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사람

한사정덕수 2013. 10. 8. 12:42

 마음 비워내고 “아자자!” 세상을 향해 득의만면 외치니 이 또한

 

 

그동안 남해를 수차 다녀왔고 남해의 여타 다른 풍경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냈기에 이번엔 일정을 무시하고 제대로 소개 한 적 없는 남해의 명산 금산(錦山)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금산은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李成桂)로 인해 붙여진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데, 보리암에서 산신께 기도하기를 ‘임금이 되면 이 산을 비단으로 덮겠다’ 약속했다. 그러나 막상 고려를 무너뜨리고 임금이 되었으나 제법 큰 산에 금으로 덮을 방법이 없었다.

고려가 무너지고 조선이 개국한 이면엔 나와 관련 된 두 조상 할아버님이 계시는데 한 분은 포은 정몽주 선생으로, 고려에 대한 충절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마다하지 않으셨다. 그러한 반면 같은 고려의 신하였던 삼봉 정도전은 이성계와 뜻을 같이해 조선의 기초를 다지는데 큰 역할을 수행한다. 바로 그 삼봉 정도전이 묘안을 낸 것이 이 산의 이름을 비단 금(錦)자를 써서 금산으로 불리게 만들어 산신의 노여움을 피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새벽부터 서둘러 물건리 독일마을 숙소로 사용했던 괴테하우스 에서 출발했다. 얼마쯤 달려 금산으로 오르는 주차장에 도착해 다시 셔틀버스로 갈아타고 보리암 주차장에 도착하니 정현태 남해군수도 산행을 위해 나왔다. 보리암을 끼고 오른쪽으로 곧장 올라 금산 망대에서 일출을 보려했으나 하늘은 청명한데 바다엔 해무가 끼어 제대로 된 해돋이는 실패했다.



여기에서 동행한 이들 중 특별한 분 몇 분 먼저 소개하고 이야기를 풀어놓겠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이들 대부분 널리 알려진 분들이라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겠지만 글과 사진 모두 빼어난 분들이 여럿이라 소개한다. 먼저 여행에 대한 글이라면 자타가 공인하는 김종길 아우가 진주에서 달려왔고, 성남에 사는 최명희씨 또한 몇 번 동행할 기회가 있었는데 사진도 사진이지만 여행에 대한 생각이 남다름을 알 수 있는 분이다.

또한 이제는 창원시로 통합이 되었지만 진해에서 오신 두 분이 계시는데, 김정숙 선배님은 제법 오래전부터 교류도 교류지만 글에 반해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분이시다. 김연선씨는 그동안 사진만으로 남자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 만나 싹싹한 여성분이란 걸 알았다. 사실 그동안 서로 왕래를 하며 글과 사진에 대해 제법 많이 보았기에 처음 만났어도 전혀 낯설지 않았다.

이 김연선씨는 다른 이들은 가벼운 차림으로 산행을 시작하는데 혼자 무거운 카메라에 가방까지 매고 트라이포트까지 들고 나섰다. 나야 사진에 대한 욕심보다 글을 쓸 자료사진 정도만 생각했기에 렌즈 하나만 낀 카메라를 트라이포트에 결속해 비교적 단촐하니 그의 트라이포트를 대신 들어주게 되었다. 산을 오르고 내려오는 동안 같은 장소를 같은 시간대에 자연스럽게 동행하면서 그가 촬영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스스로 게으름을 책망했다.

다른 이들과는 달리 무거운 배낭에 렌즈와 필터 등을 고루 갖추고 그 시간에 맞춰 열심히 촬영하는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자의 자세가 아닐까. 망대를 거쳐 부소암으로 향하고, 다시 부소암에서 금정산장에 준비된 조반을 들고 보리암으로 향해 걷는 내내 트라이포트를 내가 든 덕에 동행할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럽게 여행지에 대한 그의 시각을 엿 볼 기회를 얻었으니 앞으로 또 다른 여행지에서는 나 또한 그와 닮아있기를 다짐했다.

 

글이란 너무 길면 지루한 법인데 서두가 이리 길어졌으니 난감하다.

금산의 보리암에 대한 이야기나 부소암 등은 차후로 미루고 원음종에 대한 이야기 잠시 다루고 이 글을 마치겠다. 보리암에 있는 자그마한 삼층석탑을 둘러보는 도중 정현태 남해군수가 다가왔다. 이미 몇 번 그를 만난 적이 있던 차라 인사를 나누고 함께 보리암 경내로 들어섰다. 종각을 발견한 정현태 남해군수가 종의 명문을 가리키며 소개했다.



圓音鐘(원음종)

南海錦山無限景(남해금산무한경)

天邊雲外此鍾聲(천변운외차종성)

三羅萬像非他物(삼라만상비타물)

一念不生猶未明(일념불생유미명)

阿刺刺(아자자)


새겨진 명문을 손으로 짚어가며 읽던 정현태 남해군수가 마지막 부분을 손으로 가리키며 둘러선 이들에게 물었다.

“이 글자가 무슨 자인지 아세요?”

정운현 선배께서 “자(刺)자 아닙니까?”라 대답하자 “맞습니다. 아자자입니다.”란다. 그동안 혼자 생각에 두 이(二)자를 저리 썼나 했는데 위의 글자와 같다는 의미로 점 두 개 찍은 거였다. 참으로 기발하고 세상을 향해 힘차게 탄성을 내지르는 문장 아니겠는가.

여하튼 정현태 남해군수가 지켜보는 이들에게 한 해석도 의미 있으나 내 나름으로 다음과 같이 풀어 본다.


남해 금산 무한히 펼쳐진 풍경이여

하늘 끝 구름 밖으로 퍼지는 종소리

삼라만상이 다른 물건이 아니라

한 생각 일어나지 않으니 광명을 말 하리.


 

남해군을 ‘보물섬’으로 부른다. 금산을 올라보면 왜 남해가 보물섬인지 쉽게 이해된다.

보리암에서 눈에 들어오는 풍광 모두가 보물이며, 원음종 명문까지도 보물이 아닐 수 없다.


양산 통도사 극락암에서 계시던 경봉 대선사께서 지어 쓰신 종의 명문이라 전한다.

그런데 경봉스님의 글씨는 이곳 양양의 낙산사에도 있다. 낙산사 원통보전(圓通寶殿) 현판이 스님의 글씨다.



보리(菩提)란 깨달음을 이르는 말이니 보리암은 곧 깨달음의 도량이다. 또 다른 말로 풀면 ‘성취 도량’이겠다.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色不異空 空不異色 色卽是空 空卽是色)이라 반야심경에 전하는데 바로 이러한 번뇌 또한 공이요, 비움이 깨달음의 경지임을 가르치는 말이다. 즉 모든 삼계의 번민은 오직 마음이 나타낸 것을 분별하고자 하는 부질없는 행위일 뿐, 그 안의 대상도 없으며 외부로부터의 번민으로 이끌림 또한 애당초 없음을 깨달음에야 어찌 마음이 번잡스럽겠는가.

금산에 올라 또렷한 해돋이를 못 본 마음을 비워내고 보리암 원음종 명문 한 구절로 “아자자!” 세상을 향해 득의만면 외치니 이 또한 깨달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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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봤습니다. 그런데 제목과 본문의 '화음종'이 아니라 '화엄종'이 아닌가 싶소만...
아,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원엄종을 화음종이라 했네요. 지적 감사합니다.
멋집니다.
이런 솜씨 묵혀두시고...
잘 보고 배웠습니다.
아이고 선생님 과찬이십니다.
의무감으로라도 이제 며칠 글 써야겠지요. ^^
그날 산행 해설서 본 느낌입니다 ㅎ
고맙고요.
늘 반겨주니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커피믹스님께도 달달한 인사 전해 주시고!
6개월만에 돌아와 올려주신 글이
함께 다녀온 곳이니 더 좋습니다^^
궁금하였던 원음종에 대한 이야기들을 속시원히 풀어 주셨네요
원음종의 명문풀이 허락도 없이 살짜기 모셔갑니다. ㅎ
부족한 사람을 잘 봐주셨네요.
삼각대 들어주셔서 많이 감사했습니다. 고맙습니다^^
하늬바람님과 동행하며 더불어 즐거웠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또 다른 시각으로 대상을 보고, 같은 풍경이라도 얼마나 열심으로 다가서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감동이 있음도 다시 배웠고요.
기회가 되면 언제든 함께 또 다른 대상에 대해 관찰할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마지막 '아자자'가 새삼 떠오르는군요.
피로는 다 풀렸는지?
피로가 쌓이지 않게 잘 챙기길 바랍니다.
한참을 글을 올리시지 않아 내심 궁금하였는데
올리신 글 또한 풍경까지 좋네요 ^^
겨울바다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