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사람

한사정덕수 2015. 1. 23. 07:26

그 노래가 전하는 감동이 원형이 지닌 몇 배로 새벽이슬 머금은 공기처럼 스미게 함에야

 


2000년이었는지 그쯤 모차르트의 하고많은 작품 중에 레퀴엠으로 몇 편의 글을 쓴 적이 있다. 따지자면 레퀴엠보다 더 긴 장문의 글을 한 편 도 아닌 서너 편 연재를 한 것이다.

노래를 하는 이가 누가 되었거나 그에 대해 글을 쓴다면 얼마만큼 그에 대해 이해를 하느냐가 관건이고, 다음으로 그가 부른 노래들을 수 없이 반복해 들어 귀에 먼저 익어야 한다. 그런 이후에 쓰는 글이라야 어떤 방식으로 표현을 하던 제대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가수 한 사람, 또는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이들은 물론이고 요리를 하는 이에 대한 글을 쓰더라도 각각 그가 부른 노래나 글, 혹은 요리 하나씩을 가지고도 얼마든지 글을 쓸 수 있다. 결론적으로 박경하라는 가수는 늘 선생님 고맙습니다를 입에 달고 살아가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동안 글을 거의 쓰지 않다 글을 쓸 수 있는 동기를 얻었으니 오히려 더 많은 고마움을 느낀다. 그가 부른 노래 한 곡, 한 곡이 모두 글을 쓸 소재가 되니 아니 그렇겠는가.

 


박경하 씨가 이곳 설악산 자락에 머물렀던 기간, 도착한 바로 다음 날 아침에만 아주 적은 양의 눈만 내렸던 것이 못내 아쉽다. 2~30cm는 눈이 내렸어야 더 근사한 장면을 담아낼 수 있었으련만, 근사한 설경을 담으려 여러 곳을 돌았으나 가는 곳마다 올해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70일 이라는 제법 많은 날을 집에서 멀지는 않으나 마을 일과, 이장님의 출타로 거처를 옮겨 있다 집으로 돌아와 이 글을 쓰는 오늘에야 눈다운 눈이 내린다. 그때는 왜 그리 야속하게 눈이 내리지 않았던지,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 게 세상일이라는 건 익히 알지만 아쉬움은 여전히 크다.

이번 시노래 가수 박경하 씨와의 설악산 동행은 130일 울주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 시작부분, 관객들에게 근사한 화면으로 보여주기 위한 영상을 담으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다. 하지만 황동규 감독님께서 날씨 탓을 하지 않으시고 사흘간 좋은 영상을 담고자 다양한 연출을 하셨으니 제법 근사한 영상을 만나게 되리라 생각한다.

그날 어떤 곡의 영상이 공개될지는 얼마간 비밀로 해 두어야겠다.

 


들꽃

 

주인 없어 좋아라

바람을 만나면 바람의 꽃이 되고

비를 만나면 비의 꽃이 되어라

 

이름 없어 좋아라

넓은 들녘에 지천으로 피어난

우리들 이름은 마냥 들꽃이어라

 

뉘 꽃을 나약하다 하였나

꺾어 보아라

꺾을수록 들판이 일어나니

코끝을 간질이는 향기는 없어도

가슴을 파헤치는 광기는 있다

 

들이 좋아 들에서 사노니 내버려 두어라

꽃이라 아니 불린들 어떠랴 어떠랴

주인 없어 좋아라

바람을 만나면 바람의 꽃이 되고

비를 만나면 비의 꽃이 이어라

 

주인 없어 좋아라

이름 없어 좋아라

주인 없어 좋아라

이름 없어 좋아라

 

이 시를 지은 구광렬 시인은 이 시 들꽃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완전한 자유, , 명예, 귄력에 얽매이지 않는 삶, 민초로 살아가는 자긍심, 졸시 들꽃은 바로 주인 없는 세상 아니 모두가 주인인 세상, 무명들의 세상 아니 모두가 무명한 세상을 향한 노래입니다.

여기 가수 박경하의 목소리로 그들의 뜻을 전합니다. 가냘픈 듯 강한 그녀의 초성은 애절하면서도 간절한 기도를 담았습니다.”

 


작곡 과정에서 아주 작은 부분 수정되어 있으나 구광렬 시인의 시 들꽃임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노래로 불리기 위해 불가피하게 곡을 붙이는 과정에서 종종 원작과 다르게 수정되는 경우가 있다.

들꽃으로 불리는 꽃은 사실 없다. ‘들국화란 꽃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왜 없느냐 반문하겠지만 이건 분명한 사실이다. 구절초, 쑥부쟁이, 까실쑥부쟁이, 솔채, 취나물, 산국, 구름채꽃, 감국, 금불초, 사대풀 등 각기 제 이름을 가졌음에도 들에 피는 국화과의 꽃들을 일러 그 이름을 부르기 애매하거나 잘 알지 못함에 들국화라 뭉뚱그려 들국화라 할 뿐이다.

들에 피는 온갖 꽃들도 엄연히 제 이름을 모두 지니고 있다. 개별꽃, 망초, 봄까치꽃, 오랑캐꽃, 현호색, 민들레, 얼레지 등 제 이름이 있으나 사람들이 국화과의 야성이 살아있는 꽃들을 일러 들국화라 하듯 질긴 야성이 번연(蕃衍)함에 들꽃이라 한다.

주인이 없다는 것은 누가 있어 달래지도 있으라 하지 않았음에도 저 스스로 피었다는 말이겠다. 이름 없음은 굳이 이름을 붙여 부르지 않아도 이미 꽃이란 말이고 스스로 피어 곱다는 말 아니겠는가. 사람 사는 세상에서 부모가 사랑으로 지어 준 이름 욕되이 사는 모습 일상으로 볼 수 있으나, 들에 피어난 온갖 꽃들이 어디 제 역할 못하고 헛되이 피고 지는가. 나름 제 본분에 충실하고 온 산야와 들을 곱게 가꾸어주니 이 아니 좋은가 말이다.

 


박경하 씨의 넓은 공간을 서서히 스며들 듯 맑으면서도 깊은 음색으로 듣는 들꽃이 그러하다. 들에 피는 꽃이 그 자리에 어울리듯 그의 목소리로 듣는 노래가 딱 그렇다.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르겠고, 대상이 누구인지도 애매하다면 허공에 흩어져버리고 마는 허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가슴에 스며들어와 흠씬 젖게 하는 봄비처럼 간곡한 염원을 대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진실이 진실 그대로 전달되고, 사랑이 사랑 그대로 고스란히 부르는 이의 목소리를 통해 듣는 이에게로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 거기에 더해 그 감동이 원형이 지닌 몇 배로 새벽이슬 머금은 공기처럼 스미게 함에야, 물의 빙결 결정들에도 감정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이라면 실로 위대하다는 사실을 익히 안다. 귀하고 존중되는 말들을 들으며 빙결 결정을 이루면 화사하며 또렷한 형태를 이루고, 증오와 악의에 찬 목소리를 들으며 결정을 이루면 그대로 감정을 물도 나타낸다. 그의 목소리로 듣는 시노래는 온통 아득한 세계들을 그답게 한다.

 

아래 부족한 실력이지만 그의 노래 들꽃을 설악산의 다양한 꽃들과 함께 들을 수 있도록 동영상을 만들었으니 들어보시라.





사업자 정보 표시
| | | 사업자 등록번호 : -- | TEL : -- | 사이버몰의 이용약관 바로가기
들꽃 저마다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보다..
입에 머금은 듯 향기로워집니다.
아름답습니다..
시와 노래가..
아름다운 시인의 들녘에..
가득 차 흐르네요..
경하씨 덕분에 이런 글을 쓸 기회를 가졌습니다.
늘 아름다운 시노래 함께 할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1월 30일 성황을 이루길 기대합니다.
소중한 영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