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하신다구요?

오솔 2014. 3. 12. 05:58

 

 

 

 

 

 

 오늘따라 어깨죽지가 아프다.

 

 

 

 

우리집 감자밭 한 이랑 길이는 거의 50미터다.

 

건너편으로 넘어가려면 이랑 중간에 통행로를 서너 군데

뚫어주어야 한다.

아직 작물이 자라지않은 지금이야 고랑을 딛고서 사쁜히 넘나들 수 있지만

날이 풀리면 곧 상황이 달라진다.

 

먼 거리를 돌아가는 참을성도 처음 몇 번이지 

비지땀이 흘러내리는 오뉴월엘랑 에라 모르겠다며 은근슬쩍 뛰어넘다가

지나가는 뱀에 발을 들여놓기 다반사요, 

물을 준답시고 호스를 걸쳤다가 잘 자라고 있는 감자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밀쳐 뭉개버리거나 송두리째 꺾어놓기 십상이다.

 

그럴 바에야 애당초 길을 트는 편이 낫다.

감자밭 '보행자 건널목'이다.

 

감자를 심고 비닐멀칭을 할 때 쇠막대를 꽂아 '횡단보도 부지'임을

미리 측량해두었었다.

 

느지막한 시간에 그 공사를 마치긴 마쳤다.

 

어깨죽지가 아픈 건 그 일 때문이 아니다.

 

 

 

 

 

 

날마다 오늘은 이 일이다 작정을 하고 문을 나서나

밭에선 엉뚱한 일에 하루해가 저물고 만다.

 

매실나무와 밭고랑 사이에 너저분한 마른 잡초를 제거했다.

지난 해 가을의 잔재다.

두어도 그만 걷어도 그만, 거름이 되기는 매일반이다.

 

건성으로 시작한 게 시간이 많이 잡혔다.

 

쇠스랑으로 긁고 일일이 걷어내서 매실나무 둔덕에 올리고 나니

밭과 나무 사이의 경계가 드러나면서 

우선 보기에 시원하다.

 

 

 

 

그리고 축대 밑에 물고랑을 팠다.

장마에 앞서 해마다 한번 쯤 정리를 하는 일이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인데다 마침 내일 비가 온다기에

이왕이면 서둘렀다.

 

 

 

 

 

잊어버릴가 지금 보이는 이것에 먼저, 

혹시나 때를 놓칠가 눈에 띄는 저것에 손길이 닿는 게

농촌 일이다.

 

두서가 없다. 

 

오늘이 꼭 그짝이다.

 

 

 

 

 

 

 

 

 

 

 

 

 

 

 

 

 

마지막 사진이 모든 걸 말해줍니다.
힘내세요!!! ^^*
감사 감사합니다.

반갑게도 오늘은 비님이 오신다니
마중나갔다가...
엉망진창 비닐하우스 창고 정리나
하렵니다.
휴-우~,
그래서 귀촌은 꿈도 안 꿉니다.
조그만 화초들과 즐길겁니다.^^*

하지만 일하고 땀 흘리며 흙의 냄새를 즐기시는
오솔님은 참으로 좋아보입니다.
귀촌이라는 말로
꿈자리까지 사납게 해드린 건 아닌지요.
어린시절의 촌년은 제 별명이었습니다.
얼마나 산으로 냇가로 뛰어 다녔는지요.
아버지도 교직에 계셔서 삽을 들어본 일이 없는
제 마음속 귀촌은 놀러다니는 시골이랍니다.
그래서 도내리 오솔길에 항상 놀러오고파요.
아프고 난뒤로 전원주택 생활도 내게는 힘들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도내리 오솔길을 보고 '바로 이곳이구나 ! 내가 놀러다닐곳은...'
제게 땀 흘리고 낑낑대며 작은 화초라도 기를수 있는 의욕을 주신 오솔님의 귀촌일기인데
꿈에라도 놀러가고 싶습니다.빼꼼이도,진돌이도 보고싶고...
너무 길었나요?
한때
촌놈,촌년 아닌 사람 손들어보라 하세요하하.

놀러오세요.
민들레 피는 사월이든,
청보리 내음 몰려오는 오월이든요.
멀칭을 해놓은 이랑이 100m는 족히 돼 보이는군요.
뛰어넘다 밟느니 천천히 유턴? 중간쯤에 보행로는
수고스럽지만 차암 잘하신 일 같습니다.
자유만세. 감자밭 교차로에는 신호등이 없다우.
건널목 횡담보도에서 간혹 불청객을 만나는 일만 없다면 좋으련만.
자주 놀러올께요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