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갯속 영감 교유기(交遊記)

오솔 2010. 11. 10. 00:39

 

버갯속 영감님은  뇌졸중으로 꼬빡 삼년째다.  본래 귀가 어두운데다 이젠 말씨까지

어눌해 손짓 발짓에 서로 쳐다보는 표정으로 겨우 소통한다.  전립선 약을 수십 년

드신 끝에 이젠 오줌 누기마저 힘들다.  요즈음 들어 병원 출입이 잦다.

 

버갯속 영감님은 일력을 가리키며 검지와 중지 손가락 두 개를 펴서 보인다.  나는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다.  일력을 구해 달라는 뜻이다.  재작년까지 다섯 개더니

작년에는 세 개, 이젠 두 개로 내려갔다.  버갯속 영감님이 일력을 부탁할 즈음이면

한 해의 끝자락이다. 

 

 

 

실은, 오늘 영감님 방에 들어가자마자 벽에 붙어있는 일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시길래

한 장을 떼어달라는 걸로 알아듣고 무심코 얼른 떼어버렸더니 그게 아니다.  옆에 있던

요양보호사가 다시 풀로 붙였다. 조금 비뚤게 붙였더니 다시 붙이라고 하셔서 제대로

똑바로 붙였다.

 

익어가는 가을 대문간 앞 떨어진 은행 알은 지천인데 버갯속 영감님에게 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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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전 여름 어느날 우리집에서

 

 

 

 

 

저렇게 한장씩 뜯게 되어있는 일력을 본 지도 오래되었네요. 핸드폰이 보급되면서부터는 달력이나 시계가 거의 자취를 감춰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