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마당

한사정덕수 2009. 11. 22. 07:38

 

누군가의 심장에 영원토록 기억 될 한 곡을 부르고 싶을 뿐인데······

 

 

래란 무엇일까?

단순하게 설명한다면 문자로 이루어진 글에 곡을 붙여 부르는 것이라 할 수 있겠고, 좀 더 추상적으로 설명을 한다면 비탄의 심정으로 세상을 떠나려 할 때나, 그리움에 사무치는 밤 함께 소유했던 무언가 중의 하나일 수도 있겠다.

문화와 인종, 이념을 벽을 가장 쉽게 무너뜨리는 도구도 노래가 아닐까. 더구나 우리는 여전히 남과 북으로 나뉘어 제한적인 범위 안에서만 북쪽의 소식을 듣게 되는데, 한국을 방문한 북한 응원단이 부르던 대한민국에서 널리 불리는 노래를 듣는 순간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난 그 순간 막혀있던 물길이 일순간에 터져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을 떠 올렸다.

 

 

이 땅에 피는 꽃은 경계가 없다.

산을 넘고 내를 건너 환경적 조건만 충족되면 남과 북을 넘나들어 자신들의 터를 잡아 싹을 내밀고, 뿌리를 내려 좋은 날 꽃을 피운다.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그런 생각을 한 것이다. 노래만큼은 어떤 장애도 뛰어넘을 수 있는 들꽃의 씨앗과 같은 것이란 생각.

우리가 아는 북한의 노래가 몇 곡이나 될까?

그들의 노래 중 우리가 익숙하게 들은 곡은 ‘반갑습니다’와 ‘휘파람’ 정도일 것이다.

좀 더 아는 이들은 일전에 내가 소개를 하기도 했던 ‘동인’에 실린 ‘심장에 남는 사람’이다. 이 곡들은 언제든 다음에서 제공하는 음악샵에서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느낌은 같다고 하기엔 무언가 미진하다.

 

언젠가 새터민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이야기를 하던 중 ‘심장에 남을 사람’을 아느냐고 하니, 도리어 어떻게 남한 사람이 그 노래를 아느냐는 표정으로 본다. 북한의 노래가 일반적인 대중가요로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까닭일 것이다. 우리처럼 자유롭게 감정을 표현하여 노래를 만들지 않는 듯 한 느낌은 오래전부터 지니고 있었기에, 그나마 속에 담긴 듯이야 어떻든 우리의 감성에도 충분히 ‘사랑하는 연인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마음’정도로 이해될 수 있겠고, 북한에서 생활을 했던 새터민들도 그런 마음으로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부르지 않았을까 싶어 물어 본 터였다.

동행을 했던 분이 한국의 제법 알려진 노래 ‘한계령’을 쓴 사람이라고 소개를 하자, 조금 나이가 든 중년의 그는 심장에 남는 사람이 아닌 ‘사향가’라는 노래를 반주가 없는 상황에서도 눈을 지긋이 감고 부르기 시작했다.

 

내 고향을  떠나올 때 나의 어머니

문앞에서 눈물 흘리며 잘 다녀오너라

하시던 말씀 아 귀에 쟁쟁해

 

우리 집에서 멀지 않게 조금 나가면

작은 시내 돌돌 흐르고 어린 동생들

뛰노는 모양 아 눈에 삼삼해

 

대동강물 아름다운 만경대의 봄

물결에도 잊을수 없네 그리운 산천

광복의 그날 아 돌아가리라

 

어쩌면 우리들의 부모님도 이 노래를 같이 불렀을 수도 있겠다 싶었으나, 고향에서 어르신들께 여쭈어도 처음 듣는 노래라 하셨다. 여든의 연세에도 모르실 수는 있을 것이다. 그 이전에 항일운동을 하던 이들이 불렀을 수도 있는 노래일지라도 노랫말 3절에 평양의 풍경을 그려놓았기 때문에 금지를 시켰을 수도 있다.

심장에 남는 사람은 그런 점에서는 북한을 연상할 수 있는 단어가 노랫말로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저항감 없이 받아들이게 되었을 수도 있다. 그렇게 노래 한 곡으로 시작된 틈이 어느 순간 장벽을 허물고 한 목소리로 합창을 할 날이 올 것이라 본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칠천만 한 마음 칠천만의 아리랑을 한 목소리로 합창할 그 날이

 

꽃의 집으로 초대

-평화의 꽃씨를 뿌리는 마음들을 위하여

 

언제인가

꽃의 집으로 초대 받을 날

아네모네 향 물큰 느껴지는 시간

봄이 왔다는 사실을 마치

극비문서라도 되는 듯

침묵하게 만들던 저 눈발

이제 저 만치 물러서고

한라의 고고한 한란 피더니

백두를 향하여 오르던 꽃 소식

금강 마루에 씨앗으로 뿌려지네.

 

행복은 누가 주는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만드는 일

우리가 스스로 이루는 일

그 사실을 깨닫기 위하여 흘려보낸 세월이

다시 같은 갑자(甲子)를 헤아려

이제야 잃어버리고 살아야 했던

진정한 광복의 꿈 이루려는가.

 

너의 손에

남녘의 씨앗 옮겨 쥐어주니

 

내 손에 이제

해토된 북녘의 흙 한 줌 쥐어다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칠천만이 손잡고 부르는 노래

 

칠천만의 아리랑

아라리요.

 

심장에 남는 사람을 제대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뭐랄까? 감정이 달랐다. 노래를 들으며 북한에서는 어려서부터 노래를 부를 때 표정을 잘 살리게 교육을 받는다는 말이 떠 올랐다. 그렇게 교육된 표정이 그려졌다.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가 매력적인 가수 김복주.

그녀가 노래 고유의 감정을 그대로 전달한다.

아직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곳 다음에 카페도 개설되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을 딴 ‘복주~사랑 카페(cafe.daum.net/qhrwn78)’가 그곳이다. 카페를 만든지 그리 오래지 않은 모양인지 회원은 적었지만 노래를 녹음해 카페 회원들에게 들려주는 등의 노력을 하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직접 노랫말을 쓴 곡을 함께 담은 앨범도 나와있다.

 

산다는 것은 모두 힘겨운 시기와 행복한 때를 거치며 완성해 간다. 고비마다 우리는 노래를 듣고 부르며 삶의 모양을 형성해 간다.

무서린 내린 아침 들길을 나서면서도 콧노래 흥얼거리는 사람들이 우리다. 몇 사람만 어울려도 찾아가는 곳이 노래방일 정도로 우리는 가무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최근 노래를 부르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경제가 어려워서가 아닌 신종플루로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전국 지자체마다 크고 작은 축제들이 개최되고, 그 자리엔 어김없이 행사 규모에 따라 가수들을 초대하는데, 이 행사들이 형식적으로 치르거나 취소된 탓이다.

 

노래를 부르는 이들은 누대에 섰을 때 가장 행복하다. 그런 그들에게 설 무대가 적었던 한 해다.

널리 알려진 가수나,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가수나 마찬가지로 청중들 앞에서 노래를 부를 기회를 잃어버린 한 해를 우리는 넘기고 있다. 여기 지금 흘러 나오는 노래가 가수 ‘바이브’가 부른 ‘심장에 남는 사람’이다. 살아가며 얼마나 많은 만남과 이별을 우리는 해야 하는가. 그런 만남 중에서 헤어지더라도 영원히 가슴에 남아있는 그 한 사람을 생각하며 노래를 들으면 참 괜찮은 노래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사는 것은 미래를 꿈꾸는 순간에도 동시에 누군가를 추억하는 것이니 말이다.

 

노래를 부르는 이들은 이야기 한다. 

‘누군가의 가슴에 영원히 기억 될 그런 노래 하나를 부르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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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말, 중국에선 '생각하는 사람'으로, 북한에선 '심장에 남는 사람'으로 표현한다지.
사랑한다,는 말이 참으로 추상적이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아하!'했었어.
뭐든 심장에 남아야 사랑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심장에 남아야 매일매일 생각하며 떠올려지지 않을까..

깊어가는 겨울 밤, 후다닥 문 닫아 걸지 말고
누군가 밖에서 떨고 있지 않을까 한 번은 두리번거려보고 문 닫는 겨울 되자.
중국이나 북한에서는 사랑을 그대로 풀어놓았고
우리는 왜 그런지 이런 식으로 아리랑 스리랑 하며 좀 추상척이며 아릿한 느낌으로 만들어 놓았다.
심장에 남는다.
심장에 남겨진다.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집 앞은 학교운동장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