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사람

한사정덕수 2013. 11. 10. 15:54

 왕겨에 불을 놓고 아침에 보면 온 감나무 밭이 안개가 낀 것처럼 연기로 자욱

  

 

사람의 손길과 자연의 넉넉한 배품이 없고야 거둘 수 없는 사업이 바로 농업이다.

때 맞춰 땅을 살피고 적기에 씨앗을 뿌리거나 가지를 치고 솎아주어야 하는 농부의 부지런한 손길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고, 대지를 촉촉이 적시며 단비를 내리게 하고 알맞게 햇살 쪼이는 몫은 하늘의 역할이다.

이런 수고로움 끝에 수확의 기쁨을 맞이하는 농부는 언제나 하늘에 감사한다.

 

창원단감축제에 맞춰 찾은 창원시 동읍 일대 농민 김종출 선생이나 동읍농협조합장인 김순재 조합장도 마찬가지로 세상인심을 두려워 할 줄 알고, 하늘에 순응하며 농사를 천직으로 생각하는 그런 농민이다. 수고한 만큼의 대가가 따라주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 감출 수 없어 보였으나 농부의 깊고 어진 마음만큼은 여전하다.

 

 

전날인 11월 1일 처음 만난 이는 김순재 조합장이다.

그는 행사 진행 등으로 바쁜 와중에도 축제장을 찾은 우리 일행을 위해 시간을 쪼개 제법 긴 시간 나누었다.

김순재 조합장과의 면담이 마련 된 동읍농업형동조합 작은 강당엔 조금 높은 위치로 강대가 마련되어 있다. 대부분의 강연자나 대담을 주최한 측은 이 높은 강대에서 대담에 참석한 이들에게 훈시 비슷하거나 연설 비슷한 걸 한다.
“김순재 조합장이 저 강단에 올라가까요? 안 올라갈까요?”

팸투어를 개최한 경남도민일보의 사회적기업 ‘해딴에’의 대표인 김훤주 문화부장이 일행들에게 한 질문이다.

올라간다면 그런 질문이 나올 까닭이 없다. 안 올라갈 인물이니 나올 질문 아닌가.

 

감나무나 대추나무는 다른 과수와는 달리 한 번 심으면 오랜 시간 수확을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고 농부의 손길이 다른 과수만큼 필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가지를 솎아주고 감꽃이 지고 과실이 가지에 맺으면 또 다시 한 가지에 하나의 감을 남기고 솎아내기를 해야 좋은 품질의 감을 수확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수확기에도 농부는 속을 태우기는 마찬가지다.

짧은 수확기에 제때 알맞게 착색되지 않아도 속을 태우고, 서리 또한 변수라 뜬눈으로 밤을 새우는 일도 있다.

 

 

2일 아침 묵었던 숙소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동판지 입구에 도착했다. 얼마간 아침 안개가 걷친 동판지를 둘러보고 주남지의 람사르 기념관앞에서 기다리는 농민들과 만났다.

2인 1조로 각 농가를 배정받아 농가체험을 나섰다.

배정받은 김종출 선생의 차로 잠시 달려 농가를 방문했을 때 선별장에서는 수확한 단감을 크기별로 선별해 포장하는 작업이 분주했다.

먼저 바로 옆 단감밭에서 알맞게 착색된 단감을 수확해 옮겨오면 선별대에 올려진다.

 

 

콘베어를 타고 감은 크기별로 정해진 위치에 자동으로 나누어 옮겨진다.

각 위치에 선 아주머니들의 일손은 자신의 앞으로 내려오는 감들을 포장지에 넣고 묶고 박스에 담는다.

 

 

바로 앞 창원단감축제장으로 옮겨질 단감인 모양이다.

다시 선별장 밖으로 나오니 김종출 선생이 단감나무에서 감 몇 개를 딴다.

그리고는 앞장 서 단감밭 입구에 놓인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간다. 묵묵히 감을 깎더니 맛부터 보란다.

달다.

 

 

“명함이 있으시면 한 장 주세요.”

“전 명함이 없습니다.”

아무 하는 일 없는 이들도 명함을 사용하는 요즘 김종출 선생은 제법 많은 이들을 불러 일을 맡기면서도 명함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전화가 걸려오고, 누군가 김종출 선생을 찾는 목소리가 들린다.

잠시도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는 환경에서 분주히 움직여야 하는 그였다.

잠시 자리를 비운 그를 대신 해 감 하나 더 깎아 먹고 벗어놓았던 등산화를 신었다.

주인은 없으나 단감밭을 둘러 볼 심사다.

 

 

많지 않다는 단감밭의 나무들이나 몇 사람 일손만으로 제대로 돌보기는 무리겠다.

콘베어처럼 만든 이동장치가 녹 쓴 상태로 밭에 남아 있다.

결론적으로 제법 많은 시설비용을 들여 설치를 해도 농가에서 사용하기엔 불편이 많아 방치했을 것이다. 농가를 살리겠다는 발상 자체는 좋지만 이런 일로 또 다른 농가의 채무나 늘리는 사업은 하지 말아야 한다.

 

 

단감밭 곳곳에 눈에 들어오는 탈곡한 한 왕겨를 담은 부대가 궁금해졌다.

거름으로 왕겨를 사용하지는 않을 일인데 왜 이런 부대를 곳곳에 옮겨 놓았을까?

밭을 비스듬히 질러 중심으로 들어섰다고 생각할 때 그곳엔 몇 기의 산소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 단감밭 주인의 선친들이 모셔진 산소리라.

산소옆 양지바른 곳에 앉아 잠시 쉬었다.

사각거리며 풀을 밟는 소리가 들리고 김종출 선생이 다가왔다.

나란히 풀밭에 앉아 궁금했던 겨를 담은 자루들에 대해 물었다.

“왕겨를 거름으로 사용하시나요?”

“웬걸요. 거름으로 사용하려는 게 아니라 지대가 낮은 이곳은 서리 때문에 왕겨가 필요합니다.”

“왕겨로 서리를 어떻게?”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면 왕겨를 쏟고 불을 피웁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일은 아니다.

왕겨는 잘 타지 않는다. 그러나 불이 한 번 붙으면 한 가마니의 왕겨가 다 타기까지 12시간 이상 걸린다. 때로는 몇 가마니의 왕겨가 다 타기까지 며칠이고 연기만 피워올리며 속으로, 속으로 타 들어가는 걸 보았다. 바로 그런 특성을 이용해 감나무 아래 왕겨를 쏟고 그 왕겨더미에 불을 놓는다는 이야기다.

 

 

아직 푸릇한 색이 다 가시지 않은 단감을 보며 이 분들의 고단한 삶에 대해 생각하며 몇 장 사진촬영을 하는데 회상하듯 김종출 선생이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저녁에 왕겨에 불을 놓고 아침에 보면 온 감나무 밭이 안개가 내린 것처럼 하얀 연기로 자욱하답니다.”

얼마간 햇살만 좋으면 이젠 따고 포장해 출하할 일만 남았겠다 생각했던 내게 그의 말은 묵직한 쇠망치가 되었다.

수 천 평 감나무 밭을 온통 가을 새벽안개 자욱히 낀 것처럼 왕겨 태운 연기를 피워 서리를 막아야 단감을 딸 수 있으니… 어진 농부의 수고로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만큼 고단한 날들이 얼마간 남았다.

단감나무 밭을 벗아나는 발걸음이 단감향처럼 달큰하지 않고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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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부터 판매까지 혼자서 저 많은 일을 다하시는 분들
참 대단하시더군요
서리가 내렸을터인데 어찌하셨을지 걱정이로군요
명품단감이 많이 판매되면 좋겠습니다.
단감의 마음을 잘 담으셨네요.
아주 시크한 블로그 네요,
많이 배우렵니다. 감사합니다.
손학규를 좋아 하는사람 청주하늘
변상호 배상
안녕하세여
비밀댓글입니다
반갑습니다.°³☆ 좋은 아침!~
오늘 하루는 환한 미소로 시작하시고,
좋은 생각만하는 행복한 하루되세요.
정성 담은 작품에 머물다 갑니다.°³о♥
단감이 정말 잘 생겼네요.
단감이 너무 나도 먹고 싶네요~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