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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은 솔다. 오솔길은 구불구불하다. 오늘도 도내리 오솔길을 간다.
어제까지 이웃 아주머니들이 다들 서둘러 땅콩을 심는 걸 보았다. 이웃 농사를 보면 내가 해야할 일을 안다. 나도 오늘 땅콩을 심었다. 마침 비가 내린다. 종자를 뿌린 뒤에 내리는 비. 고맙다. 땅콩을 심고나면 까치나 산비둘기와 일전을 벌여야 한다. 용케 알고 날아와 고스란히 파먹기 때문이다. 내리는 비가 날짐승의 습격을 막아준다. 농부에게 요일이 따로 없다. 雨요일이 좋은 날.
매실나무 전정으로 잘라냈던 잔가지들이 그동안 말랐다. 쓸어모아 오늘 태웠다. 타면 재가 되고 재는 거름이 된다. 쌀쌀한 이른 아침이라 불을 쬐니 훈훈했다. 봄이 왔다고 하나 아직은 따뜻한 불기운이 좋다.
7백 평 남짓 땅도 거두기 나름. 해야 할 일이 많다. 서서히 농사철이 돌아오고 있다. 보름쯤 뒤면 감자를 심어야 한다. 팔봉면 대황리 박 이장에게 설날 안부 겸 전화를 걸어 씨감자 '수미' 종 한 상자를 부탁했다. 비가 온다더니 비는 아니오고 오후에 들자 날이 확풀렸기에 밭에 내려가 그동안 시간이 나는대로 쉬엄쉬엄 해온 전정, 매실나무를 다듬었다.
"이 늙은이들이 가는디가 워디겠쓔!? 맨날 가는 고 개지." 이른 아침에 마을버스 종점 앞을 지나가다 만난 두 분. 부슬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 읍내로 나가는 아홉시 반 버스가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다. "새벽밥 드시구 아침 일찍부텀 어딜 가슈?"하고 실없이 여쭈어 보았더니... 뻔할 뻔짜로 즉각 되돌아오는 대답이었다. 맨날 가는 그 곳이란, 단골 정형외과병원 물리치료실 아니면 정기적으로 약 타러 가는 약국이다.
오늘은 雪太公인가... 강태공 얼음구멍치기 낚싯꾼. 도내저수지에 드디어 나타났다. 지난 두어 해는 이상난동으로 결빙이 되는 날이 없었다. 쌍섬이 보이는 방조제를 반환점으로 도내수로를 한바퀴 돌아오는 길은 눈보라가 휘날렸다. 오늘도 만 보를 걸었다. 걸을수록 기분 좋은 날.
올해 일흔 넷. 서울에 사는 고등학교 동기 친구 이야기다. 평소 동창 모임이 있을 때면 실력 발휘하던 색소폰 악기 연주 솜씨만 탁월한 줄 알았는데 비누공예 기술까지 있을 줄이야. 나이가 들수록 무르익는 세월의 중후함. 며칠 전에 택배로 보내온 선물, 비누 한 세트. 비누가 아니라 작품이었다. '너무 예뻐서 어디다 모셔두어야지... 허투루 쓸 수 없다.'고 했더니 다 쓰고 나면 또 만들어 보내 주겠다는 약속 문자를 받고 당장 사용해 보기로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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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바라다보면 정남향의 백화산. 가을이 이제 막을 내린 백화산 산행은 휑하니 허전하였다. 평소 중턱 태을암까지 자동차로 올랐던 까끌막 등산로가 오늘 새삼 걸어올라가려니 숨찼다. 애시당초 봉수대가 있는 꼭대기까지 오르려고 한 건 아니다. 오늘 자동차 정기검사를 받았다. 검사장이 마침 백화산 서쪽 능선 등산로 초입에 있었다. 검사가 끝나길 기다려 마음먹고 짬을 낸 것이다. 읍내 나들이땐 늘상 오가는 길목인데 백화산을 지나치기 일쑤여서 한 해가 가기 전에 그나마 발길을 옮겨보았다.
옆집 아주머니가 거북데기를 태운다. 들깨 타작을 마친 뒤 마른 들깻대다. 논두렁 밭두렁 여기 저기서 하이얀 연기가 난다. 구수한 냄새가 번진다. 해마다 이맘때 우리 시골의 정취. 우리밭에도 태울게 많다. 옥수숫대, 해바라기대, 콩대... 바람 없는 어느날을 택해 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태우리라. 익어가는 가을이 이래서 좋다.
안마당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들어온 집배원이 편지 한 통을 전해주었다. 휑하니 떠나가는 뒷모습을 보니 오늘따라 갑자기 진중가요가 생각난다. 노랫말도 아름답지만 곡조 또한 경쾌하다. 사선을 넘나드는 전쟁터, 진중 편지 한 통을 재회의 소망으로 승화시켰다. 행주치마 씻은 손에 받은 님 소식은 / 전선에 향기품은 그대의 향기품은 / 군사우편 적혀있는 전선 편지를 / 전해주는 배달부가 싸리문도 못가서 / 복받치는 기쁨에 나는 울었소
새벽 6시 저녁 6시
꼬부라진 가지는 왜 생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