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사람

한사정덕수 2012. 4. 29. 08:21

흉 잡힐 각오하고 자랑하는 9살 딸이 쓴 시 ‘연어’ 함께 감상해주시길…

 

 

이곳 양양은 연어가 돌아오는 남대천이 있습니다.

오래전인 1970년대 말 까지만 하더라도 연어는 오색이나 미천골, 갈천까지 올라왔습니다. 물론 어성전에도 연어가 올라가 법수치계곡에서도 연어를 볼 수 있었지요. 곳곳에 보가 생기기 시작한 탓도 있으나, 남대천하구에서 연어를 잡아 인공수정을 해 부하를 시키기 시작한 뒤로는 연어가 더 이상 깊은 산골짜기를 거슬러 오르는 모습을 만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연어가 뒤척이면 가을이 진다.

 

꿈인 듯싶은

생의 어느 아득한 한 순간

물결 잔잔한 저 강에

젖은 울음을 풀어 놓으면 어떨까 하여

연어가 짝을 찾는

남대천 푸른 물결에

상심한 영혼자락 헹굴까 싶어

아무도 모르게 가만 찾아가면

은밀한 밤

선잠 깬 연어가 뒤척이고

달빛 산산이 부서져

 

별 한 조각 줍지 못하고

갈 빛 짙은 산이랑 닮아

부스러지는 마음 그만

그 마저 잃어버리고 돌아서는

남대천

그 검푸른 밤물결

연어가 뒤척이면 가을이 진다.

 

연어가 뒤척이면 가을은 진다.

 

위에 소개한 시와 같은 그런 추억을 간직한 제게 연어나 남대천은 고향을 떠 올리게 하는 중요한 요소들입니다.

이런 저의 모습과 양양의 가장 큰 강인 남대천과 연어를 보며 자란 제 딸도 아빠를 닮아가는 모양입니다.

래은이가 재작년 양수발전소 제1회 문예한마당에서 장려상을 받았습니다.

2학년이라 그림을 그렸었을 겁니다.

무언가 볼 일이 있어 양수발전소엘 들렸는데 래은이 이름이 적힌 그림이 있더군요.

만나야 될 분을 기다리며 잠시 전시된 그림과 글들을 둘러보다 딸아이 그림앞에 발길이 멈추어졌습니다. 한참 그런 모습으로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림을 보고 있는데 제가 만나러 간 분이 나와서 그러시더군요.

“정래은이란 학생인데 2학년생치고는 표현을 아주 잘합니다. 대부분 누군가의 도움을 받은 거 같은데 이곳에 와서 견학 한 걸 제대로 표현했어요.”

제가 그림을 그린 아이의 아빠란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올해는 세 가지 공통 주제를 미리 내주었더군요.

<연어>, <남대천>, <장독대>로 초등학교 1~3학년은 그림이고 4~6학년은 시나 산문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중·고등학생은 주제는 같겠지만 분야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겠지요.

 

 

오색은 제 딸 래은이와 아들 래원이의 고향이기도 하지만 제 고향이기도 하답니다.

연어가 자신이 태어난 모천인 남대천으로 돌아오듯, 자신은 어딘가로 나갔더라도 집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내용인데 아이의 시각으로는 솔직한 모습인 동시에 글을 쓰는 재주도 있는 거 같습니다. 원고지 쓰는 법을 가르쳐 준지 오래지 않아 다시 묻더니 이걸 썼더군요.

4살 때 아빠에게 편지를 쓰던 딸 래은이는 지금 만 9살입니다.

일찍 학교엘 입학해 4학년인데 이번에는 양수발전소에서 낸 주제 세 가지 중에서 <연어>를 선택해 이 시 한 편을 썼군요.

3년 전, 그러니까 제가 조금 전 말씀드린 장려상을 받았던 그림을 그린 그해부터 양양양수발전소에서 발전소 주변 학교들을 대상으로 시와 산문, 그림을 받아 문집을 매년 엮는데 거기 출품을 한다내요. 글쎄 이 실력이면 제가 볼 때는 당연히 나이에 비해 썩 잘 쓴 시라 보이는데…

 

‘그런데 제 고향이라고 하면서 아빠 고향이란 건 빼서 점수는 빵점입니다.

2연을 다음과 같이 했다면 100점 줬지요.

 

아빠는

여행을 가셨다가 선물을 들고

오색으로 돌아오신다.

오색은 아빠의 고향이다.

 

이게 더 좋지 않나요? 이렇게 바꾸라고 알려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입니다.’ 라 페이스북에 원고지 그림을 소개하고 제 생각을 썼더니, 가톨릭출판사에서 발간하는 월간지 <레지오 마리애>에 좋은 사진을 싣고 계시는 시인 ‘안소휘’ 선배가 그러십니다.

“에헤이~ 은근히 딸래미 자랑질하면서 삐진 척을 하시나~ 정시인님 가끔 나이답지 않게 구여우셔~ 기어이 딸아이의 시 안에 등장하고 싶으면 그리 하시든가.”

여전히 철이 덜 난(?) 분위기 좋아하고 낭만 좋아하는 선배님이 참… 더 흉보면 제가 혼 날 거 같아 여기서 그만할랍니다. 

 

가장 어려운 때 세상에 태어난 딸 래은이, 여전히 어여쁘고 동생 잘 챙기는 모습이 대견하기만 한 줄 알았는데 가끔 그림이나 글솜씨로 아빠를 놀래게 합니다.

딸 자랑 자주하는 반푼이 아빠가 오늘도 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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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님이 아빠를 닮아서 글솜씨가 있네요. 저는 글솜씨가 없어서 글솜씨가 좋은분들을 부럽답니다.
단 책을 보는것은 대단히 좋아한답니다.
감사합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알려주었더니 그곳에 가고싶다고는 하는데~
아빠의 피를 물려받아서
시인의 기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색에서 산다는 자체가 축복입니다.^^
오랜만입니다.
안녕하시죠.
계시는 곳도 좋은 곳이라 생각합니다.
이곳은 자연은 아름답지만 문화적인 부분에서는 역시 변방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아직 살아 있는 연어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물속에서 헤엄치는 연어를 보면 저도 래은이처럼 멋진 시를 쓸 수 있겠죠? ^^
연어를 보는 것과 연어를 아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 보입니다.
연어가 아닌 다른 물고기도 그가 지닌 생존방법이 먼저가 아닐까요.
너무 감동입니다.
짦은 동시지만 많은 것이 내포되어 있네요.
어룰림의 쉼터님이 그리 말슴하시니 그대로 믿겠습니다. ^^
간결하지만 쓸 말은 다 썼구려...

글쟁이 아빠에 그 딸입니다그려.^^
선배님 과찬이십니다.
래은이 나름으로 더 치열하게 배워가리라 믿을 뿐입니다.
ㅎㅎㅎ 아주 깜찍하네요 ㅋ
푸르런 오색꼬깔단풍피어난 든든한 아빠 ㅎㅎㅎ

래은이가 자네를 꼭 빼닮았네, 풍부한 감성까지.. 멋진싯귀를 잘보았구~~ㅎ
제 고향은 강현면 석교리... 님의 글 읽으며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아름다운 곳에서 신선놀음 하시는 것 같아요. 자주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