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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은 솔다. 오솔길은 구불구불하다. 오늘도 도내리 오솔길을 간다.
오늘이 삼월삼짇. 세시 풍속으로 명절 중에 명절, 좋은 날이다. 오늘을 기다려 작년 초겨울에 담근 대봉 감식초 세 통을 꺼냈다. 감식초를 떴다. 1차 발효를 끝내고 숙성에 들어간다. 세상사 무어건 숙성이 되어야 진맛이 나는 법. 올해 말쯤에는 잘 익은 대봉 감식초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된장국거리 솔쟁이, 겉절이로 민들레. 저절로 나서 자라는 야생초들이다. 식탁에 오르면 봄의 운치를 더해주는 계절 채소가 된다. 돌계단 옆에는 돈냉이, 마당 가운덴 아예 머위밭이다. 자연이 마당에 온통 들어찼다. 대문간 입구에 달래.
뒤안의 수돗간 옆 짜투리 채마밭. 지금까지 해마다 너댓 가지 채소 종자가 들어있는 '모듬 씨앗'을 인터넷 택배로 주문해서 뿌렸더니 불필요한 종류가 있었다. 올핸 비교적 자주 먹는 채소 중심으로 내가 배합하여 조제를 했다. 청치마상추, 쑥갓, 시금치... 3종 세트. 일교차가 심해 노지에 파종을 하기엔 이르긴 하나 보온 비닐을 덮는 걸로 무장을 했다. 밑거름으로 미리 사다둔 '박사퇴비'를 넉넉하게 넣어주었으니 결과는 두고 볼일. 이것도 농사 시험이다.
태안 읍내를 오가는 길목에 눈에 띄는 조그만 입간판 하나. 박사퇴비. 얼마나 품질이 좋으면 박사퇴비일까? 그동안 몇 번을 스쳐 지나치다가 오늘은 차를 세웠다. 원료 배합 비율에 계분이 50%라는 성분이 마음에 들었다. 채소 재배는 질소 성분이 많은 닭똥 거름이 최고다. 일단 세 포대를 12.000 원 주고 샀다.
일년 가야 한두 번 나갈가 말가 하는 서산을 어쩌다 오늘 하루에 두 번을 갔다 왔다. 집사람이 대전을 다녀올 일이 있었다. 대전 직행 고속버스가 태안에는 없어 부득이 서산시 버스터미널을 이용해야 했다. 불법 주정차를 단속 중인 경찰을 피해 이리저리 옮겨가며 길 가에 차를 대고 기다리고 있는데... 저 멀리 느긋하게 백미러 속에 나타난...
우리집 벙구나무 순을 따려면 아직 멀었다. 오늘 밥상의 벙구순은 안마을에서 집사람의 마실길에 따라온 것이다. 같은 마을이라도 고갯마루를 다투어 시차가 있다. 저녁밥상에 낙지도 어느 집에서 온 건지 안다. 귀촌 10여 년에 이젠 척하면 삼척이다. 엄나무 순 벙구나무는 두릅과 사촌이다. 아랫밭 비닐하우스 옆에 우리집 두릅을 딸 때가 되었다. 벙구와 두릅을 보면 봄을 안다. 쌉싸레한 그 맛... 비로소 봄이 무르익는다. 때가 되면 자연이 가져다주는 계절의 감각이 이런 거다.
그저께 내린 비에 고사리가 올라왔다. 우리밭둑 건너 언덕배기는 온통 고사리밭이다. 가끔 심심풀이 놀이터다. 금방 비닐봉지에 가득이다. 열중해서 한참 딸 땐 모르다가 나중에야 허리가 뻐근하다. 앗! 고사리다. 우리집 처마밑에도...
씨감자를 심은지 40일이다. 돋아나는 감자 순을 비닐멀칭을 잘라 꺼낸 다음 복토를 해주는 작업을 수시로 해왔는데 오늘 완료했다. 봄 햇살이 따갑다. 덥다. 감자 농사는 우수 경칩에 심고 하지 무렵에 수확하는 100일 농사다. 이제야 절반, 반환점을 도는 셈. 엊그제 내린 비에 부쩍 자랐다. 이제부터 하루가 다를 것이다.
올해도 수선화가 만발했다. 유화를 처음 배우기 시작할 무렵 2012년 봄에 그린 수선화. 마당에 석류나무와 개나리 울타리를 배경으로 10년이 지난 지금 그 자리에 변함이 없다. 두 무더기의 수선화는 줄지도 늘지도 않았다. 그림에서 또다른 세월을 본다. 10년이 마치 엊그제처럼.
구닥다리라고 함부로 안버리길 잘 했다. 40년 된 라디오. 읍내 어느 골목 전파상을 찾아 수리를 하니 곧잘 나온다. 이런 소리사가 아직 남아있다는 게 고맙다. 수리 대금으로 미안한듯 겸연쩍게 3만 원을 요구했고 나는 망서리지 않고 지불했더니 "아껴 쓰세유." 하며 인사했다. 전파상을 옛날에는 '소리사'라고 불렀다.
첫 솎음 배추. 새싹배추를 솎아낸 다음엔 차분히 물을 줘야한다. 남아있는 녀석들의 뿌리가 자칫 들뜨지 않도록 눌러주는 효과가 있다. 집에 있는건 모두 큰 것들 뿐이어서 며칠 전 읍내 나들잇길에 그릇가게에 들러 3천 원 주고 예쁜 물조리개를 일부러 하나 샀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