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의 모순들

레이니썬 2014. 1. 27. 16:40



항상 그렇듯이 바이블 구절을 조금 읽어보며 생각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때에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다음 해 이맘때에, 내가 반드시 너를 다시 찾아오겠다. 그 때에 너의 아내 사라에게 아들이 있을 것이다." 사라는, 아브라함이 등지고 서 있는 장막 어귀에서 이 말을 들었다.

아브라함과 사라는 이미 나이가 많은 노인들이고, 사라는 월경마저 그쳐서, 아이를 낳을 나이가 지난 사람이다.

그러므로 사라는 "나는 기력이 다 쇠진하였고, 나의 남편도 늙었는데, 어찌 나에게 그런 즐거운 일이 있으랴!" 하고, 속으로 웃으면서 중얼거렸다.(창세설화 18:10~12 새번역)


야훼라는 사막의 잡귀가 아브라함과 사라에게 찾아와 "늬들이 아들을 낳을 꺼야" 라고 말해주는 대목에서 사라가 매우 불경스럽게도 콧방귀를 끼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사막잡귀가 나름 신통력이 있었는지 사라가 결국 아이를 낳게 됩니다.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대로 사라를 돌보셨고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대로 사라에게 행하셨으므로

사라가 임신하고 하나님이 말씀하신 시기가 되어 노년의 아브라함에게 아들을 낳으니

아브라함이 그에게 태어난 아들 곧 사라가 자기에게 낳은 아들을 이름하여 이삭이라 하였고

그 아들 이삭이 난 지 팔 일 만에 그가 하나님이 명령하신 대로 할례를 행하였더라

아브라함이 그의 아들 이삭이 그에게 태어날 때에 백 세라(창세설화 21:1~5)


결국 아브라함은 백살이 되었을 때 아들을 낳는 노익장을 과시했다고 합니다. (어쩌면 사라의 노익장이 더 대단할지도 모르겠지만.. ^^) 요즘같으면 아마 해외토픽감의 사건이 되겠지요. 그리고 이 이야기는 기독교인들에게 "사람들은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일이었지만 야훼의 능력으로 불가능이 실현되었다" 정도의 교훈을 주는 설화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바이블에는 (당연히 기독교인들은 전혀 모르지만..) 아브라함의 노익장 따위는 가볍게 비웃어 주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다음은 룻기에 제시되어 있는 다윗의 계보입니다.


베레스의 계보는 이러하니라 베레스는 헤스론을 낳고

헤스론은 람을 낳았고 람은 암미나답을 낳았고

암미나답은 나손을 낳았고 나손은 살몬을 낳았고

살몬은 보아스를 낳았고 보아스는 오벳을 낳았고

오벳은 이새를 낳고 이새는 다윗을 낳았더라 (룻기 4:18~22)


그리고 이 계보는 마태복음 1장과 누가복음 3장에 제시되어 있는 예수의 계보 중 "베레스 ~ 다윗"의 부분과 잘 일치하기도 합니다. (이 대목에서 기독교인들은 할렐루야~를 외치면서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겠지요.)


그러나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면, 이 계보는 정말 어이없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모든 소유를 이끌고 떠나 브엘세바에 이르러 그의 아버지 이삭의 하나님께 희생제사를 드리니

그 밤에 하나님이 이상 중에 이스라엘에게 나타나 이르시되 야곱아 야곱아 하시는지라 야곱이 이르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 하매

하나님이 이르시되 나는 하나님이라 네 아버지의 하나님이니 애굽으로 내려가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거기서 너로 큰 민족을 이루게 하리라

(중략)

유다의 아들 곧 엘과 오난과 셀라와 베레스와 세라니 엘과 오난은 가나안 땅에서 죽었고 베레스의 아들은 헤스론과 하물이요 (창세설화 46:1~12)


위의 장면은 야훼가 야곱에게 나타나 애굽으로 내려가라고 부추기는 장면으로 시작하여 애굽으로 들어간 야곱 일가의 명단을 나열하는 부분입니다. 애굽으로 구걸가던 시기에 분명 베레스의 아들 헤스론까지 태어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마태에 소개된 예수의 족보를 살펴보면,


유다는 다말에게서 베레스와 세라를 낳고 베레스는 헤스론을 낳고 헤스론은 람을 낳고

람은 아미나답을 낳고 아미나답은 나손을 낳고 나손은 살몬을 낳고

살몬은 라합에게서 보아스를 낳고 보아스는 룻에게서 오벳을 낳고 오벳은 이새를 낳고


헤스론의 4대손인 살몬이 여리고성의 배신자 라합과 결혼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애굽에서 탈출하여 사막에서 도적떼로 활약하던 40년을 제외하더라도(대충 이 기간 동안 살몬이 성장해서 결혼할 나이가 되어 라합과 결혼했다고 이해해주면 되니까.. ^^) 430년 동안 "헤스론-람-아미나답-나손"의 계보만 이어졌으니, 헤스론이 갓난 아기때 애굽이 들어갔다 하더라도 (사실은 이미 동생이 있었으니 그럴리도 없지만..) 그들은 평균 100세가 넘어서 첫째 아들을 낳았다는 말이 되는 것입니다. (헤스론이 람을 100살에 낳으면 애굽 노예생활 330년 남고, 다시 람이 100살에 아미나답을 낳으면 노예생활 230년 남고, 아미나답이 나손을 100살에 낳으면 노예생활 130년 남고.. 아주 간단한 산수지요..)



야훼의 능력이 함께 해서 100살에 아들을 낳았다는 아브라함의 노익장 따위는 별게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ps. 마태에 등장하는 라합을 여리고의 라합이 아니라 우겨서라도 살몬의 시기를 이전으로 올리고 싶어하는 기독교인들은 정복전 이후 사사시대를 거친 후 다윗이 태어나는 과정의 연대도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사실은 지금 상태로도 이 부분의 계보 역시 개판이기는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