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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은 솔다. 오솔길은 구불구불하다. 오늘도 도내리 오솔길을 간다.
오늘이 삼월삼짇. 세시 풍속으로 명절 중에 명절, 좋은 날이다. 오늘을 기다려 작년 초겨울에 담근 대봉 감식초 세 통을 꺼냈다. 감식초를 떴다. 1차 발효를 끝내고 숙성에 들어간다. 세상사 무어건 숙성이 되어야 진맛이 나는 법. 올해 말쯤에는 잘 익은 대봉 감식초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박, 조선누렁대호박, 맷돌호박을 심을 자리다. 밭갈이 할 때 트랙터가 지나가지 않은 밭 가장자리 여기저기 후미진 곳이다. 비가 온 뒤 땅이 말랑말랑 할 때 파야 한다. 되도록이면 깊이 넓게 파서 퇴비 거름을 미리 덤뿍 넣어둔다. 특히나 박이나 호박은 거름을 좋아한다. 박, 호박 모종을 모종시장에서 사다 심는 건 이 달 말쯤. 대박. 해마다 이맘때, 호박 구덩이를 팔 때면 올핸 얼마나 큰 놈이 열릴까 일찌감치 기대가 만발이다... 읍내 모종시장이 흥청거릴 때가 되었다. 한번 나가봐야지.
어제까지 이웃 아주머니들이 다들 서둘러 땅콩을 심는 걸 보았다. 이웃 농사를 보면 내가 해야할 일을 안다. 나도 오늘 땅콩을 심었다. 마침 비가 내린다. 종자를 뿌린 뒤에 내리는 비. 고맙다. 땅콩을 심고나면 까치나 산비둘기와 일전을 벌여야 한다. 용케 알고 날아와 고스란히 파먹기 때문이다. 내리는 비가 날짐승의 습격을 막아준다. 농부에게 요일이 따로 없다. 雨요일이 좋은 날.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이 뒤엉키고 봄비로 잠든 뿌리는 깨어난다. 겨울은 차라리 따뜻했다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덮고 가냘픈 목숨을 ..... 초록빛 푸르름이 무르익어가는 4월은 청춘의 계절이다. 어째서 잔인한 달일까. 4. 7에 이룬 결과가 그 언제적 프라하의 봄처럼 왠지 조마조마하다. 희망이 보일 때 조심하라는 역설일 것이다.
된장국거리 솔쟁이, 겉절이로 민들레. 저절로 나서 자라는 야생초들이다. 식탁에 오르면 봄의 운치를 더해주는 계절 채소가 된다. 돌계단 옆에는 돈냉이, 마당 가운덴 아예 머위밭이다. 자연이 마당에 온통 들어찼다. 대문간 입구에 달래.
많아야 좋으냐... 맛 맛이다. 아들이 안면도에서 방금 잡아왔다면서 해거름길에 설게 한 봉지를 전해주고 선걸음에 돌아간 옥향할머니. 태안반도 우리 고장의 명물. 저녁 밥상에 설게찜. 쌉쌀하고 짭쪼름한 맛. 4월은 알이 밴 설게 철이다. 뻥설게라는 별명도 재미있다. 안면도 어디 가서 잡았는지 위치를 안다. 고남면 해변의 백사장이다. 8년 전에 해루질 체험삼아 설게를 잡으러 같이 간 적이 있기 때문이다. 가는 도중에 태안읍내 철물점에 들러 뽕 막대를 3만 원에 샀는데 그 뽕대가 처마 한 구석에 아직도 그대로 있다. 그 때 일곱 마리를 힘들게 잡았다.
뒤안의 수돗간 옆 짜투리 채마밭. 지금까지 해마다 너댓 가지 채소 종자가 들어있는 '모듬 씨앗'을 인터넷 택배로 주문해서 뿌렸더니 불필요한 종류가 있었다. 올핸 비교적 자주 먹는 채소 중심으로 내가 배합하여 조제를 했다. 청치마상추, 쑥갓, 시금치... 3종 세트. 일교차가 심해 노지에 파종을 하기엔 이르긴 하나 보온 비닐을 덮는 걸로 무장을 했다. 밑거름으로 미리 사다둔 '박사퇴비'를 넉넉하게 넣어주었으니 결과는 두고 볼일. 이것도 농사 시험이다.
태안 읍내를 오가는 길목에 눈에 띄는 조그만 입간판 하나. 박사퇴비. 얼마나 품질이 좋으면 박사퇴비일까? 그동안 몇 번을 스쳐 지나치다가 오늘은 차를 세웠다. 원료 배합 비율에 계분이 50%라는 성분이 마음에 들었다. 채소 재배는 질소 성분이 많은 닭똥 거름이 최고다. 일단 세 포대를 12.000 원 주고 샀다.
일년 가야 한두 번 나갈가 말가 하는 서산을 어쩌다 오늘 하루에 두 번을 갔다 왔다. 집사람이 대전을 다녀올 일이 있었다. 대전 직행 고속버스가 태안에는 없어 부득이 서산시 버스터미널을 이용해야 했다. 불법 주정차를 단속 중인 경찰을 피해 이리저리 옮겨가며 길 가에 차를 대고 기다리고 있는데... 저 멀리 느긋하게 백미러 속에 나타난...
아무렇게나 만들어 먹는 것 같아도 온 정성이 들어갔다. 보리개떡, 모시개떡, 밀가루개떡, 고드레개떡... 개떡 이름 들어간 떡 치고 맛 없는 떡은 없다. 지긋지긋했던 보릿고개가 이젠 달콤한 추억이 되어 한몫 거들었을지도. 쑥개떡. 그냥 지나갈 수 없는 계절 음식의 하나. 일년에 이맘때면 제일 맛있단다. 알알이 서리태 콩알이 박힌 쑥개떡. 옆집 아주머니 솜씨다.
그러나 천만 다행... 시껍했다... ... 잘 나갈 때 조심.
우리집 벙구나무 순을 따려면 아직 멀었다. 오늘 밥상의 벙구순은 안마을에서 집사람의 마실길에 따라온 것이다. 같은 마을이라도 고갯마루를 다투어 시차가 있다. 저녁밥상에 낙지도 어느 집에서 온 건지 안다. 귀촌 10여 년에 이젠 척하면 삼척이다. 엄나무 순 벙구나무는 두릅과 사촌이다. 아랫밭 비닐하우스 옆에 우리집 두릅을 딸 때가 되었다. 벙구와 두릅을 보면 봄을 안다. 쌉싸레한 그 맛... 비로소 봄이 무르익는다. 때가 되면 자연이 가져다주는 계절의 감각이 이런 거다.
그저께 내린 비에 고사리가 올라왔다. 우리밭둑 건너 언덕배기는 온통 고사리밭이다. 가끔 심심풀이 놀이터다. 금방 비닐봉지에 가득이다. 열중해서 한참 딸 땐 모르다가 나중에야 허리가 뻐근하다. 앗! 고사리다. 우리집 처마밑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