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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tus Pond 2019. 5. 6. 22:30

[삶의 뜨락에서] 나이 먹는 것도 서러운데

이용해 / 수필가
이용해 / 수필가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05/06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19/05/05 17:03


나는 하루에 카톡 메일을 열 개 이상 받습니다. 그 많은 메일 중에 우리에게 주는 충고가 많이 있습니다.
노인 십계명, 나이가 들어가면서 지켜야 할 것, 아름답게 늙는 법, 노인 수칙, 노인들의 몸가짐 등등….
그런데 대개 내용은 비슷합니다. 몸을 항상 깨끗하게 하라는 것, 매일 샤워를 해서 노인 냄새가 나지 않게 하라는 것,
옷을 깨끗하게 입으라는 것, 매일 적당한 운동을 하라는 것, 어른대접을 받으려고 하지 말라는 것,
잘난 체 하지 말라는 것, 남을 훈계하려 들지 말라는 것, 아프다는 소리 그만 하라는 것,
말을 적게 하고 많이 들으라는 것, 지갑을 풀어 남을 대접하라는 것,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라는 것,
남의 말에 공감을 하라는 것, 새로운 것을 배우라는 것 등등입니다. 

영국에서는 노인을 'Walking Library'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그들이 50년, 60년 배운 지식과 경험을
배워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머리가 좋고 빨리 빨리의 철학을 가진 한국 사람들이 노인 혐오사상을
너무 노골적으로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요새는 노인들을 적대시하는 젊은이들이 많고
또 이런 대중연설을 많이 듣습니다. 얼마 전 한국에 다녀온 친구가 하는 말이
 "내가 을지로 입구 롯데백화점 10층의 칼국수집에 갔어요. 그런데 종업원이 내 앞을 막고서
'무얼 드시려고요'하고 묻길래 '칼국수집에 칼국수 먹으러 왔지요'라고 했더니
'칼국수 일인분은 안됩니다' 하고는 내 뒤의 사람을 들여 보내는 거예요."
나는 웃으며 "그래, 섭섭했어요?"하고 물었더니 "네, 창피하고 기분이 많이 나빴어요.
나이 먹는 것도 서러운데 식당에서까지 괄시를 받다니"라고 힘 없이 대답을 했습니다. 

나도 지난 3월에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친구와 둘이서 식당에 갔는데 종업원이 "고기를 구울 겁니까?" 하길래
 "아니요, 그냥 식사를 하려구요" 했더니 중앙에 자리가 반도 안 찼는데 우리를 구석에 앉혔습니다.
우리는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얼마 전 식당에서 일을 하는 아주머니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사실 식당에서는 노인들보다 젊은이들을 좋아하지요. 노인들은 많이 먹지도 않고 요리도 안 시키고
또 남은 음식을 싸달라고 하지요. 팁도 인색하고요. 맞는 말입니다.
이익을 추구하는 식당에서 노인들을 덜 반가워 하겠지요. 그런데 이렇게 차별대우를 받으면서
지갑을 열고 말 한마디 못하고 살아야 하는가요. 우리 돈 내고 식당에 가고 내 돈 내고 커피를 마시는데.
그러니 노인 십계명이나 노인 수칙을 말씀하시는 선생님들, 우리에게 훈계 그만 하세요.
우리도 잔소리 안 할 테니. 우리도 그 정도는 알고 그 정도 눈치는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