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갯속 영감 교유기(交遊記)

오솔 2011. 2. 27. 07:49

 

하우스 안의 새파란 고추모종을 보나 까치의 지저귐을 보나 봄은 봄이다. 찾아가 뵌다는

말을 경상도 지방에서는 투박하게 들여다본다고 표현한다. 노환 중인 버갯속영감님을

오며가며 들여다보지만 갈수록 차도는 없다.

 

 

                                                                         버갯속영감댁의 하우스 고추 모종 

 

                                                                           은행나무와 까치집 그리고 까치

 

오늘 아침나절에 오줌을 빼내는 일로 병원을 다녀와 피곤하신지 코를 골며 주무시는

바람에 눈길은 마주치지 못하고 할머니가 주는 팩 두유 만 먹고 돌아왔다.

내가 써 드린 입춘방이 붙은 대문을 지나 안마당에 그리고 안채까지 봄이 왔다. 그러나 

방 안의 버갯속영감님에게 봄은 아직 없다. 처마 앞 쪽에 길게 늘어선 표창장,감사장,

위촉장 들이 오늘따라 새삼 눈에 띈다. 도내리 이장 28년의 이력이 그걸로 일목요연하다.

석포는 영감님의 호다.

 

 

 

 

 

집에 돌아와 거실 인방 가운데 걸려있는 복조리를 다시 본다.  다람치 만드는 솜씨까지

자랑하던 버갯속영감님이 4년 전 정초 이맘 때 직접 만든 복조리를 가져와 손수 달아

주었다. 복조리를 가져오면서 못까지 챙겨왔다. 못도 어느 것이 맞을 지 몰라 크고 작은

여러 개를 함께 준비해오는 치밀함을 보였다. 조리 양쪽에 영감님 말대로 새 지폐를 놓고

그 위에 김밥을 만들어 얹었다.

지금 건강 상태라면 저 복조리가 버갯속 영감님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 같다. 

 

 

 

 

 

 

 

버갯속영감님 관련된 글에서는 뭔지 모를 정서적 윤기가 느껴져요.
버갯속영감님의 근황을 화면으로 나타내지 못하고 글로만...
역시나 많이 편찮으셨군요
요사바사 표현은 못하셨지만
아마도 오솔님께 보내드리는 정은 깊고도 높으셨구나를 짐작합니다
우직스럽게 사랑하는 방법
안색이나 말로 표현하지 않으시는 깊은 남정네들의 속정을
여기서도 다시 느끼게 됩니다
낫으셨으면 얼마나 좋으셨을까를 새삼 되뇌어 봅니다.
그 영감님한테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가끔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달려있는 복조리를 볼 때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