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하루-/단독픽션 · 연재 중편픽션 막따리·

혜강 2012. 2. 12. 13:32

 

 

 

 

 

 

 

 

 

 

 

 

 

 

능 력

 

 

 

서운해 하는 회장님을 혼자 두고 회장실을 나온 저는 긴 복도를 걸어오면서 이런 결심을 한 것이 나의 공연한 오기는 아니었을까 모처럼 찾아 온 행운인데 그냥 내동댕이친 건 아닐까 다시 들어가 나의 생각을 수정했다고 할까 많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저를 흔들었어요 아무래도 쉽게 미련을 떨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허지만 다시한번 생각했습니다 쉽지 않겠지만 이런 고통이나 이런 난관도 헤치지 못하면 정희와 전 절대 살아 갈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우리에겐 이미 예견된 불행들이 줄을 섰다는 두려움이 더 무서웠습니다 강해지지 않으면 우리는 그냥 그대로 무너지고 말 것 같았습니다

 

- 그래도 난 막따리가 왜 그때 그런 길을 택했는지 현실감상실이란 생각밖에 안 드는군 여자 혼자 힘으로 산다는 것이 무슨 소설 속 통속줄거리도 아니고 당장 부딪쳐야 할 일들을 알면서 그런 결정을 하다니

 

막따리는 회장실을 나와 많은 상념에 혼돈스러운 상태에서 힘없이 경비실을 막 통과하고 있었다.

 

- 잠시만요

- 저요?

- 네 오 저기 오시네요

 

경비실을 막 통과하려는데 처음 막따리를 푸대접했던 경비가 막따리를 불러 세웠다.

경비가 잠시 기다려 달라는 사이 짧은 쇼커트 머리의 여자가 막따리에게 다가왔다.

그 여자는 경비를 쳐다보며 말했다.

 

- 이분이세요?

- 네 그렇습니다

- 막따리시죠?

- 네 그렇습니다

- 바쁘시지 않으면 잠시 저를 따라 오시면 안 될까요?

 

막따리가 조금은 냉정해 보이는 여자를 따라 간 곳은 사원고충카운셀링 방이었다.

 

- 저는 이방에서 근무하는 세풍직원 임미숙입니다

 

여자는 막따리에게 한 장의 명함을 내밀었다.

막따리도 보험설계사 명함을 그 여자에게 건넸다.

 

- 보험업무 보신지는 얼마나 되셨습니까?

- 네 저 실은 아직 초보입니다 전문성도 없구요

- 보험설계일이 만만찮은 직업인데 기술성도 따라야하고 인맥관리도 중요하고 그래도 어려운 것이 보험설계일입니다 우리 회사에도 수십 명의 보험설계사들이 출입하고 있습니다

- 네 그런데

- 아 제가 말하지 않았네요 조금 전 회장님이 부담 갖지 말고 막따리님과 대화나 한번 나눠 보라고해서 뵙게 된 겁니다

- 회장님이요?

- 네 그렇습니다 저희 회장님은 상명하달식의 청탁은 절대 직원들에게도 하지 않으시는 분입니다 어차피 저희 회사도 오는 춘계신년보험계획을 하고 있으니까 막따리씨도 한번 참여 해 보시지요 저희 회사보험은 입찰방식으로 하고 있고 철저하게 인맥배제하고 있습니다 저희회사 보험 따기는 그래서 공정하지만 어렵습니다

-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고 절차도 모르는데

- 그건 제가 도와 드리겠습니다 제가 잠시 후 드리는 양식에 맞게 보험설계 해 주시면 됩니다 만약 막따리씨의 제시조건이 저희 회사의 플랜과 상통한다면 가능하기도 하겠지요 허지만 너무 큰 기대는 금물입니다 그리고 회사보험 외에도 개별면담으로 개별보험설계 하시는 것은 자신의 개인 능력입니다 물론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회사내출입은 오늘부터 자유롭게 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개별면담에 전혀 관여하거나 도움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직원 개인 자유의사니까요

- 네 잘 알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 행운을 빕니다

 

막따리는 조금 전 회장실을 나서서 복도를 걸어 엘리베이트로 로비까지 내려오는 동안 회장의 제안을 뿌리친 미련에 마음이 혼란스러웠으나 방금 고충상담요원의 제의를 받고 당장 희망적인 빛을 보았다.

너무나 막연했던 자신의 앞에 배달된 푸른 한통의 편지 같았다.

암담했던 자신이 갈 길에 가느다란 한 줄기 빛의 푸른 신호등이 켜진 것 같아 지쳐있던 마음에서 평온을 느꼈다.

막따리는 보험설계사무실로 돌아와 설계사무소 전문직원들과 상의하며 세풍건설에 대한 회사보험 전반적인 설계를 그리기 시작했다.

가정에서 남편의 수입에 의존해 살아오던 막따리는 전혀 낯설고 서툰 영역이 부담스러웠으나 많은 자료를 수집하며 열심히 세풍건설의 보험설계를 해 나갔다.

새로운 영역에서 도전하는 자세로 열심히 보험설계라인을 구상하고 기획한 세풍건설의 보험사업계획안은 막따리 자신의 사회영역을 차근차근 확보해 가는 기초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인생의 보람이고 희망이며 삶의 근원이 되는 뿌리라고 생각하며 막따리는 미래에 대한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 보았다.

인생을 살아가며 우연히 발생하는 인연이란 의미에 대해서도 이번 세풍건설의 설계를 하면서 여실히 체험했다.

막따리의 최종보험설계안을 꼼꼼히 체크하던 영업소장이 초조하게 앉아 있는 막따리를 쳐다보며 환하게 웃었다.

 

- 막따리씨 아주 훌륭합니다 우리 전문요원도 이렇게 설계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마 세풍에 출입하는 여느 보험회사 설계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진취적이라 생각됩니다 막따리씨가 처음 우리 회사에 입사할 때만해도 나는 막따리씨에 대해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막따리씨 같은 경우는 거의 두서너 달 안에 자진 퇴사하거든요 제가 막따리씨에 대해 혹평한 것을 용서하십시오

- 저보다 저를 옆에서 지원해 주신 분들의 노고가 더 큽니다

- 물론 그 분들의 전문성은 높이 평가해야겠지요 허지만 일반보험설계도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닌데 세풍건설같은 큰 프로젝트를 잡은 것만 해도 막따리씨의 놀라운 능력입니다.

- 소장님의 격려에 전 큰 감동 받았습니다

- 세풍에 기회를 잡은 것도 대단한 일인데 지금 막따리씨가 설계한 계획서를 보는 저는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감동했습니다 제가 소장으로 근무하면서 이런 플랜은 처음입니다 아마 세풍에서도 이 설계북에 감동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훨씬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저는 확신합니다

- 소장님 감사합니다

- 한 가지 개인 질문해도 될까요?

- 네

- 그런데 어떻게 세풍의 기부재단 만든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까? 정말 놀라운 정보력입니다

- 사랑을 전하는 세풍사람들 말이죠?

- 네 그렇습니다

- 그건 지금 말씀드리기 곤란합니다 다음기회에 차근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 그렇게 하십시오 자 그동안 쌓였을 막따리씨의 스트레스도 풀겸 막따리씨의 장도를 기원하는 뜻에서 오늘 저녁은 제가 방아쇠 당기겠습니다

 

영업소장과 막따리의 업무보고회의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경청하던 같은 부서 직원들이 일제히 박수로 막따리를 격려했다.

그 중에 막따리의 앞에서 근무하는 막따리보다 연상의 여자설계사가 막따리를 가볍게 포옹하며 막따리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막따리씨 정말 축하해요 너무 감사해요 막따리씨 이제부터 시작하는 거에요 라고 친언니처럼 말하며 막따리를 포옹에서 풀어 주었다.

막따리는 남편이 죽고 처음으로 웃을 수 있었다.

세풍건설과 보이지 않게 인연을 맺어 준 사랑암 스님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물론 사무실이어서 마음으로 기도했다.

가정에서 사회에 나와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 마련해준 회식을 여러 직원과 공유하는 기쁨도 얻었다.

나누는 것 그것은 주는 것과 받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이었다.

아직 세풍건설에 낙찰 된 것은 아니지만 막따리는 오늘 이룬 이 업적이 결코 자신의 행운만은 아니라 생각했다.

자신을 후원해 준 살아있는 사람이 사랑암 젊은 스님이라면 죽은 남편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희와 막따리를 지켜 주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막따리는 한 가지를 모르고 있었다.

아니 알 수 없었다.

그것은 불확실한 미래다.

그 불확실한 미래를 슬기롭게 풀어 나가려면 막따리에겐 또 다른 모험이 필요한 것이다.

인생의 모험은 자신이 원하거나 부딪친다고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 앞당겨 맞을 수도 없으며 경험으로 피해 갈 수도 없다.

산다는 것 그 자체가 모험이기 때문이다.

인생의 모험은 불운을 가져 오기도 하고 행운을 가져 오기도 한다.

막따리는 곧 자신의 인생을 가늠할 모험에 빠지고 막따리는 그 모험을 어떻게 풀어 갈지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미래이기 때문이다.

부우우웅 부우우웅

막따리의 핸드백에서 막따리의 스마트폰이 울고 있었다.

막따리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스마트폰의 음성이 선명하게 막따리의 귀에 메아리처럼 울렸다.

막따리는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온 음성을 확인하는 순간 가늘게 신음했다.

 

-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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