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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tus Pond 2018. 5. 17. 10:27






[마음읽기] 사는 게 다른 사람들은 사는 게 다르다

우리는 인생이란 매장에서 경험을 쇼핑 중
행복한 사람들의 ‘경험 카트’엔 뭐가 있을까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다른 사람의 카트에 어떤

먹거리가 담겨 있는지 관찰하는 것은 식료품 매장에서 남몰래 맛볼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다. 무엇을 해 먹으면 좋을지 막막할 때 힌트를 얻을 수도 있고, 저런 것도 먹는구나 하는 신기함을 경험할 수도 있다.

명품을 휘두른 여인의 카트에 족발이

담겨 있을 때는 역시 사람을 외모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까지 얻기도 한다.

 이렇듯 남의 카트를 관찰하는 행위는

조금 과장하자면 취향의 다양성에 대한

                         인류학적 체험을 제공한다. 
  
마트의 인류학적 체험에서 발견하는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사람들의

입맛이 놀라울 정도로 제각각이어서 내 카트에 담겨 있는 것들과

완벽하게 똑같은 것들을 구입한 사람을 지금껏 단 한 번도 발견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너무 반가운 나머지

와락 껴안을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취향이 원래부터 그렇게 다양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취향이 동등하게 존중받을 만한 것은 아니다.

야채라곤 전혀 없이 고칼로리 제품으로 가득 찬 누군가의 카트는

별로 부럽지가 않다. 
  
식료 매장 카트의 내용물이 한 사람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의 반영이자

동시에 그 사람의 건강을 예측할 수 있는 단서가 되듯이,

우리의 ‘경험 카트’가 그렇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매장에서 경험을 쇼핑하는 사람들이다. 시간과 돈을 지불하고 다양한 경험을 카트에 집어넣는다.

식료 매장에서 다른 사람의 카트를 보며 느끼는 감정들을 다른 사람의

경험 카트를 보면서 느낀다. 따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도 있고,

저런 것도 하면서 사는구나 하는 신기함을 경험하기도 한다.

경험 카트의 내용물 역시 각자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의 반영이자

동시에 그 사람의 행복을 가늠하게 하는 단서이다. 
  

마음읽기

마음읽기

행복한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 카트에 무엇을 담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는 행복한 사람들과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의 경험 카트를 비교하는 일련의 연구를 진행했다. 우선, 스트레스를 받은 이후에

경험하고자 하는 경험 내용을 비교했다. 술 마시고 속이 쓰릴 때 어떤

음식으로 속을 달래는지를 알아보는 것과 같은 이치의 연구였다.

예를 들어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거나 친구와 다투었거나 혹은 금전적인

손해가 있었을 때, 행복한 사람들과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은

어떤 경험을 통해 아픈 속을 달래려고 할까? 
  
가장 뚜렷한 차이점은 행복한 사람들은 ‘좋은 사람과 보내는 시간’을 자신의 카트에 집중적으로 쓸어 담았지만,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은 ‘금전적 이득’을 주로 담았다는 점이었다. 한마디로 행복한 사람들은 친밀한 사람들이 주는 위로를 찾았고, 행복감이 낮은 사람들은 돈이 주는 위로를 찾았다.

금전적 이득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마치 술로 쓰린 속을 다시 술로 달래려는 것과 같다. 이 패턴이 만성화되어 있는 사람을

물질주의자라고 부른다. 
  
연구팀은 물질주의자의 하루를 해부해보려는 또 다른 연구를 수행했다.

우리는 사람들의 일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연구를 통해 물질주의자들은 TV 보는 시간과 쇼핑하는 시간이 많다는 점을 발견했다.

반면에 책을 읽거나 봉사하는 시간은 적었다. 결정적으로 그들이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은 비물질주의자들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었다.

물질주의자들과 비물질주의자들의 경험 카트 내용이 이토록 달랐기 때문에 물질주의자들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행복은 비물질주의자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았다. 
  
또 다른 연구에서 우리 연구팀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이성 친구와 1주년

기념으로 2박 3일 제주도 여행이 예정되어 있다고 가정하게 하고,

얼마의 돈을 받으면 여행을 포기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이외에도 크리스마스이브에 이성 친구와 콘서트 가기, 주말에 가족과 영화 보기 등과 같은 일을 포기하는 대가로 얼마를 받고 싶은지를 물었다.

가족·친구·연인 등 친밀한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을 돈으로

 환산해보게 한 것이다.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행복감이 높은 학생들이 이성 친구와의 2박 3일

제주도 여행을 포기하기 위해서 요구한 액수는 행복감이 낮은 학생들이

요구한 액수보다 약 5배가 많았다. 다른 시나리오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발견되었다. 행복한 사람들이 친밀한 사람과의 관계에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관계를 추구할 것인가? 
  
돈을 추구할 것인가? 
  
개인적 취향이라고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술을 술로 풀면 해롭듯이,

힘든 삶을 물질과 돈으로 푸는 것은 해롭다. 행복한 사람들의 경험 카트를

유심히 살펴보고, 그들이 담는 것을 따라 담을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사는(live) 게 다른 사람들은 사는(buy)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마음읽기] 사는 게 다른 사람들은 사는 게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