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무 아리랑

오솔 2022. 1. 23. 05:56

 

38.

 

 

< a 레터 >에서 이렇게 이어갔다.

 

 

 실질보다 타이틀만 컸습니다.

 

다시 < 표 >로 돌아가 봅시다.

 

Top은 품질이라는 경영과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 밑에서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또 < 품질 제일 >의 구호를 사장에서부터 현장까지 모두가 복창만 했지 실질적으로 전개해 내려가는 체계적인 접근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이는 실행과 목표를 전제로 한 구체적인 전략이 없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그 동안 실질이 소홀히 되고 타이틀 만 컸습니다.

 

< 표 >에 나타난 우리의 약점이 바로 이런 것입니다.

 

 

 

일관성이 유지되고 있습니까

 

최근 이희종 CU장님으로부터 인쇄물 하나를 받았습니다.

 

< 산전부문이 나아가야 할 방향 >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자료는 우리 산전부문이 섹터로 출발할 때인 7 년 전에 섹터장으로 오셔서 전 관리자들 앞에서 강의하신 내용의 전문이었습니다.

CU의 통합을 앞두고 사업활성화를 위한 신체제 확립에 우리 모두가 몰두하고 있는 이 시점에 7년 전의 상황과 오늘날 우리 앞에 전개되고 있는 현상을 비교해 보기에 안성맞춤인 그러한 자료였습니다.

 

산전CU의 기반이 되는 전략방향의 본질에 흐트러짐과 달라진 점이 없이 그때나 지금이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내용 중에 < 합작이란 우리의 성장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생각해야 함 >을 요약하여 옮겨보면,

 

- 합작을 한 지 10년이 되면 그 분야에서는 합작선과 같은 수준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합작 당시보다 지금(1987)에 와서 더욱 격차가 커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 기술료나 특허료 등 ) 대가를 치뤘으면 우리의 실력으로 만드는 것이 목적입니다.

- 세계화, 국제화에 눈을 돌려야 합니다.

- 오히려 나쁜 점만 취하여 자주성을 상실한 점입니다. 등.

 

그런데 의문은 최고경영자인 사장의 의지나 철학이 우리 조직에 얼마나 뿌리를 내렸느냐 하는 점입니다. 특히 외국기업에 의존한 기술적인 안주가 우리의 자주기술 개발의식을 약화시켰다는 부분이 더욱 그러합니다.

 

7 년이라면 짧은 기간이 아닌데 한쪽귀로 듣고 다른 한쪽으로 흘려버리는 그런 타성이 빚은 결과가 아닐까요.

 

 

 

왜 해야 하는지를 알아야지요

 

요사이 < 리엔지니어링 >이나 < 벤치마킹 >이니 하는 붐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날 ZD, VI, VE, MRP, 간판, TQC 등 셀 수도 없이 많은 경영기법들이 도입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구호도 요란했고 행사도 많이 했지요.

 

그러나 과연 지금 우리의 체질 속에 얼마나 남아있습니까. 진실로 우리 경영에 접목시키는 노력, 바로 내 자신의 일로 생각해서 온몸을 던지는 그러한 정성이 부족했던 탓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 왜, 우리는 지금 리엔지니어링 개념을 도입해야 하고 벤치마킹을 해야만 하는지. ”

 

이에 대한 해답을 우리들 스스로가 온몸으로 느낀 다음 이라야 제대로 될 것입니다. 가슴에 와 닿는 체감이 없이는 호소력도 없을 뿐더러 아무래도 추진력이 떨어집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경영과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 품질향상 >.

 

“ 사업 초창기에도 했고, 지금도 열심히 하고, 앞으로도 그대로 하면 되겠지 ” 하는 막연한 다짐보다는 왜 오늘날 이 시점에 품질관리, 품질향상을 해야 하느냐 하는 자문자답에 충실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실질적이고 우리 체질에 들어맞는 ‘ 우리것 화 ’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주파수를 맞출 시간입니다

 

얼마 전 이런 통계를 본 적이 있습니다.

< 우리 사회에서 법이 잘 지켜지지 않는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는 물음에 33%가 < 법이 복잡하다 >, 24%가 < 법 집행이 엄격하지 못하다 >...

 

< 준법질서 파괴의 주범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는 질문에는 < 정치인이다 >가 61%였습니다.

이 통계에서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규정이나 절차를 만들고 솔선해서 지켜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등한시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공감하여 지켜질 수 있는 규정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도저히 지켜질 수 없는 규정이라면 그 규정을 바꾸어야 하겠지요.

 

계전 청주공장에 가보면 < 룰을 지키자 >라는 표어가 눈에 띕니다. 조금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이런 표어를 걸 수 있는 용기에 찬사를 보냅니다. 룰을 따르지 않는 건 반칙을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 옐로 카드 >를 받거나 퇴장을 당할 수밖에 없지요.

 

상식입니다. < Rule & Process >. 품질향상의 길에는 왕도가 따로 없음을 뜻합니다.

 

올해 사장 신년사에  “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다 ” 는 표현이 있습니다.

大를 위해 小를 희생시키자면 아픔이 따르겠지요. 우리 스스로 앞날을 크게 보면서 < HOW TO >를 이끌어내는 데 지혜를 모읍시다.

초일류로 가는 길에 잘못 맞추어 진 주파수를 바로잡을 시간이 지금입니다. “

 

 

 

 

 

 

(1993년) 12월 23일 제2차 중간 보고회는 산전의 중요 12개 사업에 있어 전략적 요건과 과제, 그리고 그 해결방안을 끌어내는 것이 이 날 보고의 핵심이었다.

 

이미 첫 보고회에서 ‘ 품질관리와 품질의 향상 ’, ‘ A/S ’, ‘ 신제품의 개발 ’, ‘ 저 COST 생산 ’ 등, 네 가지가 사업의 횡적 기능에서 핵심과제임을 추출한 바가 있었다. 그리고 이 네 가지 테마의 해결을 위해 전사적인 대책이 검토되었다.

 

품질과 A/S가 각 사업의 KFS임에도 불구하고 수준이 낮은데 다시 한번 공감했다. 품질과 A/S야 말로 산전CU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경영과제일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개선한다면 사업에 가장 큰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과제임을 확인하였다.

 

 

 

94년 1월 14일.  < 품질향상 파이롯 프로젝트 >의 킥 업이 있었다. 에이플랜 팀으로서는 새해 첫 행사였다.

 

산전CU 4사의 사장을 비롯한 전 경영회의 멤버와 관련 사업부장이 참석했다. 팀 관리자들도 참석하여 본사 임원회의실은 열기가 넘쳤다. 새해 벽두인데다 품질 문제여서 긴장감이 감돌았다. 품질문제는 우리의 영원한 테마임을 실감나게 했다.

 

제 1단계로 3 개월 동안, 산전의 자판기, 계전의 VCB, 기전의 Relay, 하니웰의 Valve를 파이롯 과제로 선정하였다. 품질개선의 중요성이 높고 빠른 시간 내에 개선의 여지가 큰 모델 사업부를 각 사 별로 하나씩 선정하여 파일롯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킥 업의 배경은 에이플랜의 1차와 2차 중간 보고회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된 품질문제의 팔로 업의 일환으로 ‘ 품질 ’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긴급하게 채택한 프로세스였다. 각 사는 지난 보고회 이후 추진팀을 구성하여 팔로 업 체제를 만들었다.

 

 

에이플랜 팀의 윤용호가 제안 설명을 했다.

 

“ 관리자의 태만, 담당자의 잘못된 의식 등으로 기본적인 품질관리 업무조차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품질의식과 태도를 근본적으로 전환하여 품질 향상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환경을 시급히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

 

CU의 공통과제로 '공장의 품질관리', '설계의 품질 개선', '외주업체의 관리와 지도', '품질관리 정보의 수집과 분석' 등 네 가지를 주요 현안으로 선정하였다.

 

“ TA先에 속박이 되어 있습니다. TA先의 설계도는 신성불가침한 것으로 우리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고의 벽이 더 큰 문제입니다. ”

 

 

 

그러자 이희종 CU장이 말했다.

 

“ 우리는 TA 도면에 대해서 전혀 개선의 의지가 없어요. TA를 통해 상대방의 역사를 사는 것이지 지금 현재를 사는 것이 아니요. 노예근성을 버려야 해요. ”

 

 

산전의 자판기, 계전의 VCB, 기전의 Relay, 하니웰의 Valve 등 4개 파이롯 프로젝트를 담당한 각 사업부의 팀장이 차례로 나와 향후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2 단계로는 1 단계에서 얻은 기술과 지식 즉, 성공체험을 활용하여 년 말까지 CU 전 사업부를 대상으로 확대하여 공유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이희종 CU장은 단호했다.

 

“ 나, 오늘 분명히 말하겠습니다. (제대로 잘 만들) 자신이 없으면 아예 만들지 말아요. ”

 

무언가 준비해온 메모를 보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 작년에 우리 CU 망신당한 일 생각해 봐요. ”

 

바로 그 말이라면 한 마디로 줄초상이었다. 다시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나 엄연하게 우리를 할퀴고 지나간 태풍이었다. 그룹의 이미지, 명예를 실추시켰다 해서 그룹 월례 임원회의 석상에서 산전CU 전 임원을 불러 세워 망신을 준 초유의 사태였다.

 

임기 중에 성기설 부사장의 목이 달아나고 심지어는 임원으로 승진이 되어 신문지상에 발표까지 된 사업책임자가 실제로 임원 자리에는 가보지도 못하고 낙마하고 말았다. 일간 신문 지상 승진 발령으로 그친 사례는 픽션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었다. 

 

 

“ 온 동네에 그런 개망신이 어디 있어요? ”

 

CU장인들 몇 달 전 지난 해 가을에 벌어졌던 상처를 굳이 들추어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 때 그 사단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상했던 기분이 치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 품질을 위한 투자는 아끼지 마세요. 비용 때문에 품질이 안 잡힌다 하는 소리는 제발 하지 말아요. 남의 탓도 하지 말아요. 자기가 할 일만 잘하면 됩니다.

 

사소한 것일수록 좋은 품질을 써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양복 단추는 집에서 꼭 새로 달아야 합니다. 외국에서 사온 와이샤쓰, 다 입고 버릴 때까지 단추 떨어지는 일이 없어요. 조금 만 더 신경을 쓰고 정성을 들이면 되는데 그러한 마무리를 우리는 못합니다.

 

자판기 안에 들어가는 꼬마전구. 그게 얼마냐 ? 10원 20원 아끼려다 그거 클레임 받으면 돈이 얼마나 들어가?  갈아 끼우기 위해 몇 천 원 택시 비가 들어가고 인건비 더 들어갑니다. 배보다 배꼽이 몇 십 배 큽니다. P-COST는 제곱의 효과가 있다고 다 나와있어요.

 

뿐 만 아니고 산전의 이미지가 나빠져 우리의 다른 제품까지 망신을 당하는 걸 몰라요? 심지어는 우리 이웃, 그룹까지 피해를 주는 것 아닌가.

'물건을 판다'는 건 '품질을 판다'는 거와 같아요. '품질을 판다는 게 명예를 판다'는 거와 같다는 게 바로 이런 겁니다.

 

 

오늘 여러분들에게 선언합니다. 정확하게 7월 1일자부터 특채를 없앱니다. 이건 명령입니다. 우리 목숨을 걸고 합시다.

지금 당장 없애고 싶지만 얼마간의 시간을 줍니다. 각 사의 사장 책임 하에 이를 지켜 주세요. “

 

 

 

특채를 없애는 데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였다. 특채는 불량품을 쓴다는 의미였으므로 단연코 목숨을 걸지 않고서야 특채를 할 수 없는데도 능사로 비일비재했다.

 

 

이어 이희종 CU장은 이 자리에서 나에게 별도의 지시를 했다. 거래하는 외주업체의 사장 전원과 사업부장 전원에게 CU장 명의의 공문을 발송하라고 말했다.

 

“ ‘ 94년은 품질 신뢰성을 강화하는 해 ’로 삼아봅시다. 산전으로서 품질에 있어 이번이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다같이 달라 들어 봅시다. “

 

 

 

이희종 CU장의 말씀 가운데 나에게 생생히 박힌 말 한마디가 있었다.

 

“‘ 미기카라 히타리 ‘(오른쪽에서 왼쪽)만 해온 ’ 도매상 인식 ’을 버려야 돼. ”

“ ‘ 바로 당신의 책임 ’이라는 정신이야. 스킬 이전에 의식이 문제야. ”

 

‘ 미기카라 히타리 ’는 전달부였다. 생각 없이 그것만 해온  ‘ 도매상 인식 ’의 사업문화가 하루아침에 청산이 될 그런 성질은 아니었다.

우리들의 내부의 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멘탈 블록을 철거하는 작업이었다. 그리고 탑의 일관성과 리더십이었다.

 

 

 

 

 

 

 

 

< 품질향상 파이롯 프로젝트 >의 킥 업을 계기로 CU장 직속의 전사 '품질경영' 조직이 만들어졌다. 3월 1일자로 창원공장의 곽송희 공장장이 본사로 올라와 품질경영 팀을 맡았다.

 

4월에는 ‘ 전사 품질향상 다짐대회 ’가 열렸다.

 

생산관리혁신 차원에서 품질감사를 실시했다.

 

외주업체의 품질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자금을 조성하여 지원했다.

 

 

 

거센 ‘ 품질의 태풍 ’이 산전 CU에 다시 휘몰아쳤다. 품질 문제는 주기적인 태풍을 동반했다. 지나고 보면 지나가는 바람이었다. 조직을 만들고 다짐대회 궐기대회 한다고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엔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38화 끝)

 

 

 

 

전자공장 품관과장 고인되신 공동철과장의 책내용중에서 <모든 차단기는 공인기관의 시험을 받아 출하하는데 엄청난 경비 시간 인력 낭비고 10년간 해온일이라며 아무도 동의하지 않았다. 상사를 끈질기게 설득하여 시험 면제받는데 성공하였다> 이공으로 이의백공장장이 이사대우로 김회수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였다
나는 일의 흐름의 정체와 비합리성에 대하여 적의와 투지를 갖게 되었으나 업무적인 승리가 건강을 회복시켜주지 못했다
어느조직이나 말만으로 게임이 안된다. 아무리 옳은말을 해도 들어주지 않으면 그만이다. 나는 상사들에게 합리적인 방법론을 제시하면서 그 실천의 결과로 나타나는 눈에 보이는 성과를 들이대었다. 합리지향적 투지와 성과가 승리의 견인차였다. 그렇게 전투에서 승리하며 공장의 실세가 되어갔다.
품질의 태풍, 갑자기 품관 관리자 이분이 생각납니다. 김사장님의 전기과 후배로 배울게 많다 나보다 낫다고 했다 합니다. 몇년후 퇴직하고 건강에 관한 책을 집필하다가 40중반 세상을 떠납니다.
공동철... 기억나네요. 기전에 우수한 인재들이 많았습니다. 일본과 합작회사라 교육 훈련 육성이 체계적이었고, 무엇보다 인재 선발에서 앞서갔습니다.
공 과장이 왜 그 때 내 시야에 안들어 왔을까? 새삼 안타깝습니다.
환단의 후예를 잘 읽었습니다. 전 학원에서 역사강사 했었고 국내외 유적을 꽤 다녔습니다만 이 작품을 읽고 김사장님을 한마디로 間世之材, 이 표현이 적당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감히 독후감을 쓴다는건 결례로 생각하고 김사장님 저술한 다른책도 구입 소장할 예정입니다. 좋은책 감사드립니다
비밀댓글입니다
What was the problem? what happened to "개 망신"? Please explain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