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의 모순들

레이니썬 2014. 2. 12. 02:42



모세가 그 증거의 두 판을 모세의 손에 들고 시내 산에서 내려오니 그 산에서 내려올 때에 모세는 자기가 여호와와 말하였음으로 말미암아 얼굴 피부에 광채가 나나 깨닫지 못하였더라
아론과 온 이스라엘 자손이 모세를 볼 때에 모세의 얼굴 피부에 광채가 남을 보고 그에게 가까이 하기를 두려워하더니
모세가 그들을 부르매 아론과 회중의 모든 어른이 모세에게로 오고 모세가 그들과 말하니
그 후에야 온 이스라엘 자손이 가까이 오는지라 모세가 여호와께서 시내 산에서 자기에게 이르신 말씀을 다 그들에게 명령하고
모세가 그들에게 말하기를 마치고 수건으로 자기 얼굴을 가렸더라
그러나 모세가 여호와 앞에 들어가서 함께 말할 때에는 나오기까지 수건을 벗고 있다가 나와서는 그 명령하신 일을 이스라엘 자손에게 전하며
이스라엘 자손이 모세의 얼굴의 광채를 보므로 모세가 여호와께 말하러 들어가기까지 다시 수건으로 자기 얼굴을 가렸더라 (출애굽 설화 34:29~35)


위의 구절은 모세가 십계명이 새겨진 돌판으로 딱지치기를 했다가 다시 십계명을 받으러 간 이후의 장면입니다. (다시 받은 십계명이 처음과는 다른 내용입니다. 애초에 여러 자료를 짜깁기해서 만들어진 것이기에 가능한 일이지요)


위의 구절만 읽으면 모세가 야훼와 어울리다 보니 얼굴에 광채가 나는 영광스러운 현상을 나타냈다는 이미지를 심어줍니다만.. 조금 생각해 보면 이상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왜 야훼의 영광이 드러나는 현상을 두고 모세는 수건으로 얼굴을 가려야 했을까요?


해당 구절을 대부분의 한글/영어 번역본에서 얼굴에 광채가 난 모세로 번역하고 있지만,


Douay-Rheims Challoner Revision (DR 1750)
And when Moses came down from the Mount Sinai, he held the two tables of the testimony, and he knew not that his face was horned from the conversation of the Lord. (출애굽설화 34:29)


와 같이 뜬금없이(?) 모세의 얼굴에 뿔이 났다고 번역한 버전도 있습니다. 또 재미있는 것은




위의 조각상은 미켈란젤로의 모세인데 이 조각상 역시 뿔 달린 모세를 묘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이 일어난 이유는 히브리어 원문과 관계가 있는데, 모세 얼굴에 광채가 났다는 부분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동사는 קָרַן qaran 으로 그 뜻은


 1) to shine
    1a) (Qal) to send out rays
    1b) (Hiphil) to display or grow horns, be horned


입니다. (http://lexiconcordance.com/hebrew/7160.html 참조)  여기서 Qal은 히브리어 동사의 원형 정도의 의미이고, Hiphil은 대충 영어의 수동태와 비슷한 의미입니다. (http://lexiconcordance.com/hebrew/8818.html 참조)


동사의 원형으로 사용되었을 때는 "빛이나다"의 의미를 가지는데 수동태가 되면서 갑자기 "뿔이나다"의 의미로 변형되는 것이 조금은(?) 의심스러울 수 밖에 없겠지요. 따라서 해당 단어의 용례를 살펴보면,


AV - shine 3, has horns 1; 4

horns (Hiphil)
Psalms 69:31.

shone (Qal)
Exodus 34:29, 30, 35.


와 같이 4회 사용되었는데 시편 69:31의 구절은 소에 관한 이야기이니 당연히 "뿔이나다"로 해석할 수 밖에 없고, 문제의 출애굽 설화 34장에서만 Qal이 사용되었으니 Qal 형태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서 억지로 의미를 왜곡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4번의 용례 중에 3번이 "빛이나다"로 사용되었으니 다수결에서 이긴 것 같아 보이기는 합니다만.. 해당 단어의 명사형 קֶרֶן qeren 의 의미를 살펴보면, (http://lexiconcordance.com/hebrew/7161.html  참조)


n f
 1) horn
    1a) horn
    1b) of strength (fig)
    1c) flask (container for oil)
    1d) horn (as musical instrument)
    1e) horn (of horn-like projections on the altar)
    1f) of rays of light
    1g) hill
 n pr loc (BDB)
 2) a place conquered by Israel probably in Bashan


와 같이 뿔이라는 의미도 있고 빛과 관계있는 의미도 있습니다만.. 바이블 내의 용례를 보면


AV - horn 75, hill 1; 76

hill
Isaiah 5:1.

horn
Joshua 6:5. 1 Samuel 2:1, 10; 16:1, 13. 2 Samuel 22:3. 1 Kings 1:39. 1 Chronicles 25:5. Job 16:15. Psalms 18:2; 75:4, 5; 89:17, 24; 92:10; 112:9; 132:17; 148:14. Jeremiah 48:25. Lamentations 2:3, 17. Ezekiel 29:21. Daniel 8:5, 8, 9, 21. Micah 4:13. Zechariah 1:21.

horns
Genesis 22:13. Exodus 27:2, 2; 29:12; 30:2, 3, 10; 37:25, 26; 38:2, 2. Leviticus 4:7, 18, 25, 30, 34; 8:15; 9:9; 16:18. Deuteronomy 33:17, 17. 1 Kings 1:50, 51; 2:28; 22:11. 2 Chronicles 18:10. Psalms 22:21; 75:10, 10; 118:27. Jeremiah 17:1. Ezekiel 27:15; 34:21; 43:15, 20. Daniel 8:3, 3, 6, 7, 20. Amos 3:14; 6:13. Habakkuk 3:4. Zechariah 1:18, 19, 21, 21.


와 같이 단 한차례도 "빛"과 관련이 있는 의미로 사용된 예가 없습니다.


따라서 굳이 Qal 형의 동사로 사용되었을 때 "빛이 나다"의 의미로 해석해야만 하는 이유는 없다는 것이고 "얼굴에 뿔이난 모세"가 등장하는 번역본 도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에 대해서 R. E. 프리드만이 <누가 성서를 기록했는가>라는 책에서 설명한 부분이 있어 인용해보겠습니다.


... 하지만, P 기자는 이야기 끝부분에서 모세에 관한 상세한 내용을 첨부했다. 그는 모세가 산에서 내려올 때 그의 얼굴에 이상한 어떤 일이 일어났다고 기술했다. 백성들이 모세를 보았을 때 그들은 가까이 가기를 두려워했다. 그 이후부터 모세가 백성에게 말할 때마다 모세는 수건을 두른다. <중략>
 P 자로에 나타나는 모세의 얼굴에 도대체 무슨일이 일어난 것일까? 본문 속에 나타나는 히브리 용어는 분명하지 않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모세가 뿔을 갖게 되었음을 의미한다고 이해했다. <중략> 그리고 이 용어는 모세의 피부가 어떤 광산을 발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최근에 미국 성서학자인 프롭(William Propp)은 이 용어가 아마도 모세의 얼굴이 일그러진 것을 의미한다는 증거를 수집했다. P의 문맥에서 이 말이 타당성을 갖는 것은 모세가 "야웨의 영광"으로 둘러싸인 구름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 직전에 등장하는 P 본문 이야기는 우리에게 이 "야웨의 영광"의 출현이 "사르는 불과 같다"는 점을 알려준다. 모세는 사람들에게 금지되어 있는 불의 영역속에 들어갔던 것이다. 그 결과는 그의 피부에 어떤 놀랄만한 일이 생겨 사람들이 차마 그의 얼굴을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P에서 모세는 아마도 바라보기에는 너무 추한 모습이 된 것 같다.
                                                                                       -<누가 성서를 기록했는가> 267쪽--


간단히 요약하면 모세의 얼굴이 흉하게 변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세를 두려워했던 것이고 그것이 분명하지 않은 용어 "뿔이 나다"로 묘사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못 된 송아지는 엉덩이에 뿔나고 못 된 모세는 머리에 뿔이 났던 모양입니다. ^^


PS. "P 기자" 라는 말은 모세 5경(전통적으로 이렇게 부르고 있기는 합니다만, 진지한 성서학자들 중에 이것을 모세의 저작으로 보는 학자는 없습니다.)이 J, E, P, D 의 4개의 자료(사실은 더 세분화 해서 이야기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의 짜깁기 문서라는 가설(보통은 자료가설이라 부르지만, 현재의 구약학은 자료가설을 바탕으로 해서 모든 것을 설명하는 수준이기에 단순한 가설과는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에 기반을 둔 것으로 해당 부분이 P 자료라는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