부터 사람들이 드는데, 주인들이 하는 말이 있어요.”

“뭔데요?”

“‘매상 올려주는 것들은 남의 것 데려오는 작자들’ 이라고 해요.”

“남의 것 요?”

“부부나 친구, 평범한 연인이 아닌 불륜커플들을 그렇게 표현하더군요.”

 

여자는 알았다는 듯 가볍게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담배 한 개비를 달라고 하였다. 더 이상의 대꾸는 필요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불을 붙여 내밀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가끔 자신과 연관이 없는 타인들의 이야기를 이렇게 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난 그걸 경멸하는 편이지만 지금은 그런 대화로라도 어색함 비슷한 이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더 이상 둘 다 어떤 대화도 없이 홍천을 지나고 구성포가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다음부터는 아마 잠시 졸았던 거 같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여자는 긴장을 하였는지 손등에 힘줄이 드러날 정도로 힘을 잔뜩 주고 운전을 하고 있었다. 걱정이 되어 차를 갓길에 세우게 하고 내가 운전을 하겠다고 하자, 이번엔 자신이 이 길을 한 번 가 보겠다고 한다. 이미 들판이며 산들을 윤곽만 알아볼 수 있기에 그러라고 하였다. 그런데 차는 한계령 방향이 아닌 구룡령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는 게 아닌가. 아마 여자는 홍천과 양양으로 이정표가 나뉘는 걸 보고 양양은 홍천과는 다른 길로 가야 한다고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차를 유턴하게 해 다시 구성포로 나왔다.


청정조각공원에는 관광버스와 승용차들이 제법 주차하고 있기에 잠시 들렸다 가자는 여자의 말에 더 가다가 한계령에서 쉬자고 하여 그렇게 하자는 여자의 대답을 듣곤, 내심 그곳에 들렸을 때 여자가 황당해 할텐데 잘 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눈이 오려는지 하늘은 낮게 내려앉아있고 가끔 ‘체인’이라는 간판을 단 차들이 눈에 띄었다.

“차에 체인 있나요?”

“없어요. 그게 필요한가요?”

“그럴 거 같은데요. 스노우타이어도 아니겠지요?”

“아닌데요. 그럼 어떻게 하나요?”

“뭐 눈이 내려면 체인 파는 사람들이 차가 움직이지 못할 곳엔 어김없이 나타나지만 미리 하나 준비해 두는 게 좋겠군요. 가다 카센터 있으면 하나 삽시다.”

인제를 지나 리빙스턴교 근방에 와서야 체인을 취급하는 카센터가 보였다. 체인을 사며 커피 한 잔 할 수 있느냐고 묻자 자판기를 손으로 가르쳐 준다. 커피 두 잔을 뽑아 밖에서 마시기에는 강바람이 몹시도 차가워 차로 들어왔다. 체인을 차 뒷자리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고 출발하였다.
아무 말 없이 가끔 커피 잔을 집어 홀짝거리던 여자가 걱정스럽다는 듯 물었다.

“난, 체인 낄 줄 모르는데… 아세요?”

“체인 낀다고 안 하고, 체인 친다고 하던데요. 가끔 강원도 오면서 쳐 봤어요. 걱정 안 해도 됩니다.”

한계령을 올라올 때까지 눈은 내리지 않았는데 바람소리와 낮게 깔린 구름 때문에 여자는 주변을 신경을 쓰지 않아 그나마 쉽게 운전을 했다. 한계령휴게소 앞에도 체인을 파는 차들이 몇 대 보였다. 휴게소는 다행히 영업을 하고 있었다. 여자에게 코트를 걸치고 나가라고 하곤 나도 옷을 걸쳤다.
바람은 걷기도 힘이 부칠 정도로 몹시 사나웠다. 여자의 팔을 잡고 휴게소까지 걸어가는데 찬바람에 눈물이 나왔다. 식당 방향으로 난 문은 걸어놓았기에 난로 옆에 여자를 서있으라 하고 원두 두 잔을 샀다.

“여기에서 오색이랑 동해바다가 보이는데 오늘은 흐려서 보이지 않네요.”

“그래요? 언제 날 좋을 때 다시 와 봐야겠네요.”

“오던 길에 길옆에 눈 쌓인 거 보셨지요. 여긴 눈이 내려도 제설작업을 금방 해서, 길이 끊어지지는 않는데 대신 체인을 치지 않으면 넘기 힘들어요.”

“제설작업을 했는데 왜 체인을 또 쳐야 하나요?”

“아~ 그건 정확한거는 아니지만 추측하기엔 눈을 치우기는 하지만 바닥을 완전히 드러나게 제설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 2cm는 남기고 제설을 하는데 그건 아마 제 생각인데 도로의 아스콘포장을 보호하기도 하고, 차선을 깎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하여 같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전 그게 체인을 판매하는 사람들과 제설작업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 어떤 거래가 있어서 그렇게 하나 했어요.”

“그런 일은 없을 것 같군요.”

말은 그렇게 하였지만 도무지 이 세상에서 발생하는 부조리들을 보면 그것도 확신할 수 없는 입장이다. 몇 개의 체인을 더 팔기 위하여 또, 몇 푼의 당장 눈앞의 돈에 눈이 멀어 그런 일을 저지를 수도 있는 노릇이 아닌가. 하지만 그렇게까지 구차스럽게 서로가 먹이사슬로 얽어놓을 사람들이라면 무슨 짓인들 하지 못할까 싶었고, 최소한 이들은 그런 식으로 이 길을 통행하는 이들을 이용하여 돈을 버는 일에만 급급하지는 않으리라 믿을 수밖에는 없다.

커피 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며 여자는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평소 내가 느끼던 여자와는 전혀 딴판인 모습이었고 어떤 일인지 모르지만 고민이 있어 보였다.

 

여자는 나이가 서른이 막 되어간다고 했다.

그 또래의 여자들이 다 그렇겠지만 여자도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다 헤어졌다고 했다.

여자가 사귀던 남자가 늘 랭보의 시나, 철학서적 등을 보았다고 했다. 여자가 들고 다니는 책은 어쩌면 그 사람을 못 잊어, 그가 보던 종류의 책에서 위안을 얻고자 하는 행동인 거 같았다. 자신의 주관이 없는 여자 같다는 생각을 하며, 늘 여자에 대한 신뢰감이 없이 그저 술 한 잔 생각날 때 전화를 해주는 게 고마워서 만났던 것 같다. 어느 정도는 여자의 그런 행동도 이해가 되기는 한다. 그나마 극단적 사고방식의 소유자가 아니라는 정도만 하여도 다행이 아닌가.
여자가 이야기 하는 지방 도시가 어림짐작으로 강변에서 남자와 데이트를 하였고, 기차역이 멀지 않다는 이야기로 미루어 강원도의 춘천이 아닐까 싶었으나 더 이상 물어보기를 포기한 채 지금까지 지나왔다.
사실 강과 기차역이 춘천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강원도만 하여도 원주가 그렇고, 경기도의 양평이나 가평도 그렇지 않은가, 다만 도시라는 이야기로 미루어 춘천이나, 원주, 정도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부산이나 대구야 지방도시라기에는 규모가 크다고 느끼는 탓도 있었고, 여자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이미지는 그나마 공장 등으로 오염이 되지 않은 강을 이야기 하고 있었고,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강변이고, 무언가 미지의 세계로 끌어가는 길을 향하여 열차가 달리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던 것으로 미루어, 늘 안개가 휘감다시피 하는 호반의 도시가 가장 우선적으로 떠오른 때문이기도 하다.
며칠 전에도 여자는 안개가 낀 거리에서 갑자기 술 한 잔 마시러 나오지 않겠느냐며 전화를 한 적이 있었다. 아마도 안개 낀 거리를 대하면 여자는 추억에 대한 끈을 놓기 싫어, 누군가 다른 대상을 상대로 해서라도 헤어진 대상을 만나는 것인지도 모르다. 얼마 전까지 난 결혼에 대한 생각은 접어두고 살았기에 여자를 만나면서도 나와 연관지어 비교를 하는 일은 없었다. 누가 사던 그날 마시는 술 한 잔에 더 의미를 두기는 그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원두커피는 싱거웠다. 차라리 인스턴트커피나 자판기에서 파는 캔커피가 나을 뻔 하였다. 이제 10분 정도만 내려가면 오색리 마을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여자는 잠시 무언가 생각하는 눈치더니 커피를 한 잔 더 주문했다. 막상 목적지에 도착을 하니 마치 먼 길 떠났던 시골처녀가 고향마을 앞까지 와서는 망설이고 있는 듯한 장면이 그려졌다.

갑자기 바람이 몰려들어오는 소리가 들리고 서늘하기에 돌아서보니 두 명의 남자가 들어서고 있었다. 오색 방향으로는 눈이 내려서 미끄럽다며 투덜거린다. 체인 하나에 5만원이나 받더라는 이야기였다. 여기를 어느 정도 다녀 본 사람이라면 이해를 할 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폭리일 수도 있다. 속으로 그렇게 불만이면 미리 준비하여 두지 그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얼굴을 쳐다보니 나이는 마흔을 넘겼을 것 같다.

“나가서 체인을 치고 살살 내려가기로 하지요.”

여자는 아무 말 없이 다 마신 커피 잔을 쓰레기통에 넣고 일어섰다.
밖으로 나왔으나 그 자리에서는 체인을 칠 수 없을 정도로 바람이 거칠게 불어왔다. 조금만 아래로 내려가 주차를 하고 체인을 쳐야겠다고 여자에게 이야기를 하고 운전석으로 갔다. 여자는 이번에도 대꾸도 없이 옆자리에 탔다. 휴게소 주차장을 막 벗어나자 도로에 눈이 보였다. 기어를 저속에 놓고 천천히 몰아 필례약수터 가는 갈림길에 주차시켰다.
뒷자리에서 체인을 집어 들고 내리며 여자에게 손전등이 있느냐고 물었으나 금방 없다는 답변을 하고는 여자는 라이터로는 안 되겠느냐고 했다. 여자의 말에 빙긋 웃어 보이고 핸들을 산 쪽으로 돌려놓고 체인박스를 열어 비닐토시와 장갑을 꼈다. 여자는 걱정스러운지 뒤에서 말없이 지켜보고 있는 모양이다. 어렵지 않게 체인을 걸은 뒤 고무벤드로 체인이 헐거워지지 않게 고정을 시킬 땐 눈이 제법 굵게 내리기 시작했다.

눈이 내리면 문득 어렸을 적 눈 내리는 길 걸어 누군가 와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초조하였고, 그 눈이 한바탕 퍼붓고 난 다음 맑은 하늘 아래 아무도 오지 않은 공허감에 질려, 혼자 흐느끼곤 하던 기억이 떠올라 공연히 서글픔에 사로잡히곤 한다.
난 어머니가 없었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겨울로 접어든 12월, 높은 봉우리에서부터 아침마다 하얗게 범위를 넓혀가던 눈에 대한 기억이 수묵화처럼 각인되어 가슴 밑바닥 한 부분에 자리하고 있다.
어느 해인가 제법 생각하는 방향이 구체적으로 변하여 갈 때였던 듯 하다. 시골아이들이 으레 그렇듯 산에 올라 나무를 하여 한 짐 지고 내려오는데 잠깐 사이에 무릎이 빠질 만큼 눈이 퍼 부었다. 집에 도착할 때쯤 이미 눈은 그쳤는데 아무도 딛고 간 흔적 없는 그 눈길을 걸어오면서 그래도 마을 방향으로 난 길을 걸어 누군가 집에 도착하였을 거라는 기대감에, 그러나 그 기대가 무너질 거라는 불안함에 우정 천천히 걸어 집에 돌아온 기억이 났다. 그날 그렇게 눈길을 걸어 집에 돌아와 보았을 때 막연히 기다리던 이들이 아무도 오지 않았음을 확인하고는 방금 전 내리던 눈처럼 울었었다.
군포교 근방은 주변의 나무들이 온통 눈을 가지마다 가득 얹고 있어서 전조등이 비칠 때마다 엽서의 한 풍경처럼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여자를 바라보니 눈까지 지그시 감고 말없이 앉아있다. 여자도 어떤 형태로든 이렇게 겨울에 대한 지울 수 없는 추억이 있어 이 겨울 갑자기 눈 오는 오색을 가자고 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이제 오색 다 왔어요. 밖에 풍경이 좋군요.”

내가 말을 하자 여자는 감았던 눈을 뜨며 전조등으로 갑자기 밝아진 차창 밖 풍경으로 시선을 돌렸다. 워낙 서행을 하고 있었기에 풍경은 금방 바뀌지는 않았다.

“예쁘네요. 이대로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어요.”

“아니 왜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그런 말을 하나요?”

여자의 대답에 별다른 말이 금방 떠오르지 않아 난 그렇게 밖에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제가 천상병님의 귀천을 좋아하거든요. 거기 보면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이란 대목이 있어요. 문득 그 생각을 했어요.”

“그랬군요. 그 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지요.”

“……”

“지금 오색에도 그 절에 계신다는 스님이 시를 쓰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는 중인가요?”

“그렇지는 않아요. 그냥 아는 분이 전에 어떤 경로로 오색에서 글을 쓰는 스님이 계신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오색을 가는 이유는 정말 얼마나 예쁜 마을이기에 오색이라고 하였을까 궁금해서 가는 거예요.”

“어이쿠! 이런 그럼 잘 곳도 정하지 않고 가시는 거란 말인가요? 큰일이네….”

난 일부러 조금 과장되게 표현을 하였고 여자는 여기에 동조라도 하겠다는 듯, 갑자기 걱정 된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차는 이미 오색으로 들어오는 삼거리에서 터미널방향으로 커브 길을 돌고 있다. 여자에게 안심해도 된다고 굳이 이야기를 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오색엔 호텔이랑, 여관들, 민박집들이 많아요. 글쎄 지금은 비수기라 방값도 그리 비싸진 않겠네요.”

“그래요?”

“예, 어디 근사한 주인이 있는 민박이나 찾아 들어가면 좋겠네요.”

“그래요. 여관이나 호텔 그러면 정감이 없는데 민박 그러니 뭔가 추억이 있는 곳 같은 기분인데요. 혹 아시는 데 있어요?”

여자의 질문을 받을 때 이미 난 차를 오색마을로 접어들어 교회가 보이는 다리로 방향을 잡아들었다.

“전에 와 본 기억으로는 여기로 올라가면 민박들을 하는 집들이 있더군요. 거의 모든 집들이 민박을 하기는 하던데… 글쎄요… 지금은… 아참, 그래도 망월사부터 갈까요?”

여자가 그러자는 대답을 하여 차를 오색교회 앞에서 돌려 약수터 방향으로 향했다. 약수터로 들어가는 길은 하얗게 눈이 덮여 신천지라는 말 그대로 아무도 지나간 흔적이 없었다. 약수터 앞까지 들어오면서 보니 주변의 식당들은 이미 문을 닫았는지 불빛이 거의 비치지 않았다. 약수터가 내려다보이는 다리에 주차를 하고 망월사 올라가는 길을 보니 가로등 하나만 켜 있고, 그 가로등불빛 아래 쏟아지는 눈만 마치 한여름 밤 불빛을 향하여 달려드는 하루살이처럼 맴돌고 있다.
여자는 망월사로 오르는 계단을 힘겹게 걷고 있다. 방금 내린 눈이라 미끄럽지는 않으나 목이 짧은 부츠 속으로 눈이 들어간 모양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먼저 앞장 서 눈을 헤쳐 길을 내 줄까 생각하였으나 그만 두곤 뒤를 따라 걸었다.
절집엔 아무도 없는 모양으로 불빛 하나 없다. 여자와 법당 오르는 계단에 잠시 서서 턱없이 작은 대웅전을 바라보다 누가 먼저라고도 설명하지 못할 정도로 동시에 돌아서 힘겹게 올라왔던 길을 미끄러지며 내려왔다.
그동안 내린 눈을 더 이상 지탱하지 못한 소나무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먼 곳에서 들려왔다. 예전엔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리고 소나무들이 부러지면 꼭 그 마을의 어른들이 세상을 떠난다고 염려들을 하곤 하였는데, 지금도 그런 정서가 남아 있을까 싶었으나 입 밖으로 말을 꺼내놓지는 못했다.
차로 돌아와 시동을 걸고 그동안 앞 윈도우에 쌓인 눈을 치우고 민박집들이 있는 곳으로 방향을 잡았다.
오색교회를 지나 언덕길을 오르고 안전거울이 불빛을 반사하는 커브를 돌자 불빛들이 보였다. 가게엔 지난번에 보았던 주인인 듯한 아주머니와 남자 둘이 앉아 술을 마시는 모양으로 얼굴에 홍조들을 띄고 있다.

“어디 아시는 집 있어요?”

여기까지 오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왜 이 여자가 오색을 오고 싶어 하였을까 하는 궁금증은 마치 세상의 일 모두가 그렇듯 어떤 의미를 부여하여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의 틈에서 될 수 있으면 있는 그대로, 아무런 의미나 감정이 없이 발생되어지는 일들처럼, 그냥 돌발적으로 어딘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방향을 오색으로 잡았고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보지 않은 사람으로서의 두려움 때문에 동행을 요구하였으리라는 나름의 답을 내리고, 그 답마저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에 묻혀가고 있었다. 그저 편안한 안도감 같은 느낌으로 함박눈 속에 그대로 묻혀버려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여자가 물어왔고, 마치 대답이라도 하듯 조금 위쪽으로 눈을 잔뜩 얹은 민박집 간판 하나가 불빛을 밝히고 있었다.

 

 

-여정 끝

다음 중편 “가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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