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글

Lotus Pond 2019. 6. 9. 01:42



   커피숍의 착한 젊은이들

상이 온통 자동화디지털화하다 보니

노인들은 갈수록 살기가 불편해집니다

음식점에서 뭘 사 먹으려도 이상하게 생긴 그놈의 기계에 돈을 넣고

주문을 해야 하니 난감합니다손가락으로 화면을 누르는 데 서툴러

실수를 하거나 다시 시작하다 보면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종업원이나 줄 서서 기다리는 뒷 손님이 도와줘야 하니 늘 눈치가 보입니다.

 

밤중에 아무리 기다려도 택시를 탈 수 없습니다

차는 오지만 손을 들어도 서지 않습니다다 예약이 돼 있는 차들입니다

추운 겨울에 오래 기다리며 애태우는데 방금 어느 골목에서

왁자지껄 떠들며 나온 젊은이들은 잘도 택시를 타고 사라집니다

커피 한잔 사 마시려 해도 뭐가 뭔지 알 수 없어 포기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런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돕는 젊은이들은 참 보기에 좋고 대견합니다

옛날엔 부모를 위해 저녁에 잠자리를 보아 드리고

아침에 문안하는 혼정신성(昏定晨省)이 효도였지만

지금은 내 부모든 남의 할아버지 할머니든 ‘디지털 효도가 중요한 세상입니다

불지옥이 어디냐고 묻는 할머니를 푸르지오 아파트로 모셔다 드린

젊은이 이야기를 읽고 참 기특하고 상상력도 좋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할머니는 왜 불지옥이라고 했을까며느리가 싫어서

아니면 아파트에 사는 게 지옥 같아서?)

 

다음은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젊은이들과 손님이 쓴 글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내가 현장에 있는 것처럼

노인들의 모습과 커피숍의 풍경이 한눈에 잘 보입니다.

 

#82세쯤 돼 보이는 할아버지가 “커피 한 잔 줘,” 

그래서 “무슨 커피 드릴까요?” 했더니 곰곰 생각하더니 “그냥 밀크커피.” 

그래서 나뭇잎 같은 걸 그려서 카페 라떼를 드림

그러자 커피 마실 생각은 하지 않고 사진 찍으심.

 

##예전에 커피숍 할 때 할아버지 한 분이 오셔서

달달한 커피 달라 그래서 카라멜 마끼아또 드림

며칠 뒤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모시고 오심여기가 그 커피 맛있는 집이라고 함

집이 방배동인데 커피 드시러 서너 정거장 떨어진 곳까지 오심그때 그거 달라고

그래서 종이에 써 드림집 근처 아무 커피숍이나 가셔서 이 쪽지 주시면

이 커피 나오니까 근처에서 사 드시라고. ㅋㅋ

할아버지 생각 많이 나더라이런 건 노인들 안 좋아해서 안 드시는 줄 알았는데

몰라서 못 드시고 있을 수도 있음

나중에 캔 커피나 믹스 좋아하시는 어르신들 주변에 계시면

한번 사 드려봐엄청 좋아하실 수 있음.

 

###스타벅스에서 기다리는데 직원이 어느 할머니의 주문을 받으면서 

다방 커피같이 달달하며 프림 넣은 게 좋으신지

탄 밥 누룽지처럼 구수한 게 좋으신지 묻는 거 보고 

배려와 맞춤형 서비스에 감탄한 기억이 난다.

 

사실 아직 덜 늙은 나도 실수할 때가 많습니다

커피를 자주 마시지도 않지만 카페 라떼를 생각하면서 

엉뚱하게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 마끼아또가 뭔지도 잘 모릅니다

노인들이 알기 좋게 커피 이름을 ‘달달한 놈고소한 놈, 독한 놈’ 이렇게 써 붙인

커피숍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커피의 맛을 한마디로 알려주니 주문하기 편리합니다      

 

                      

 

다른 젊은이의 글을 더 인용합니다.

####카페에 종종 오시는 할아버지가 계신다늘 알은체를 하시는데

나도 그게 싫지 않아 인사드리고 몇 마디 나누곤 한다

보통 느긋하게 커피 한 잔 하고 가시는데오늘은 카페가 너무 바빠서 쫓기듯 마시고 나가셨다

그게 마음에 걸려 따라 나가 안녕히 가시라고 크게 인사드렸다

그렇게 보내 드리고 몇 분 뒤할아버지가 다시 들어오셔서 뭔가를 건네셨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숯불갈비였다

내가 먹으려고 산 건데자네가 잘 가라고 인사해서 주는 거야.”

 

외로움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나는 문득 생각했다

그리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할아버지의 가족에 대해 생각했다.  

훗날 나의 모습에 대해서도

갈비는 그야말로 1인분이었다아주 아주 맛있었다

내 인사가 이만큼 대단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할아버지의 가족과 자신의 미래 모습에 대해 생각해봤다는 대목이

참 장하고 고맙습니다블로그에 이런 글을 쓴 청년은

오마르 워싱턴(Omer B Washington) 나는 배웠다라는 시도 따로 올려놓았더군요

오마르 워싱턴은 1921년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출생의 시인이라고만 알려져 있습니다

정확한 정보인지는 불분명합니다

그런데 이걸 쓴 사람은 그가 아니라 사하라 사막의 성자라는 프랑스 복자(福者

샤를 드 푸코(Charles de Foucauld, 1858~1916)라는 말도 있습니다

어느 말이 맞는지 최종 확인은 하지 못했지만

이 젊은이의 인용을 골라서 재인용하는 것으로 글을 마칩니다. 

 

-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뿐이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선택이다내가 아무리 마음을 쏟아 다른 사람을 돌보아도

그들은 따로 보답도 반응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나는 배웠다아무리 내 마음이 아프다고 하더라도

이 세상은 내 슬픔 때문에 운행을 중단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글을 쓰는 일이 대화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내 마음의 아픔을

덜어준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6.7 자유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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