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시사

Lotus Pond 2018. 12. 30. 07:27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12/24 12:02

전문가들이 본 카풀 문제 해법





전문가들이 본 카풀 문제 해법
93년 전에도 신산업 이해상충
인력거 밀어낸 택시 번성했지만
공유경제 신문명에 위기 맞아

정부, 택시 기사 재산권 보호하되
카풀 경쟁력 키울 대책 서둘러야

IT전문가, 카풀 논쟁 진단하다

1925년 6월 27일자 조선일보 기사 한토막. '종로경찰서 관내 인력거군 오륙백명은 임금인상과
시내에 새로 등장하는 '탁시'에 대한 대책을 토의하기 위한 인력거군 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그로부터 사흘 뒤(6월 30일자) 같은 신문 속보. '시내 '택씨-'
운행 허가를 받은 야야촌(野野村)이 신청한 경성역 구내 탁시 설치 허가를 불허했다.
' 인력거꾼의 집단 반발에 당국이 택시 영업 확대를 일단 후퇴한 것이다.
그러나 3년 뒤인 1928년 3월 4일자에서 이 신문은 '탁시-에 타격밧는 수천 차부 비경
(數千車夫悲境·수천 인력거꾼의 슬픈 처지)'란 기사를 실었다.
'최근의 경성시내에는 각 처에 갑싸고 신속한 '탁시'회사가 생기어, 시내에는 어데를 가던지
 '일원균일(一圓均一)'이라는 표어 아래, 날로 그 세력이 번창하여….'


'카풀' 도입을 둘러싼 택시업계와 정보기술(IT)업체 간 이해관계 상충을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90년전 당시 주류 교통수단 인력거와 신문물 택시의 갈등에 비유했다. 

중앙일보는 '카풀' 논란을 어떤 관점에서 봐야할 지, 카풀이 4차산업혁명 시대에 어떤 의미를 갖는 지를
정보기술(IT) 분야 전문가 4인에게 물었다.


카풀 규제 뭐가 문제인가
최 교수는 문명 교체 현상으로 설명했다. 그는 "더 이상 혁신할 게 없어 100년 가까이 번성했던 택시 이용 문화가
스마트폰을 쓰는 신인류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마트폰 터치라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자의적인 선택을 유도해내는 회사가
신산업을 선도하는 시대를 맞은 것"이라며 "36억명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선택을 제한하는 일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36억명 스마트폰 사용자 선택 제한 안돼

『미래는 규제할 수 없다』를 쓴 법무법인 테크앤로 구태언 변호사는 '데이터 주권'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봐야
해법까지 닿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빅데이터는 4차산업 시대의 원유(原油)"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구글을 예로 들었다. "2009년 전세계를 휩쓴 신종플루를 보건 당국이 아니라 구글이 더 정확히 예측했다.
환자 숫자부터 유행 지역까지 맞췄다. 구글 검색창에 입력된 질병 관련 키워드 5000만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였다
." 빅데이터 속에 새로운 사업 기회가 무궁무진하다는 얘기다.


빅데이터 외국에 내주면 다음 산업 기회 없어

그는 "공유경제가 세계적 흐름이라면 이 분야에서 성공한 기업이 국내에서 나오는 것은 바로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전 국민의 동선이 파악되는 탑승 데이터를 해외에 내주면 빅데이터에 기반한 스마트 시티 같은 다음 비즈니스,
다다음 비즈니스를 모두 해외 업체에 내주게 된다는 것이다. 구 변호사는 "유럽이 구글의 '데이터 식민지'가 된 뒤
어떤 신종 비즈니스도 못 내놓는 문제를 유심히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내양 일자리 땜에 교통카드 미루는 격

세계 산업 동향과 연관지어 봐야한다는 설명도 잇따랐다. 『관점을 디자인하라』의 저자 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는
 "기업가치 10조원이 넘는 IT기업 빅7 가운데 1·2·4위(우버·에어비앤비·위워크)가 공유경제 업체"라며
"이미 산업의 주류로 자리 잡은 공유경제를 국내에서만 규제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번 구멍 난 제방은 결국 무너지듯이 이미 허물어진 온-오프 경계는 앞으로 점점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버스 안내양의 생존권 때문에 교통카드를 도입하지 않는다면 핀테크 영역에서 기술 진보도
새로운 일자리 창출도 모두 실패하는 것과 같은 논리"라고 말했다. 

배현민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는 "사회도 인간도 효율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내재된 힘이 있다"며
"불합리와 부조리가 많던 시대에 규제와 규율을 강조하던 방식을 산업혁명의 시기에도 그대로 적용하면 효율 추구만
늦어질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O2O(Online to Offline)의 핵심인 효율성 추구가 실생활에서 가장 밀접한
교통 분야에서 먼저 일어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며 "효용이 가장 큰 분야를 제쳐 놓고
4차산업혁명을 얘기할 순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세계 차 업체는 이렇게 간다

최 교수는 규제가 덜한 해외에서 유명 자동차 메이커들이 어떤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지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 우버가 등장하자 리프트라는 경쟁업체가 생겼다. 리프트에 지엠이 2년전 3600억원을 투자해서
구글에 이은 2대 주주가 됐다. 그러면서 전세계 주요 공장은 하나둘 폐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차량이 공유의 개념으로 바뀌면서 덜 팔리자 비즈니스의 본질을 바꾸고 있는 것"이라며
 "지엠이 리프트랑 손잡고 선언한 게 무인 자동차 공동개발"이라고 설명했다.
공유경제 시대에 살아 남을 길을 찾아 기존 제조업에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도요타가 올 초 CES(세계가전박람회)에서 이미 모빌리티 컴퍼니로의 변신을 선언하고
동남아 우버라는 그랩에 10억달러, 중국 우버인 디디추싱에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며 "유수의 기업들이
산업의 큰 줄기가 변화하는 걸 간파하고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부처가 가장 큰 걸림돌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하 사회제도혁신위원을 맡았던 구태언 변호사는 카풀 문제가
수년째 해법을 찾지 못하는 데에는 공직사회의 부처 이기주의도 한 몫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카풀 영업을 위한 '출퇴근 시간'에 대한 해석권은 국토교통부에 있는데 입을 닫고 있다.
불법인지 합법인지 말을 안 하는 사이 업자들끼리 출퇴근 시간에 대한 개념을 놓고 다툼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국토부가 입을 닫는 배경에는 운수업이 IT산업화 되는 걸 못마땅해 하는 분위기가 작용한다"며
 "기존 의료업계와 이해관계가 더 밀접한 보건복지부는 원격의료라는 IT 기술 도입을 미루고,
금융위는 금융회사의 입장을 더 고려해 핀테크 산업을 반기지 않으니
4차산업혁명이 속도를 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전문가들은 카풀 논란의 해법으로 개인택시 기사들의 재산권 보호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박용후 대표는 "택시기사들의 카풀 반대 시위를 유심히 들여다 보면 법인택시 기사들의 목소리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부 법인택시 기사들은 카풀이 전면 허용되면 본인의 승용차로 종일 영업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10여만원 사납금이 그대로 일당이 돼 내심 환영한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근무시간 단위로 월급을 주되, 콜한 승객의 목적지를 알려주지 않아 승차 거부를 못하게 한 '타다'의 방식을
택시업계에 도입할 만하다"고 했다. 카풀과 택시가 공존하는 방식이다. 배 교수는 "신산업을 막는게 능사가 아니라
개인택시 기사들이 공백 없이 생존권을 보장 받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절실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기로는 기존 택시와 카풀이 공존하는 방식, 장기적으론 기사들의 직업 재교육 프로그램과
법인택시업자들의 업종 전환시 지원 방안까지 정부가 세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