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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은 솔다. 오솔길은 구불구불하다. 오늘도 도내리 오솔길을 간다.
앞산 솔밭 오솔길. 일 년 열두 달, 마르고 닳도록 다니는 산봇길이다. 지나가는 머리 위로 처음 보는 노란 꽃. 산수윤줄 알았더니... 아니다. 생강나무 꽃. 여기에 생강나무가 있는 줄 몰랐네. 꽃이 피기 전에는...
만산홍엽은 갖가지 단풍으로 말한다. 앞산 솔밭 오솔길에 딱 한 그루. 단풍나무. 역광에 처음으로 자태를 드러냈다.
눈물을 감추려고 하늘을 보니 정처없는 구름 나그네 어디로 가는 걸까 아무 말도 하지않고 부는 바람 새소리에 고개 너머 님 찾으러
봄이 가까이 오면 에서 회원을 대상으로 해마다 실시하는 행사다. 지금까지 한번도 신청해본 적이 없다. 전문 지식도 그러려니와 그 시간에 밭농사지 복잡한 꽃이름을 가진 화초를 스트레스 받아가며 굳이 기르는 건 내 적성이 아니었다. 올해는 신청을 했다. 이 달 말에 꽃씨 종자가 보내오면 원하는 분들에게 나눠주면 될 일.
언제나 그렇듯 눈이 내린 날은 더더욱 조용하다. 창가에 홍시 두 개가 참 따뜻하다. 바깥 홍시 상자에서 막 꺼내온 홍시다. 년말 년시를 맞아 안부삼아 친지들과 통화를 해보니 갑갑하고 답답한 '집콕' 이야기가 주류다. 앞뒤 아귀가 안맞는 정치 방역으로 긴장의 끈을 엉뚱한데서 조인다는 불만도 터져나온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코로나 블루'로 나타나고 있다. 아침나절에 읍내를 다녀오다 북창정미소 근처에서 차를 세워 집사람이 내렸다. 집까지 2 키로 남짓 거리를 걷는 것이다. 나는 저녁무렵에 솔밭길을 걸었다. 북풍 바람 찬 날은 수로를 돌아오는 들판보다 해송이 아기자기한 솔밭 오솔길이 딱이다. 소소한 귀촌의 하루. 코로나를 잊고 산다.
간밤부터 내린 눈이 하루종일 내렸다. 2021년 새해 정월 초하루다. 새해 첫날 내리는 눈은 오랜만이다. 瑞雪이다. 눈사람이나 만들어볼까... 이젠 눈싸움을 할 나이도 아니고... 서로 마주 보고 사진찍어주기를 했다.
농가에 책력 없다고 농사가 안되는 것도 아니다. 옛 어른들처럼 세시 풍속으로 책력 뒷 표지에 게재된 '작괘 조견표' 따라 태세 월건 일진을 따져가며 토정비결 운세를 볼 일도, 봐줄 일도 없다. 17년 전, 도내리 여기에 귀촌해 버갯속영감님을 만나고부터 새해 달력이 나돌 무렵이면 서울 동대문 보석상에서 나오는 일력을 친지들 인편에 수소문해서 구해다 버갯속영감님에게 드렸다. 버갯속영감님은 읍내 서점에서 책력을 두 개 사서 한 권을 나에게 답례 선물로 주셨다. 10년 전 타계하신 뒤론 내가 직접 구입한다. 3천 원 하던 책력이 지금은 5천 원이다. 송구영신... 세모 이맘 때, 책력을 살 때마다 버갯속영감님 생각이 난다.
이른 아침에 걷기운동을 한다. 6천 보쯤 걷는다. 아침 안개가 좋다. 자욱한 물안개가 얼굴을 스치는 느낌이 삽상하다. 요즘처럼 날이 풀어져 안개가 두터울수록 운치가 더 있다. 안개가 아니라 미세먼지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달라진다.
도내수로에 얼음 구멍치기 낚싯꾼이 나타날 정도로 며칠 전 추위는 충청도답지 않게 길고 매서웠다. 밭에 무는 얼지않았다. 크기가 크지않아 단단해서 여간해서 얼지않는다. 밭에다 그대로 두고서 수시로 빼다 먹는 용도인 월동무다. 다음 주에 한파가 다시 들이닥친단다. 혹시 또 몰라 거름부대에 두 자루를 주섬주섬 뽑아담아 현관 안에 가져다 두었다. 이미 땅 속에 묻어둔 무 50 개는 동밭에서 내년 봄을 기다리고 있다. 무를 많이 먹는 편이라 마음이 든든하다.
대봉감 한 접, 단감 두 접... 갯수로 300개가 넘는다. 임시로 스틸로폼 상자에 보관해 두었던 걸 꺼내보니 당초 생각했던 것 보다 양이 많다. 그동안 반쯤 홍시가 되었다. 큰 통으로 세 통이다. 발효가 되면 거품이 올라오기 때문에 여유있게 넣어야 한다. 용기가 작으면 발효가 되어 넘치는 바람에 혼난 적이 있다. 감나무에서 감을 딸 때 감식초를 담궜으면 될 일을 날이 추운 이 때 새삼 하려니 뒷북을 치는 느낌이다. 해가 가기 전에 해야 할 일을 하고나니 후련하다. 몇단계 절차를 거친 다음 내년 년말에나 감식초 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주에 서울에 있는 병원에 올라가서 정기검사를 하고 내려와 오늘은 결과를 보는 날이다. 코로나 난리통에 둘이 올라갈 것 없이 집사람이 대신 갔다. 수면내시경에서 조직검사를 두 곳이나 했던 터라 한 주일 내내 기분도 어수선했을 뿐 아니라 식욕도 떨어졌다. 조직검사 결과는 이상이 없었고 역류성 위산 과다를 계속해서 조심하라는 당부와 함께 처방약을 가지고 내려왔다. 캄캄한 새벽 6시에 집을 출발해서, 10시 의사 면담 10분에, 집에 되돌아온 시간은 오후 3시. 아홉 시간의 여정에 내가 한 일은 간식용 '다시마말이 김밥' 도시락을 만들어 괴나리봇찜에 넣어준 것 뿐...
해거름 느지막한 시간이었다. 2박 3일 서울을 다녀와서 입은 옷에 맨 먼저 찾아간 곳은 앞산 솔밭, 도내리 오솔길.
올핸 김장배추가 밭에 아직 그대로 있다. 해마다 김장무와 배추 농사를 빠뜨리지 않고 짓는건 재배 자체가 즐겁기도 하지만 나눠먹을 누군가가 있기때문이다. 해마다 김장철이면 읍내 노인복지회관에 기증을 해왔는데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복지관 식당이 폐쇄되어 우리밭에 무 배추가 갑자기 남아도는 것이다. 집사람이 신세를 지는 안마원에서 마침 김장을 한다기에 튼실한 놈들을 골라 몇 개 오늘 뽑아다 주었다. 코로나 시대에 갈 곳을 잃은 배추... 그나마 홀가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