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글

Lotus Pond 2018. 6. 2. 23:20





사람들은 인상을 보고 상대방을 결정한다. 그래서 건장한 나를 보면 기운도 세고,

사람들과 알력이 생기면 쌈패처럼 싸움도 잘 할 거라 생각한다. 거기에 목소리마저 칼칼하고,

딱딱 부러지는 말소리에 지레 겁을 먹기도 한다. 그런데 알 사람은 다 안다. 내가 얼마나 물렁쇠인지.

오죽하면 양희은이 "형님 같은 물쾡이는 평생 처음 본다"며 혀를 찼을까.

물쾡이의 특성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쉽게 받는 일이다. 물론 나도 사람인지라 말과 행동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들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을 터이고, 지금도 주고 있을 것이다.

사람은 자기가 준 것 보다 당한 것을 더 크게 여기는지라 나 역시도 내가 받은 상처만 기억하며 엄살을 많이 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그 상처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달라졌다. 젊었을 땐 그게 억울하고 분해서 밤이면

혼자 이불 속에서 질질 짜며 몇 날 며칠을 괴로워했지만, 지금은 뒤돌아서면 즉시 잊어버린다.

물론 그 당장은 마음이 아프고 분기를 참기 힘들다. 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지 모르는 이 나이에

그런 언짢은 일로 일초라도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은 까닭에, 네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래라.

나는 그렇지 않으니 아무렇지도 않다, 해버리면 끝이다.

더구나 무엇이든 빨리 포기하는 성격이라 아주 쉽게 기분전환을 한다.

복효근 시인의 '상처에 대하여'란 시가 있다. '오래 전 입은 누이의/ 화상은 아무래도 꽃을 닮아간다/

젊은 날 내내 속썩어 쌓더니/ 누이의 눈매에선/ 꽃향기가 난다/ 요즈음 보니/ 모든 상처는 꽃을/

꽃의 빛깔을 닮았다/ 하다 못해 상처라면/ 아이들의 여드름마저도/ 초여름 고마리꽃을 닮았다/

오래 피가 멎지 않던/ 상처일수록 꽃향기가 괸다/ 오래된 누이의 화상을 보니 알겠다/

향기가 배어나는 사람의 가슴 속엔/ 커다란 상처 하나 있다는 것/ 잘 익은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

이 시를 읽으면서 많이 위로가 되었다. '향기가 배어나는 사람의 가슴 속엔 커다란 상처 하나 있다'는

 구절이 읽고 또 읽어도 좋았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잘 익어 꽃향기 나는 사람 되기 위해 마음 비우는 연습을 한다.


불교에서는 카르마, 즉 우리들 인간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누적되어 이루어진 카르마의 흐름이 무의식적으로

작용해서 나오는 것이 우리들의 행동이라고 말한다. 누군가에게서 상처를 받는다는 것은

내가 내 운명의 주인이 아니므로 발생한다. 그러므로 카르마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가 마음의 눈을 뜨고

실상을 볼 때 비로소 우리는 지혜로워지고 인생의 희노애락을 초월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법륜스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스님께선 "아프지 않은 사람이 건강한 사람이며 마음이 괴롭지 않은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그러므로 누구나 건강과 행복을 누릴 수 있다"면서 인성의 덕목으로 검소, 겸손(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하는 것),

편안한 마음, 세 가지를 꼽으셨다. 진리로서의 불법을 통해 1. 자기 치유, 2. 괴로워하는 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하기, 3. 이 세상엔 많은 어려움이 있음을 이해하고 매일 수행, 정진해야 한다고도 명료하게 짚어주셨다.

결론은 "먼저 주는 사람이 될 때 주인이 된다"는 말씀이었는데, '기여의 사람'이라고

다시 첨언하신 부분이 잊혀지지 않고 가슴에 남는다. 스님의 말씀대로 수행정진 하면

상처라는 말을 입에 담는 일조차 민망할 듯하다. 힘으로 이길 수도 없고,

당장 관계를 끊어버리기도 어려운 관계라면 무조건 포용해주는 편이 꽃향기 나는 사람 되는 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