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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tus Pond 2016. 11. 14. 11:12


    십상시(十常侍)보다 암군(暗君)이 더 위험하다

라가 어렵다. 서양의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와 동양의 관자(管子) 이래

많은 지사들이 국가의 운명을 걱정하며 밤을 지새웠다.

그래도 세상이 잠시 좋아진 적은 있어도 정치적 부덕이나 악행이 사라진 적은 없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사회가 밝게 진화된다고 믿는 낙관논자들의 꿈은 빗나갔다.

선행이 진화하는 속도로 악도 발전했다. 그것을 인정하기가 너무 서글퍼 사람들은 “내일이면 좋아지겠지” 하며

스스로를 속이고 살 뿐이다. 만약 선행의 발전 속도가 악행의 발전 속도보다 훨씬 빨랐더라면

인류 사회는 벌써 낙원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낙원은 끝내 오지 않았다.

제(齊)나라 환공(桓公)의 말로

중국 고대사에서 역사상 민생을 가장 고민한 군주 가운데 한 분은

강태공(姜太公)의 후손인 제(齊)나라 환공(桓公)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머리만으로는

그토록 복잡하고 악한 사회를 바로 잡을 자신이 없어 당대의 현자 관중(管仲)을 재상으로 썼다.

관중은 다시 포숙(鮑叔)이라는 친구를 동지로 썼다. 그들이 곧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주인공들이다.

관중은 지자(智者)였고 포숙은 인자(仁者)였다.

후세 사람들이 관중을 관자라 추존하고 포숙을 포숙아라 평명(平明)으로 부른 것을 보면

정치사는 인자보다 지자를 더 높이 평가하는 것 같다. 정치는 가슴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머리로 정치를 하는 사람이 가슴으로 사는 사람을 늘 이겼다.

그러던 관자가 몸이 아파 죽음이 가까워지자 환공이 그를 찾아가

“당신의 후임으로 누가 좋으냐?”고 물었다. 관자가 대답이 없자 환공이 “포숙이 어떠냐?”고 물으니

“그는 너무 착해서 안 된다.”고 대답했다. 다시 “요리사 역아(易牙)가 어떠냐?”고 물으니

“그는 대왕께서 사람의 고기를 먹고 싶어 한다는 말을 듣고 아들을 죽여

요리로 바쳐 인륜을 저버렸으니 대신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환공은 “그렇다면 내시 수조(竪刁)가 어떠냐?”고 묻자

“그는 대왕이 내시를 구한다는 말을 듣고 권력을 잡고자 스스로 음랑을 자른 패륜아이니

옳지 않다”고 대답하고 관자는 숨을 거두었다. 결국 환공은 관자의 권고를 듣지 않고

역아와 수조를 재상으로 등용하자 곧 나라가 어지러워지고

환공이 죽었을 적에는 시체를 두 달이나 치우지 못하고 제나라도 그렇게 멸망했다.

팔간(八姦)

한비자(韓非子)는 이 고사를 두고 왜 군주는 사람을 바로 쓰지 못하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가를 고민하다가, 역사에서 실정(失政)하고 나라를 욕스럽게 망치는 군왕을 보면

모두가 여덟 명의 간신(八姦)이 나라를 농단하는 것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여덟 명의 간신이라 함은 한 이불 속에 자는 사람(同床), 곁에서 비위를 맞추는 수행원(在旁), 혈육(父兄),

말을 기르고 정원을 가꾸는 시종(養殃), 민심을 틀리게 보고하는 관리(民萌),

밖의 좋은 소식만을 들려주는 아첨배(流行), 군왕의 권세를 이용하여 축재하고 행세하는 사람(威强),

그리고 이웃 대국의 위세를 빌려 나라 안의 백성들을 속이는 간신(四方)이다.

한비자가 이 말을 한 것은 지금부터 2,200년 전이다.

이 글을 읽노라면 그의 말이 어찌도 그렇게 지금의 현실과 맞아떨어지는지,

그의 탁견에 놀라워하며 과연 정치의 달인이라는 찬사를 멈출 수 없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 슘페터(J. A. Schumpeter)의 말처럼,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인간의 본성에서 바뀐 부분은 그리 많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여전히 착하고, 악하고, 베풀다가도 빼앗으며, 그렇게 5만 년을 살아 왔다.

지금 한국의 사태는 어떤가?

여전히 십상시(十常侍: 漢나라를 멸망시킨 열 명의 내시)는 권력의 주변에서 호의호식하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조국과 민족의 제단 앞에 뼈를 묻겠다던 위정자는 외유 열 번만 하고 나면

“한국을 순방(?)하여” 앞으로 여생을 어떻게 호강할까 하며 집터 찾으러 다니기에 바쁘다.

깔창으로 생리대를 쓰는 빈한한 여학생에 대한 보조금(연간 50억 원)은

양앙(養殃)의 딸이 타는 말 값과 그 1년 유지비만도 못하다.

마리 앙트와네트(Marie Antoinette)와 에카테리나(Catherin II)도 이렇게 방종하지는 않았다.

충신 열 명이 간신 하나를 이기기 어려워

이 정권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랫사람들이 더 나쁘다.”라고.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현군 밑에서는 내시가 발호하지 않았다.

후한(後漢) 말기 환제(桓帝)와 영제(靈帝)가 혼암(昏暗)하자 간신들이 양생(釀生)되었다. 그냥 생긴 일이 아니다.

내가 본 역사에 따르면 충신 열 명이 간신 하나를 이기기 어려웠다.

그래서 한비자는 말하기를 “영명한 군주는 관료를 다스리는 것이지 백성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다.”

(明君治吏不治民)라고 말했다. 책임을 져야 하는데

검찰의 수사팀장이 형사피의자의 tea-boy 노릇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그러니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은 나와 있고, 그 답은 정권담당자가 더 잘 알고 있다.

다만 용기가 없어 머뭇거리고, 그 말(馬)과 3천억(?) 재산은 어찌 되는 것인가? 라는 고민 때문에

벼랑에서 나뭇가지를 놓지 못하고 있다. 김구(金九) 선생의 충고에 따르면

“더 힘 빠지기 전에 손을 놓아야 덜 다친다.”(懸崖撤手丈夫兒)

분명히 말하건대 지금 위정자의 잘못은 닉슨(Richard Nixon)이나 노무현(盧武鉉) 보다 무겁다.

그렇다면 지금 하야를 하라거나 탄핵을 해야 한다는 것인가? 그것은 아니다.

그건 엄청난 저항과 반동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러므로 잔여 임기를 역순(逆順)으로 계산하여 보궐선거나 조기선거를 치르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 아픔을 몇 달 더 이끌고 가며 사태를 수습할 수밖에 없다. 그것도 국운이다. 그런 다음에는?

그것은 최고지도자의 결심 사항이지만, 서민에게는 라면 세 끼가 아쉬운 지금,

동력을 잃은 정부가 몇 달 더 구중궁궐에서 국회의원 불러다놓고

900그람에 1억6천만 원짜리 송로버섯을 즐기는 것(2016. 8. 28. '천주교의정부교구 주보')보다는

초야에서 나물밥 먹고 물마시며 사는 것(飯疏食飮水, '논어' 述而 편)이 더 행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각자의 가치관이요 고집이니 강권할 수도 없다.--


----신복령<전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석좌교수(정치학/한국근현대사, 한국정치사상사),

    건국대 중앙(상허)도서관장, 동 대학원장 역임/근저: "전봉준評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