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갯속 영감 교유기(交遊記)

오솔 2013. 3. 28. 02:22

 

 

 

 

 

 

"도둑이 들었슈."

 

점심 무렵에 우리 집으로 찾아온 김 계장이 말했다.

 

"도둑이라뇨?"

 

"다 파먹어버렸슈. 한톨도 안남기구 쥐새끼가 절딴 내버렸다니께유."

 

김 계장과 같이 어제 모종판에 상토를 채워 노랑,주황,자색 세가지 색깔별로 뿌려둔 파프리카 씨앗을

밤새 새앙쥐가 들어와 다 까먹어버렸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뿌리고 남은 파프리카 씨앗 봉지를 다시 꺼내주며 말했다.

 

"곁방살이 집에도 도둑이 드는구만유."

 

 

 

 

 

느지막 해질무렵에 버갯속영감님댁 하우스를 찾아가보았다.

 

새앙쥐들이 설치고 간 현장은 이미 정리가 되었다.

다만 육중한 고무다라 두개가 놓여있었다.

 

덮어둔 비닐에 뚫어놓은 구멍을 나는 조심스레 들여다 보았다.

파프리카 모종판이 그곳에 있었다.

 

 대형 고무다라에 모종판을 안치시킨 것이다.

 

 

 

 

하룻밤 사이에 곁방살이 신세에서 철옹성으로 들어간 파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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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파프리카 육묘는 실패인가, 성공인가.

 

 

 

 

 

 

 

 

 

 

 

시상에...! 시상에...!
새앙쥐들이...!
써글넘들이네!
들쥐,생쥐,곰쥐,날쥐,시궁쥐,장님쥐,다람쥐에 새앙쥐까지...돼지. 돼지는 아니고...
그러고 보니 온 시상이 쥐놈들의 시상이네요.
새앙쥐 머리 못 당해요.
파프리카는 맛있게 드시겠습니다.
원래 어렵게 한 두개 열린게 꿀맛이거든요.
쥐때문에
올핸 이러구려 귀한 파프리카
먹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