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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은 솔다. 오솔길은 구불구불하다. 오늘도 도내리 오솔길을 간다.
나무가 허물을 벗는다. 봄맞이 단장을 하듯. 마당에 있는 배롱나무와 감나무를 보면 둥치에 껍질을 벗은 모습이 전혀 딴판이다. '나무 백일홍'이라고 불리는 배롱나무는 매끈하다. 너무 매끈해서 원숭이도 미끄러진다는 '미끄럼 나무'. 겨울을 지나며 언제 벗어 던졌는지 속살이 하얗다. 모든 걸 미련없이 내준다는 무소유의 의미를 부여해 절간에 많이 심는다. 한여름까지 100이 동안 붉은 꽃을 끊임없이 피어 낸다 해서 일편단심 충절의 나무로 서원이나 서당에는 반드시 배롱나무가 몇 그루 있었다. 여름이면 옷을 입고 겨울이면 벗는 나무... 허물을 벗어 던지는 자연에서 배운다. 배롱나무는 여기 태안군의 상징 나무다.
오랜만에 집사람을 따라 나선 재래시장은 썰렁했다. 조석시장이라 불리는 서부시장 들머리의 모종 시장, 일년내내 북적대던 모종 아지매 가게도 돌아오는 새봄을 기약하며 야무지게 철시했다. 어물전으로 가보았다. 물텀벙이와 병어가 물이 좋다. 생선도 생선이지만 모자반, 톳, 파래가 좌판에 나왔다. 초겨울 이맘 때 계절 음식으로 두부 톳 나물, 파래 초무침이 제격이라 눈길이 먼저 간다. 재래시장에 오면 으레 찾았던 500원 짜리 꿀 호떡집... 이젠 이런저런 이유로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는 지난날 한 때의 추억. 이래저래 겨울은 춥다. 그나마 저만치 순대집 하얀 김이 따사롭다.
오늘 읍내 칫과에 갔다가 치료 순서를 기다리는 중에 옆에 앉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본의 아니게 엿듣게 되었다. 주요 물가 정보의 누설이자 취득이었다. ... 올핸 소금값이 크게 오를 거란다. 최근에 시도때도 없는 봄 장마에 염전에서 소금 생산이 부진하다는 것. 그동안 재고로 쌓여있던 소금도 바닥. 20 키로 천일염 소금 한 포가 2만7천 원으로 고공행진이란다. 여름 장마에 얼마까지 오를지 모른다는 얘기. 하긴 며칠 전에 24.000 원이었다. 게다가 1인 3포 한정 판매한다는 문구를 농협 하나로 마트에서 본 적이 있다. 천일염 소금 생산지 태안에서 소금마저 품귀? 소금 배급제 시대가 오는 건 아닌지? 해마다 가을 김장철이면 농협에서 조합원 환원사업으로 소금 한 포를 나눠주는데 그다지 반갑지 않았다. ..
많아야 좋으냐... 맛 맛이다. 아들이 안면도에서 방금 잡아왔다면서 해거름길에 설게 한 봉지를 전해주고 선걸음에 돌아간 옥향할머니. 태안반도 우리 고장의 명물. 저녁 밥상에 설게찜. 쌉쌀하고 짭쪼름한 맛. 4월은 알이 밴 설게 철이다. 뻥설게라는 별명도 재미있다. 안면도 어디 가서 잡았는지 위치를 안다. 고남면 해변의 백사장이다. 8년 전에 해루질 체험삼아 설게를 잡으러 같이 간 적이 있기 때문이다. 가는 도중에 태안읍내 철물점에 들러 뽕 막대를 3만 원에 샀는데 그 뽕대가 처마 한 구석에 아직도 그대로 있다. 그 때 일곱 마리를 힘들게 잡았다.
온다했다 아니온다 하더니, 봄비답게 봄비스럽게 내리는 봄비. 꽃잎이 젖었다. 마당에 수선화, 장독대 매화, 울타리 개나리.
땀 난다. 웃옷을 벗었다. 매실나무에 걸쳐두었다. 하룻새 어제완 전혀 다른 날씨. 완연한 봄이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우리동네는 감자보다 주로 고구마를 심는다. 태안 황토 호박고구마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황토흙에서 재배한 고구마가 아니랄까봐 태깔부터 노랗다. 달고 맛있다. 방죽 하나를 지나면 바로 이웃 서산시 팔봉면이다. 해마다 감자축제가 열리는 감자의 고장. 이렇듯 샛강 하나 건너고 산등성이 한모랭이 넘어가면 작물이 달라진다. 작년에는 고구마를 심었으나 올핸 감자로 바꾸었다. 감자는 유월 달에 심는 고구마보다 서너 달 빠르다. 감자가 첫 농사인 셈이다. 이웃에 부탁을 해서 서둘러 밭갈이를 했는데 일이 꼬이려느니 밭갈이를 한 직후에 예상보다 많은 비가 내려 여간 거추장스럽지가 않다. 이미 잘라둔 씨감자가 비닐하우스 안에 대기하고 있어 밭이 마르기를 하냥 기다릴 수 만 없다. 씨감자를 심기 시작했다. 진창 흙이 달라붙는..
명절을 지나면 뭔가 허허롭다. 차례상에서 내려온 과자와 귤 몇 개 싸들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 으레 만리포를 갔었다. 그러나 오늘은 안면도 가는 길도... 몽산포. 만리포나 몽산포나 집에서 30분 거리다. 바깡스철에 열리는 '바다 깃발 미술제'나 '모래조각 축제'에 구경꾼으로 몇 번 왔었다. 청포대까지 이어진 해수욕장 백사장 해변이 길고 광활한데다 흑송 소나무 숲이 일품이다. 마침 물때가 만조라 백사장은 밀물에 잠겨 보이지 않았다. 오랜만에 오늘 와보니 사유지라는 팻말을 붙여놓고 온통 오토 캠핑장으로 변했다. 코로나 핑계로 고향 가다 말고 몽산포로 빠진 건 아닌지 이 많은 캠핑족이 이 겨울에. 발길을 돌려 들어가본 몽산포항이 아늑하고 정겹다. 수산물 시장을 겸한 가게가 줄줄이 다투어 손님을 부른다. 호객..
읍내 잠시 다녀온 사이에 현관 앞에 배달된 포장 상자 하나. 열어보았더니 떡국 떡이었다. 알고보니 마을 경로회장과 총무가 회원들에게 가가호호 일일이 배달했던 것이다. 눈발이 날리는 이 궂은 날씨에. 해마다 겨울 농한기에 노인들을 위해 마을회관을 개방하는데 부녀회에서 조를 짜서 점심 식사를 대접하므로 하루종일 훌륭한 놀이터가 되었다. 태안군청에서 관내 경로회 단위로 점심 식사용 백미를 지원해왔다.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마을회관이 폐쇄되어 10 키로 짜리 열다섯 포대의 쌀이 고스란히 남아버린 것. 문 회장과 이 총무가 떡국 떡을 만들어 회원들에게 나눠주기로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저울에 달아보니 7.5 키로다. 오늘이 대한, 겨울의 막바지에 떡국 한번 실컷 먹게 되었다, 코로나 때문에.
'아항, 마을 보건소 소장님도 왕진을 가시는구나...' 귀촌 16년에 오늘 처음 알았다. 왕진 가방을 자전거에 싣고 나타났던 그시절 의사선생님의 근엄한 얼굴과 여자 소장님의 유쾌한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왕진의 추억... 보건소는 읍내 오가는 길 가에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들러 혈압, 당뇨, 코레스테롤 등 간이 검사를 하면서 집사람과 쾌활무비한 수다를 나누곤 한다. 보조원이 없는 붙박이 1인 소장이어서 그동안 자리를 빈 적이 없었다.
봄이 가까이 오면 에서 회원을 대상으로 해마다 실시하는 행사다. 지금까지 한번도 신청해본 적이 없다. 전문 지식도 그러려니와 그 시간에 밭농사지 복잡한 꽃이름을 가진 화초를 스트레스 받아가며 굳이 기르는 건 내 적성이 아니었다. 올해는 신청을 했다. 이 달 말에 꽃씨 종자가 보내오면 원하는 분들에게 나눠주면 될 일.
바다는 좀체로 잘 얼지않는다. 그런 바다가 얼었다. 보름째 한파다. 북극 한파라고들 한다. 흔히 애교로 불렀던 동장군과 다르다. 가로림만 남쪽 끝. 호수같은 바다. 10여 년 만에 얼었다. 서너 달만에 도내나루에 갔다. 하루에 두 번 조수 간만에 쓸려나갔다가 밀려온 얼음 조각들이 개펄에 질펀하다. 삭막하긴해도 겨울다운 그림이다. 쌍섬의 '해태 바위', 구도항 쪽 언덕에 '카크 다글라스 바위'. 내가 이름을 붙인 도내나루터 지킴이들이다. 볼 때마다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