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맛과 멋

Lotus Pond 2019. 1. 30. 05:55





밀라다 호라코바(Milada Horakova, 1901~1950)는 법학박사이자 체코 여성 정치인이었다.
그녀는 세계 2차대전 전에는 인권과 여성 사회 참여, 2차대전 중엔 나치에 항거하다 투옥, 종전 후에는
공산주의에 대항하다 사형 당한 파란만장한 여성이다. 여성으로서의 존재감, 국민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신념이 무엇보다 가치 있었던 그녀의 삶은 이기적인가, 자기를 사랑한 것인가, 진정 모든 사람이 다 잘 살기 위한 것인가.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판단을 보류시킨다. 

사형을 앞두고 딸에게 쓴 마지막 편지에서 그녀는 "양손으로 삶을 꽉 잡고 충만한 인생을 살렴. 인생은 힘들단다.
누구의 응석도 받아주지 않아. 사람은 혼자 사는 존재가 아니야. 황홀한 행복도 따라오지만, 엄청난 책임도 따라온단다.
우리의 의무는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타인의 욕구와 목표도 받아들일 줄 아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겸손해지는 법을 배우렴. 소유하지 못한 물질 때문에 불행하지는 않을 거다.
그리고 어떤 것이 공정하다고 느끼면 그것을 위해 싸우고, 목숨까지 바칠 각오를 하렴. 날 불쌍하게 여기지 말아라.
난 아름다운 삶을 살았다. 내 형벌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내 양심은 거리낄 것이 없고, 신의 법정에서도
시험을 통과할 것이라고 믿고, 그렇게 되기를 기도한다. 초원과 들판 그리고 숲에 가보렴.
그곳에서 활짝 피는 꽃들의 향기 속에서 내 일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정의를 위해선 목숨까지 아끼지 말고, 초원과 들판과 숲에서 피는 꽃들의 향기 속에서 나를 발견할 수 있다는 대목은
적극적으로 공감이 가고, 더군다나 신념으로 투쟁 중에도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모성애가 가감 없이 드러나
마치 내가 그녀로 빙의 되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녀의 삶이 오롯이 투영된 이별가다. 

작년에 유엔서 연설한 방탄소년단 김남준은 그들이 2017년 "진정한 사랑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유니세프와 손잡고 벌인 'Love Myself' 캠페인 이야기를 했다.
그 중에 "어제 실수한 나도, 오늘 부족한 나도, 모두 나이며 내 삶의 가장 밝은 별무리다.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많은 흠이 있고, 많은 두려움이 있지만, 그런 나를 온 힘을 다해 끌어안고 천천히,
그저 조금씩 사랑하려 한다"고 말하는데 가슴이 먹먹했다. 20대 초반의 젊은이가 어떻게 그렇게
사려 깊은 말을 할 수 있을까. BTS가 세계적인 그룹이 된 데는 이들의 이러한 성장통이 밑거름이 되었고,
누구보다 치열한 과정을 거쳤음을 유추할 수 있다. 

"올해는 나를 첫 번째로 생각하기로 했어. 나를 젤 먼저 위해 주며 살겠다는 거야." 정초에 둘째가 선언했다.
하긴 노산에, 그것도 아들이니 출산 후에 많이 힘들었던 둘째다. 지금은 그 녀석이 자라 올해 1학년, 미운 일곱 살이다.
아니 요즘은 미친 일곱 살이라던가? 하긴 나도 딸 밖에 키워보지 않아 사내 녀석 다루기가 만만치 않다.
얼마 전 내가 수술하던 날, 새벽 5시 반까지 병원에 가야 했는데, 자기가 같이 간다고 해서 나를 놀래키더니
병원에 가서는 수술 준비하고 누워 있는 내 옆에서 환자인 나보다 더 창백한 얼굴로 목을 외로 꼬고 자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애잔하던지. 웃음 많은 나는 그 모습도 예쁘고 귀여워서 계속 웃었다.
자기만 위할 거라던 선언이 채 마르기도 전에 언니를 배려해서 엄마 위해 나선
그 마음은 자기만 위해서 살겠단 선언은 절대 아닐 것이다. 

둘째의 자기 최우선 선언을 들으면서 밀라다와 BTS가 떠오른 것은 'Love Myself',
아마도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나도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싶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