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엠하우스

한사정덕수 2015. 2. 24. 10:48

처용의 마음이 되어 풀어내는 시낭송의 세계는 진저리를 치게 만드는데



시인들이 시를 쓸(지을) 때 특별한 장소나 정돈되어진 환경, 그럴싸한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살풍경에서도 시는 나오고 상처받은 마음으로도 시로 풀어낼 수 있다. 미사여구(美辭麗句)로만 치장한다고 시가 되는 것이 아니듯, 악다구니를 쓰고 핏빛 선연한 이미지로 그려내도 시가 될 수 있다.

깊이가 있고 없고야 얼마나 치열하게 반복적인 학습과 정진을 하였느냐에 의해 결정되고, 근사한 단어 하나에 매달려 정작으로 중요한 흐름과 짜임은 헝클어지게 만드는 것 또한 수많은 들의 시에서 볼 수 있다.

낭송(朗誦)에서도 감정에 치우치면 시가 지닌 고유의 음률을 놓칠 수 있고, 시의 음률과 의미전달에만 몰입하면 감동을 듣는 이들에게 소담하게 안기기는 어렵다. 천부적으로 시를 짓는 시인도 있고, 특별히 시낭송을 조화롭게 하는 낭송가들이 있다. 이 둘을 동시에 해내는 이들도 있으나 낭송가들이 자신이 낭송을 하기에 적합한 시를 선택할 줄 아는 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시와 낭송, 시노래 이 셋에서 시작되어 시극이 탄생되고 무용이 곁들여지면 전혀 다른 감동으로 문화가 탄생한다.

지난해 1031일을 끝으로 태안군의 꽃지로 이전한 하이디 하우스가 남양주시 별내면에서 한창 전성기를 구가할 때인 1999년 가을이다. 시낭송을 맡아 그곳에 갔을 때 몇 분 직원들과 그곳을 찾으신 박순백 박사(www.drspark.net)께 이런 말씀을 드렸었다.

시낭송을 영상으로 만들어 많은 이들에게 공연장이나 문학행사장이 아니더라도 원할 때 시낭송과 그에 어울리는 영상을 볼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이때 박순백 박사께서는 다음과 같이 대답을 해 주셨다.

정선생님 그거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사진으로도 됩니다. 시는 자막처리를 해 흐르게도 할 수 있고, 또는 하단에 고정으로 연속해서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 MPEG파일로 저장해서 올리면 됩니다.”

지금에야 그 일이 몇 시간 수고로 가능하게 되었지만 7~8년 전까지는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장비를 갖추어야만 가능한 일로 생각했다. 영상을 구성할 사진들을 준비하고 필요한 음원(노래나 시낭송과 같은 음원)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업이 바로 동영상 작업이란 걸 알게 된 건 8년 전이었으니, 참으로 오랜 세월을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 배워도 될 일을 혼자 해결하려고 쓸모없는 애만 썼다.

그렇게 터득한 동영상 만드는 일을 시노래부터 시작했다. 마침 박경하란 시노래 가수와 인연이 되었으니 음원을 구하는 일부터 일사천리로 풀렸고, 개여울과 들꽃은 그동안 촬영해두었던 사진들이 있어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그녀의 시노래를 아직 동영상으로 제작하지 않은 곡도 많다. 그러나 이 또한 봄과 여름을 거치며 잘 어울리는 사진들을 준비되면 만들 것이다.

 

문제는 시낭송을 동영상으로 제작하자면 깨끗하게 작업 된 시낭송 음원이 있어야 하는데 이걸 집에서 혼자 녹음을 할 일도 아니다보니 난감했다. 이때 알고 있는 몇 분 낭송가들에게 물었으나 대부분 잡음이 불편하게 들어간 음원들만 보내왔다. 방음이 잘 된 녹음실이 절실하게 필요한 일이란 걸 깨닫고, 그런 조건에서 녹음된 음원을 1월에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인연이 된 낭송가에게 부탁했다.

연락처 좀 주세요 선생님.”

시낭송 음원을 찾는 다는 내용을 보고 연락처를 물었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기에 선 듯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처음 받은 음원은 역시 공연장의 소음과 바람소리까지 녹음이 되어 있었다. 통화를 할 때 생각했던 목소리에도 미치지 못하는 음원을 받고 이틀 뒤 조금은 무리할 수도 있는 부탁을 했다.

기회가 되신다면 녹음실에서 깨끗하게 녹음을 해보면 어떨까요? 아무래도 동영상을 만들라면 음질이 깨끗해야 하거든요. 보내주신 낭송은 직접 현장에서는 근사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동영상으로는 적합하지 않아서요.”

그런 음원을 가지고 있으리라는 기대도 안 했는데 곧장 메일주소를 달라고 하더니 두 개의 음원을 보내왔다. 그 중 하나가 김태수 시인의 망해사에서 처용가를이다. 어떤 특정 장소에서 현장에서 시를 지었음을 나타내는 ‘OOO에서는 예전에도 더러 있었지만 한계령에서 연작시 이후로 부적 많아진 느낌이다. 심지어 대중가요에도 안동역에서와 같이 현장에서 노래를 만들었다는 의미로 이해 될 제목이 사용되고 있다.



처용설화를 통해 만나는 망해사를 김태수 시인은 아래와 같이 공업도시와 미국자리콩에까지 침범당한 아픔을 노래했다. 처용 자체가 아랍에서 들어 온 귀화인이었으나 상당한 미모의 아내와 정착해 살아가던 중 장안의 어느 곳에선가 놀다 집에 돌아가 보니 아내가 남모를 사내와 한 이불 속에서 정을 통하고 있는 걸 목격한다. 이 부분에 대해 삼국유사엔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東京明期月良(동경명기월량)동경(東京) 밝은 달에

夜入伊游行如可(야입이유행여가)밤들어 노닐다가

入良沙寢矣見昆(입양사침의견곤)들어와 자리를 보니

脚鳥伊四是良羅(각조이사시양)다리 가랑이 넷일러라

二肹隱吾下於叱古(이힐은오하어질고)둘은 내해이고

二肹隱誰支下焉古(이힐은수지하언고)둘은 뉘해인고

本矣吾下是如馬於隱(본의오하시여마어은)본디 내해지만

奪叱良乙何如爲理古(탈질양을하여위리고)빼앗겼으니 어찌할꼬.

時神現形(시신현형)그때 역신이 본래의 모양을 나타내어

跪於前曰(궤어전왈)처용의 앞에 꿇어앉아 말했다.

吾羨公之妻(오선공지처)“내가 공의 아내를 사모하여

今犯之矣(금범지의)이제 잘못을 저질렀으나

公不見怒(공불현노)공은 노여워하지 않으니

感而美之(감이미지)감동하여 아름답게 여기는 바입니다.

誓今已後(서금이후)맹세코 이제부터는

見畵公之形容(견화공지형용)공의 모양을 그린 것만 보아도

不入其門矣(불입기문의)그 문 안에 들어가지 않겠습니다.”


아내와 통정을 한 사내는 실상은 사람이 아니라 귀신이었던 것이다.

이 삼국유사의 처용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이해하지 않으면 바람난 아내를 보고도 저 홀로 탄식이나 하는 못난 사내 정도로 처용에 대해 판단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먼저 아래 시를 만나고 구경영 낭송가의 목소리로 김태수 시인의 망해사(望海寺)에서 처용가를를 들어 보자. 이 시와 제목은 낭송을 할 때 김태수 시인이 구경영 낭송가에게 낭송하기 좋게 고쳐 보냈던 것 같다. 제목부터 망해사에서 부르는 처용가로 되어 있고, 시의 본문도 몇 곳 다르게 낭송되어지는데 이 부분은 첫 머리에서는 원형 그대로의 시를 소개하고, 자막엔 낭송되어지는 그대로를 실었다.


망해사(望海寺)에서 처용가를

 

김태수


울산 망해사에서는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이따금 바람 몇 바다 쪽에서 와서는

잠시 머물다 옹아리 한 타래 풀어놓고는

대웅전을 한 바퀴 돌아 나간다 무심코

푸른 솔바람과 몸 섞고 바다로 간다

 

아직도 동해 바다를 희망이라고 했는가

보지 않아도 안다 적조와 폐유 뒤엉켜 누운 바다

검붉게 시든 돌미역과 이름 모를 바다풀을

아직도 닦아내고 있을 늙은 어부의

굵은 눈 주름을 타고 눈물이 흐를 것이다

그 옛날 아련했을 안개와 구름은 어디 갔을까

처용이여 그대의 땅은 온통 공장 굴뚝만 무성하고

매운 연기 지천에 가득하다 병든 들판은 불임 중

저녁답 소슬바람에도 눈을 감는다

미국자리공의 붉은 대궁에 황혼이 내린다

그래, 서울 밝은 달에 밤새도록 노닐다가

돌아와 잠자리를 보니 다리가 넷이로구나

둘은 내 것인데 둘은 누구 것인가

본래 내 것이지만은 빼앗긴 것은 어찌할거나

망해사에서는 끝끝내 바다를 볼 수 없다.

 

이런 시를 볼 줄 알고 처용의 마음이 되어 풀어내는 시낭송의 세계는 진저리를 치게 만드는 낭송을 할 마음을 낸 구경영이란 낭송가 참으로 대단하다.

아래 이 시와 구경영 낭송가의 낭송으로 만들어진 동영상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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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그리운 이름입니다.
오랫만입니다, 동안 건안하셨는지오.
인연의 끈이 다시 닿음을 축북이라 생각합니다. 건필하십시오.
아, 그렇지 않아도 속초 설악문우회를 통해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모던포엠이 이제는 영동권에도 문향, 시향의 뿌리 단단히 내리게 하시는구나 싶었습니다.
늘 강건하시고 밝고 맑은 시심으로 넘치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