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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은 솔다. 오솔길은 구불구불하다. 오늘도 도내리 오솔길을 간다.
매화 옛 등걸에 춘절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엄직 하다마는, 춘설이 난분분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입춘첩을 붙였다. 명색이 입춘인데 눈발이 날리고 바람이 불었다. 죙일 을씨년스런 날씨다. 이런 날일수록 움직여야 한다며 나선 길. 크게 살 물건도 없는데 물정이나 살필 겸 오랜만에 서산에 있는 롯데마트를 가보기로 했다. 태안 농협 하나로 마트가 전국에서 몇 번째로 크다 한들 물량이나 태깔이 역시 비교가 되지 않았다. 봄을 지나 여름이 거기 있었다. 형형색색의 파프리카. 8월이면 우리 밭에도 풍성할 것이다.
태안향교 위로 태안의 진산 백화산이다. 향교 옆 태안 초등학교를 지나 걸어내려오면 태안읍사무소. 목애당이 있다. 목민관이 정사를 보던 동헌이었다. 남쪽으로 경이정이 보인다. 경이정에서 재래시장으로 이르는 길이 옛 거리 중앙통이다. 조석시장으로 불리는 재래시장에서 동서로 난 신작로가 현재라면 남북의 이 길은 과거이자 역사다. 걷다보니 우연히 어느 집의 표주박이 기이하다. 태안 귀촌 읍내 출입 17년에 첫 걸음 3000 보. 혹간 빗방울이 있었으나 걸을 만 했다.
밭에서 일 하다 갑자기 읍내출입. 장화 신고 입은 옷 그대로... 나간 김에 잠시 둘러본 모종시장은 단대목이라기엔 아직은 발걸음 숫자가 부족. 때가 이른데다 준비없이 나간 참이라 단골 가게 모종아지매와 눈인사만 나누고 몇 가지 모종 구입은 다음 기회로...
태안읍 외곽에 농자재마트가 새로 생겼다는 광고 전단지를 본 건 꽤 오래 전이다. 오늘 처음 들러보았다. 없는 것 없이 시원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직원들의 응대도 친절했고 얼핏보아 값도 쌌다. 농협 조합원으로서 죽으나 사나 '농협 자재마트'를 이용했는데 대형 경쟁업체가 나타났다. 읍내 나온 김에 모종시장을 갔다. 지금쯤 모종시장이 어떨까 궁금했다. 16년 단골 모종아지매도 만났다. 어린 모종이 바깥으로 나오기엔 날씨가 들쭉날쭉해서 아직 때가 이르다. 4월 말, 5월 초까지 두어 주일은 기다려야 모종시장이 활기를 뛸듯. 모종시장도 그렇다. 십여 년 전까지만 하드라도 재래시장 한 귀퉁이에 모종가게가 두어 집 뿐이었다. 자유 경쟁이 사람을 날쌔게 만든다. 목로주점 아지매 술도 맛있고 싸야 먹는 법.
박, 조선누렁대호박, 맷돌호박을 심을 자리다. 밭갈이 할 때 트랙터가 지나가지 않은 밭 가장자리 여기저기 후미진 곳이다. 비가 온 뒤 땅이 말랑말랑 할 때 파야 한다. 되도록이면 깊이 넓게 파서 퇴비 거름을 미리 덤뿍 넣어둔다. 특히나 박이나 호박은 거름을 좋아한다. 박, 호박 모종을 모종시장에서 사다 심는 건 이 달 말쯤. 대박. 해마다 이맘때, 호박 구덩이를 팔 때면 올핸 얼마나 큰 놈이 열릴까 일찌감치 기대가 만발이다... 읍내 모종시장이 흥청거릴 때가 되었다. 한번 나가봐야지.
50평 쯤 될까... 올해 땅콩 심을 자리다. 한 달 뒤 4월 말에 땅콩 모종을 심을 것이다. 석회고토를 비롯해 유기질 복합비료를 듬북해서 다시 개간을 했다. 보름 전에 트랙터로 밭갈이를 했으나 그동안 비가 내려 땅이 굳어졌다. 괭이와 삽으로 하는 일이라 품이 많이 잡힌다. 내일 곧장 비닐멀칭으로 덮어두어야 한다. 수시로 내리는 비에 땅이 굳어지는 걸 방지하고 돋아나는 잡초를 미리 눌러주기 때문이다. 어느 땅콩을 심으면 좋을까. 며칠 전에 구해둔 빨강땅콩, 검정땅콩, 일반땅콩 세 가지 종자가 있다. 오늘 시식 겸 품평회를 해보았다. 전자레인지에 넣어 4 분을 돌렸더니 알맞게 굽혔다. 씹히는 식감은 검정땅콩이 가장 부드럽다는데 의견 일치. 고소한 맛은 하얀 일반땅콩이 최고다.
마을 정기총회도 생략, 부녀회 총회도 생략, 농협 운영공개도 생략... 정월대보름 마을 윷놀이도 생략, 부녀회 1박2일 봄나들이도 생략... 생략, 생략.... 모두 생략하고서 인쇄물 결산 보고서, 결산 내역서, 배당금 통지서 한 장 덜렁 나눠주는 걸로 끝. 왁자지끌 화기애애하고 따뜻했던 여러 모임들... 아, 옛날이여! 마을 공동체 무너지는 소리 뒤엔 무서운 정적이... 우한 바이러스에서 시작된 신종 바이러스 여파는 어디까지...
백화산 줄기의 서쪽에 태을암이 있으면 동쪽에 흥주사가 있다. 이른 아침 집사람의 한양길 고속버스터미널에 바래다 주고 돌아오다 들렀다. 마침 흥주사 입구라는 팻말이 눈에 띈 것이다. 오다가다 별 생각없이 찾아갈 수 있는 산사가 가까이 있다는 것. 천년 고찰 흥주사는 고요했다.
해무가 두텁게 낀 이른 아침. 서둘러 집을 나섰다. 석양에 돌아왔다. 오늘은 집사람이 모처럼 친구 만나러 한양길을 다녀온 날. 여덟 명의 친구를 음식점에서 만났는데 코로나 방역 수칙으로 네 명씩 두 팀으로 나눠 각 방에서 식사를 했다나 어쨌다나.
읍내서 손님이 왔다. 돌아갈 때 선물... 뻥튀기. 선물이라기보다 기념품이다. 별 것 아닌 것이 별 것이 되는 이런 기념품을 좋아하지않는 분은 없다. 시골살이의 서정이란 이런 것. 촉촉히 비가 온다. 납매가 젖었다. 연이어 내일은 눈소식이 있단다. 온세상이 조용하다.
나는 '영감님'이라 부른다. 17년 전 태안에 귀촌한 뒤 뻥튀기 단골가게 사장님이다. 올해 81세. 중학교를 나오는 둥 마는 둥 열 여덟살 때 시작한 생업 뻥튀기 외곬 인생이 여든 살이 넘었단다. 태안읍내 재래시장 주차장 옆 후미진 곳. 뻥가게가 여기 반경 30 미터를 그동안 벗어나본 적이 없다는군요. 며칠 전에 옥수수 뻥튀기하러 왔다가 너무 북적여 되돌아 나왔는데 그게 미안스러워 오늘 다시 찾았다. 올 때마다 뻥튀기 물량이 쌓여 줄을 서더니 웬 일이냐, 오늘따라 빈 깡통이 을씨년스럽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법... 뻥인생 63 년에 달관한 모습이다. 몸이 움직이는 한 청춘은 있다.
코로나 시절에 더우기 밤나들이로 외식을 한 연유는 오늘이 집사람 귀빠진 날이기 때문이다. 7학년3반에 편입되었다. 찾아간 곳은 '숲속의 정원'. 읍내서 남쪽으로 농업기술센터 가는 길가에서 왼쪽 언덕 위. 태안읍내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백화산 동쪽으로 계곡이 깊은 냉천골에 있던 가게를 3년 전 이곳에 이전하였으나 어쩌다 내가 병원 신세를 지는 풍파에 발걸음이 뜸했다가 부러 오늘 찾은 것. 냉천골에 있을 적에 자주 들린 까닭은 '숲속의 정원'이 읍내 오가는 길목인데다 바로 옆에 통기타 라이브 가수 김 진 선생이 경영하는 버스에 음악장비를 갖춘 커피 가게가 있어 모닥불 피워 놓고 기타 반주에 맞춰 서로 노래 부르고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절묘하게 짝을 이루었나 할 정도로 주인장 이..
"이 늙은이들이 가는디가 워디겠쓔!? 맨날 가는 고 개지." 이른 아침에 마을버스 종점 앞을 지나가다 만난 두 분. 부슬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 읍내로 나가는 아홉시 반 버스가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다. "새벽밥 드시구 아침 일찍부텀 어딜 가슈?"하고 실없이 여쭈어 보았더니... 뻔할 뻔짜로 즉각 되돌아오는 대답이었다. 맨날 가는 그 곳이란, 단골 정형외과병원 물리치료실 아니면 정기적으로 약 타러 가는 약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