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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은 솔다. 오솔길은 구불구불하다. 오늘도 도내리 오솔길을 간다.
우리 채마밭에 고라니떼가 지나갔다. 상치를 싹뚝싹뚝 잘라먹었다. 그것도 위에 부드러운 부분만 골라서. 마당에 감나무 세 그루. 아침마다 조회를 하듯 직박구리가 떼지어 날아온다. 먹다가 떨어뜨린 홍시가 맛있다. 고라니도 먹고 직박구리도 먹고... 사람도 먹고. 이게 자연이다.
가을해가 갈길이 바쁘다. 내려다보면 앞뜰은 여섯시 반이면 벌써 햇살이 퍼진다. 먼저 마당에 풀을 깎았다. 딱히 서둘러 해야할 일이 없다싶으면 하는 일이다. 올해 마지막 풀깎이가 될가?
흐드러지게 피었던 능소화는 송이째로 낙화되어 속절없이 졌다. 이젠 몇 닢 남기고 댕그러니 박 만 남았다. 능소화 가지를 타고 박 넝쿨이 기어올랐던 거다. 서편 울타리 끄트머리에 배롱나무에 어느새 빨간 기운이 돈다. 백일홍이다. 능소화 지자 백일홍이 핀다. 얼커렁설커렁 순리대로 어우러지는게 자연이다.
나이가 들면 새벽잠이 없다더니... 오밤중에 대낮같은 달빛에 선잠을 깼다. 밤새 활짝 열어둔 창문으로 월광이 덮친 것이다. 일어나 책력을 펼쳐보니 아니나다를가 보름이다. 오랜만에 보름달. 열대야 아니었으면 망월을 놓칠뻔 했구나. 풀벌레 소리가 몰려온다. ----------- 獨樂堂은 벼슬에서 물러난 이언적이 기거했던 사랑채다. 옆쪽 담장에 좁은 나무로 살을 대어 만든 창을 달아 이 창을 통해 앞 냇물, 자연과 하나가 되었다. 훗날 조선조 광해군 때 박인로가 경상북도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에 있는 옥산서원의 독락당을 찾아 이언적의 행적을 기리며 '독락당' 가사로 노래했다. ....사마온의 獨樂園이 좋다 한들 그 속의 즐거움 이 독락에 견줄소냐. ....맑은 시내 비껴 건너 낚시터도 뚜렷하네. 묻노라, 갈매기..
유월이다. 시도 때도 없이 비가 온다. 봄장마라고도 하고 어떤이는 이러다 여름 장마와 겹치게 아닌가 하면서 푸념을 한다. 밭농사하는 농삿꾼은 가뭄보다 장마에 애를 먹는다. 요즘 한창 마늘을 캐야하는데 질척거려서 못캐고 고구마 심어야 하는데 고구마 순이 웃자라도 기계장비가 들어갈 수 없어 미뤄야 한다. 세상사 모두가 그렇듯 농사도 때가 있는 법. 우리집 감자밭도 잡초가 무성하다. 쉬엄쉬엄 뽑아주어도 금방 다시 돌아보면 저만치 또 자라나 있다. 잦은 비 때문이다. 오늘은 예초기까지 동원하여 대대적 잡초 소탕전(?)을 벌렸다. 밭둑 가장자리에 칡덩쿨과 한삼덩쿨이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감자밭으로 쳐들어오고 있다. 초장에 제압을 하지 않으면 여름내내 애를 먹는다. 감자밭에 이런저런 잡초를 일일이 손으로 뽑아내다..
문이 없는 우리집 대문을 보고 어느 분이 "자연과 그대로 소통하시는군요..."라고 하신 적이 있다. 대도무문이라는 말도 있긴 하다. 어수선하게 자라던 넝쿨장미를 지난해 깔끔하게 잘라주었더니 올봄에 새로 자라나 하얀 꽃을 피웠다. 감나무를 둥지를 타고 담쟁이가 기어오른다.
토란 모종을 내다 심은 뒤 땅콩 모종이 비닐 하우스 안에 남아있다. 열흘 출타로 조금 늦었긴 해도 애써 만든 모종이니 만큼 하루라도 빨리 밭에 내다 심어어야 한다. 집사람이 거들어 주고 나는 심고... 자연의 힘이란 오묘해서 일단 땅에 심어만 두면 지열과 땅심으로 자라나는 건 시간 문제. 오랜만에 밭에 나온 김에 밭고랑에 잡초도 뽑아주었다. 엊그제 내린 비로 잡초 뽑기가 그나마 수월하다. 봄 햇살이 곱다.
날이 풀려 서재를 정리할 겸 문을 열었더니 맨 먼저 찾아온 손님. 박새 한 마리. 겁도 없다. 이 구석 저 구석을 오가며 한참을 놀다가더니 또 날아왔다. 자연이란 이런 것.
된장국거리 솔쟁이, 겉절이로 민들레. 저절로 나서 자라는 야생초들이다. 식탁에 오르면 봄의 운치를 더해주는 계절 채소가 된다. 돌계단 옆에는 돈냉이, 마당 가운덴 아예 머위밭이다. 자연이 마당에 온통 들어찼다. 대문간 입구에 달래.
그저께 내린 비에 고사리가 올라왔다. 우리밭둑 건너 언덕배기는 온통 고사리밭이다. 가끔 심심풀이 놀이터다. 금방 비닐봉지에 가득이다. 열중해서 한참 딸 땐 모르다가 나중에야 허리가 뻐근하다. 앗! 고사리다. 우리집 처마밑에도...
정직한 건 자연이다. 머위 날 때 머위 나고 토실토실한 부추가 밥상에 오르면 어김없이 봄이다. 나는 언덕배기 뽕나무 아래서 첫 머위를 꺾었고 집사람은 채마밭에서 올해 햇부추를 잘랐다. 첫 부추는 사위도 안준다나?! 사위사랑 장모라던데... 사위가 들으면 얼마나 섭섭할가.
거실 창문을 내다보고 있노라니 하루에도 몇 번 제집처럼 드나드는 산고양이가 오다가다 찾아와 처마밑 새우젓통에 고인 낙숫물을 맛있게 마신다. 어제 내린 빗물이다. 어디서 날아들었는지 어느 해 달래가 나기 시작하더니 해마다 그 자리에 달래가 나서 자란다. 가을이 되면 종자가 떨어져 번져나간다. 봄이 아직 여물지도 않았는데 올해도 벌써 손가락 길이 만큼이나 자랐다. 데크 앞 마당 양지바른 곳이다. 아니나 다를가 뒤안의 부추밭에도 뾰쪽뾰쪽 부추 새싹이 돋아났다. 바로 옆 방풍나물도 저만치 쑥과 냉이도 다함께 날 좀 보소 손짓을 한다. 모두가 자연이다. 자연은 그대로 두면 되는 것.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인데 천릿길 남쪽 충청도 이 고장엔 얼음이 꽁꽁 얼었다. 강추위가 다시 찾아왔다. 칼바람에 더더욱 체감온도는 곤두박질이다. 앞산 솔밭길을 걸었다. 녹다 말다 며칠 전에 내린 잔설을 밟으며 걸었다. 솔카지 사이로 내리비치는 햇살이 따사롭다. 소나무 등걸, 솔뿌리 사이에 돋아나는 이끼들. 새파랗다. 어김없이 자연은 정직하다.
죽죽 줄기가 뻗기 시작한다. 기가 펄펄 산다.
동서로 수내수로가 가로지르는 앞뜰은 모내기가 한창이다. 나는 하루종일 제초 작업을 했다. 장독 마당, 윗밭, 아랫밭 계단을 오가며 풀을 깎는 하루였다. 갈수록 기세등등해지는 잡초. 더 이상 기고만장해지기 전에 기선을 제압할 필요가 있다. 모든 게 때가 있는 법. 더 이상 방치하면 통제불능이다. 좀 더 일찌감치 풀을 깎는다 하면서도 모종 심느라 미뤄왔다. 하루 종일 예취기를 들고서 잡초와 씨름을 했다. 잡초의 저항이 거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