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하루-/단독픽션 · 연재 중편픽션 막따리·

혜강 2012. 1. 28. 17:05

 

 

 

 

막따리가 기다리는 봄 /  아   리

 

 

 

 

정희가 어제 길에서 만난 푸들과 집 앞 작은 공원에서 놀고 있었다.

공원의 자색목련나무는 화려했던 마젠타 붉은빛 꽃잎을 전부 지우고 부채만한 푸른 잎만 무성했고 대신 보리수 꽃들이 피어 있었다.

정희는 그 꽃들이 핀 나무 아래 잔디에서 푸들과 뛰어 놀고 있었다.

정희가 달리면 푸들도 정희를 따라 달렸고 다시 정희가 놀이기구 사이로 달려가 숨으면 푸들도 달려가 정희를 찾아냈다.

오랜만에 정희의 정희다운 어린 웃음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한 막따리가 정희와 푸들이 뛰노는 모습을 보면서 어제 길에서 버려진 푸들을 잘 데려왔다고 생각했다.

동그란 평상 같은 쉼터마루에 앉아 있는 막따리를 발견하고 정희가 뛰어왔다.

푸들도 정희를 뒤따라 달려와서 막따리를 보고 컹컹 짖었다.

 

- 엄마 이애 이름이 무언지 알아요?

- 뭔데?

- 푸들이야

- 푸들?

- 푸들 중에 제일 예쁜 색이야

- 그럼 비싸겠네?

- 엄마는? 아무리 강아지라 해도 값으로 따지면 어떡해?

 

막따리는 그런 정희의 천진한 웃음 때문에 사는 보람을 느낀다.

그리고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시 다짐할 수 있었다.

정희가 다시 푸들과 놀이기구로 달려갔다.

정희는 놀이기구의 사다리를 올라갔다 내려와서 그네로 뛰어갔고 그 뒤를 따라 푸들도 귀를 펄럭이며 뛰었다.

정희가 그네를 타기 시작했다.

한번 두 번 정희는 그네를 탈적마다 하늘 높이 올라갔다 내려와서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

푸들이 갑자기 크게 짖으며 정희에게 달려들려고 했을 때 정희는 그네 의자에서 빠져 하늘로 날아올랐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너무 높이 하늘로 올라가는 정희를 막따리가 뛰어가 잡으려고 했으나 풍선처럼 하늘로 날아가는 정희를 잡을 수 없었다.

막따리는 소리쳤다.

정희를 향해 있는 힘껏 소리쳤다.

그러나 정희는 더 먼 하늘로 날아 가기만했다.

번쩍 눈을 뜨고 사방을 둘러봤다.

막따리는 다시한번 자신의 안방을 유심히 살폈지만 모든 것은 제자리에 제 모습으로 있었다.

공원이 아니었다.

막따리는 얼른 일어나 정희의 방으로 가서 방문을 황급히 열었다.

정희가 푸들을 끌어안고 아직도 잠들어 있었다.

온 전신에서 기가 빠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순식간에 다리에 힘이 빠진 막따리가 곤히 잠든 정희의 침대 옆에 누웠다.

그제야 자신이 꿈을 꾸었다는 생각을 하고 현실감을 되찾았다.

 

- 엄마

- 응 다행이다

- 뭐가?

- 응 아무것도 아니야 엄마가 혼자 소리해 본거야

- 엄마 나 이 푸들 이름 지었다

- 애플이지?

- 어? 엄마가 어떻게 애플을 다 알아?

- 엄만 맨 날 동물 싫어하는 줄만 알았어?

- 허지만 그건 애네 들 종류 이름이고 이앤 내가 아리라고 이름 지었어

- 아리? 예쁜데?

 

막따리는 정희가 안고 있는 아리를 눈여겨 쳐다보았다.

올망졸망한 눈망울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아리는 정희의 품속에서 어제의 두려웠던 길거리 공포는 잊은 듯 평온한 모습이었다.

막따리는 아리를 한시도 놓지 못하는 정희를 바라보며 길거리에 그냥 두고 오려고 했던 어제 자신의 생각이 확실히 틀렸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렇게 예쁘고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생명을 길거리에 버린 주인은 누구일까 생각해 보았다.

마치 버려진 자신의 처지 같은 아리에 대한 연민이 비로소 움트기 시작했다.

작은 생명도 소중한 생명인데 기르던 강아지를 길거리에 버린 사람의 매정함이 마치 어제 자신이 보험회사 사무실을 나서서 길거리를 방황하던 모습 같아 씁쓸했다.

그러나 아리는 정희를 만나 사랑을 얻었고 보금자리를 찾았다.

정희의 품에 안겨 조는 듯 눈이 다 감긴 아리를 바라보며 자신에게도 아리처럼 누군가 어느 때는 희망과 새로운 용기 그리고 기적 같은 삶의 평온을 줄 구세주가 반드시 나타날 것 같았다.

그래서 막따리는 정희의 아리를 바라보며 어제의 막막했던 심정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막따리에게 가장 슬픈 날이 언제였냐고 만약 누가 묻는다면 막따리는 아리처럼 길거리에 내 팽개쳐 진 자신의 처지가 현실로 다가온 지금이 아니고 남편이 죽던 그 병원 장례식장에서였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막따리는 남편이 죽은 충격보다 더 외롭고 슬펐던 것은 장례식장에서의 3일간이었다.

남편은 살아생전에 많은 주위 사람들의 길흉대사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찾아다닌 사람이었고 교분관계도 좋은 편이었다.

그러나 막상 남편이 죽었을 때 3일장의 장례식 중 단 한사람도 막따리의 장례식장에 온 사람은 없었다.

바로 옆 호실은 밤낮없이 손님들로 북적였고 수많은 조화가 복도를 채웠는데 막따리의 장례식장은 썰렁했다.

3일 동안 막따리는 혼자서 남편의 장례식장을 지켰다.

사람이 죽은 후 그 사람의 업적을 비로소 평할 수 있다지만 막따리 남편은 정말 많은 사람들을 위해 헌신했는데 이제 죽어서는 아무도 찾지 않았다.

아무도 남편의 죽음을 애도해 주거나 거들떠보지 않은 것은 이제 혈혈단신 죽은 남편에 대한 연줄이 없고 남편의 장례식장에 와봐야 별 볼일 없다고 느낀 사람들의 이기와 배신 같은 무정함 때문이라고 막따리는 생각했다.

그런 남편이 더 없이 불쌍하게 느껴져 막따리는 혼자서 3일 동안 내내 울었다.

남편의 죽음이 슬픈 것 보다 오지 않는 사람들의 무정함에 분노 같은 마음이 막따리를 더 슬프게 했던 것이다.

그 삼일동안 막따리는 굳은 결심을 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 닥쳐도 막따리는 절대 좌절하지 않고 정희를 위해 혼자 힘으로 일어서겠다는 결심에 또 다짐하며 자신의 마음을 다졌다.

막따리는 정희가 안고 있는 아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리가 으르렁 거렸다.

어제 자신이 구해 준 고마움도 모르고 아리는 정희의 품안에서 으르렁 거렸지만 막따리는 아리가 서운하지 않았다.

이제껏 동물을 사랑해 본적은 없었지만 아리가 으르렁 거리는 것은 정희로부터 자신의 위치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위협으로 생각했다.

그래 작은 이 짐승도 자신을 사랑해 주고 자신을 지켜 주는 정희의 품에서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는데 나도 나의 위치를 지켜 정희를 실망시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제 밤 잠들기 전까지 오늘 출근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무척 망설여지고 갈팡질팡했던 자신의 흔들리고 나약한 모습을 잊고 다시 출근해서 길거리에서 자신의 방향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한 막따리는 가슴에서 목구멍으로 넘어오는 용솟음치는 어떤 격정을 느꼈다.

백번 어제처럼 막막한 일이 자신에게 닥쳐도 절대 허물어 지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빌딩의 경비실을 막 지나려는데 경비실 인포메이션 데스크 안에서 고개를 반쯤 내민 경비원이 막따리를 향해 웃으며 물었다.

 

- 어느 부서에 방문오셨습니까?

 

 

 

 

 

 

출처 : 아마추어`불자라`
글쓴이 : 불루보트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