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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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편지글

2020. 8. 15.

그리스에서 본 사도 바울의 발자취

박  훤  일 (전 경희대 교수)

 

크리스천인 A 는 2018년 7월 학회행사차 그리스에 다녀왔다.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교회에서 B 장로를 만나 여행소감을 나누었다.[1]

 

A: 장로님 그리스 여행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B: 무엇이 제일 인상적이었나요?

 

A: 네, 역시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이었습니다. 아크로폴리스 언덕에 우뚝 서 있는 UNESCO 세계문화유산 제1호 유적을 보러 갔으니까요.

B: 정말로 아름답고 웅장하던가요?

 

A: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AD5세기 당대 최고의 조각가와 건축가가 참여하여 16년에 걸쳐 완성하였다고 합니다. 도리스 양식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질 만큼 얼핏 보기에는 직선과 평면 같지만 실제로는 곡선과 곡면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요. 기둥의 간격을 균일하게 보이도록 사람의 착시까지 감안하여 곧바르고 균일하게 보이는 건축기술을 이용했다는 겁니다.

B: 또 무슨 유물이 남아 있던가요?

 

*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

A: 여러 차례 아테네 점령군의 파괴와 약탈 대상이어서 우리가 사진으로 보는 것 말고는 남은 게 없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1801년 영국의 외교관 엘긴이 투르크 관헌에게 돈을 주고 조각품과 건축조각을 모조리 떼어가 대영박물관에 기증하여 파르테논 유물(Elgin Marbles)은 런던에 가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아크로폴리스 현장에는 기둥만 남아 있고 지붕도 벽체도 파괴되어 온통 돌무더기뿐이었습니다.

B: 신전을 파괴한 것이 기독교도 군대였다면서요?

 

A: 본래 파르테논 신전은 아테네가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기념으로 BC432년 수호신인 아테나 여신에게 봉헌한 것이었습니다. 본당에는 금과 상아로 장식한 12m 높이의 아테나 여신상이 세워져 있었답니다. 그 후 오스만 투르크가 그리스를 점령하고 있을 때 동방 무역항로를 확보하려는 베네치아 군대가 회교 사원, 무기고로 쓰이는 이교도의 신전을 그냥 둘 리 없었지요. 1687년 건너편 언덕에서 베네치아 포병이 대포를 쏘았는데 탄약고에 명중하여 연쇄폭발이 일어나는 바람에 크게 파손되었다는 것입니다.

B: 그 당시에는 문화예술 보존의 개념이 없었을 테니 군사작전의 관점에서는 그렇다 쳐도 너무 안타깝네요. 엘긴이 떼어간 것은 지금도 그리스 정부가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면서요? 베네치아의 국익을 앞세운 지도자나, 문화재 수집의 공로로 영국왕으로부터 작위를 받은 엘긴이나 역사의 심판은 피할 수 없는 거죠. 또 어디가 인상적이었습니까?

 

A: 코린토스(성경에서는 “고린도”로 표기)였습니다. 에어컨 성능이 별로인 관광버스로 코린토스 가까이 갈 때 가이드가 차창 앞에 보이는 시지푸스 산(정식명칭은 아크로코린토스)을 가리키면서 말했습니다. “저 산을 시지푸스는 무거운 바위돌을 밀고 끌며 올라갔습니다.또 이 길을 사도 바울은 걸어서 갔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덥다고 힘들다고 할 수가 없겠지요?

B: 성경에 나오는 고린도 교회도 가 보았습니까?

 

A: 사도행전 18장을 보면 바울이 코린토스에 도착(AD 51년 경)한 후 아굴라라고 하는 천막제조 장인과 동업을 하게 됩니다.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는 클라우디우스 황제의 칙령으로 로마에서 추방된 유대인이었는데 바울의 신실한 동역자가 되었지요(롬 16:3, 고전 6:19, 딤후 4:19). 코린토스에서는 2년마다 이스트미아 스포츠 제전이 열리므로 텐트 수요가 많았을 것입니다. 바울은 열심히 일하는 한편 유대교 회당에 가서 강론하고 전도도 했습니다. 그러나 유대인들이 이에 반발하자 유대인보다 헬라인, 로마인에게 눈을 돌립니다. 그때 주님이 환상 가운데 그에게 이르시기를 “두려워 말고 침묵하지 말고 말하라”(행 18:9)고 하십니다. 코린토스에서 1년 반 머물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쳤습니다.

B: 그때 유대인들이 로마 총독에게 바울을 고발하지 않았습니까?

 

A: 네, 코린토스 관광 코스에 로마 총독의 법정도 들어있습니다. 지금은 해안선이 멀어졌지만 그 당시에는 코린토스가 유명한 무역항으로 교통요지인 데다 인구도 많고 매우 번창하는 도시였습니다. 유적을 보면 도시계획하에 건설되었고 상하수도 시설이 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어요. 도심 아고라의 로마 법정에서 벌어진 재판에서 갈리오 총독은 양측의 주장을 듣습니다. 그리고 바울이 불법을 저지르지 않은 이상 유대 율법이나 명칭에 관한 문제는 총독이 심판할 일이 아니라며 기각합니다. 그리고 바울의 신변을 보호하고 고소인들을 법정에서 내쫓자 분이 풀리지 않은 유대인들은 바울에 호의적이었던 회당장 소스데네에게 화풀이합니다. 그를 붙잡아 법정 앞에서 매질을 했는데 갈리오는 이것을 못 본 척했다고 하지요(행 18:11-17).

B: 상업과 무역이 번창했다면 물자와 환락이 넘치는 도시였겠군요.

 

* 코린토스의 로마 법정 뒤로 아크로코린토스(시지푸스 산)이 보인다.

A: 네, 당시 코린토스에서는 의학이 아주 발달했는데 고고학 박물관에는 코린트 채색 도자기와 함께 환자들의 환부를 석고로 만들어 놓은 유물이 다수 전시되어 있습니다. 팔, 다리가 제일 많고 남자의 성기, 여성의 유방도 있지요. 시지푸스 산에는 아프로디테 신전이 있어서 공식적으로 성매매가 활발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성병이 만연했던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B: 성지순례에 고린도, 빌립보 같은 사도바울의 전도 여행지도 포함시키면 좋을 것 같군요.

 

A: 코린토스에서는 협곡의 운하도 볼만합니다. 이탈리아에서 아테네, 아시아로 갈 때 펠로폰네소스 반도를 빙 둘러서 가지 않고 코린트 지협을 통과하면 시간과 비용이 크게 절약됩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여러 차례 운하건설이 추진되었습니다. 번번이 실패하다가 19세기 말에야 프랑스의 자금과 헝가리의 기술로 운하가 개통되었는데 폭이 좁고 절벽이 무너져 내릴 염려가 있어 지금은 소형선이나 유람선이 다니는 정도입니다. 번지 점프 장소로도 유명하더라고요.

B: 현지에 가보니 고린도 전서 13장의 ‘사랑’을 느낄 수 있던가요?

 

*  코린토스 고고학 박물관 환자들의 환부 석고모형 (일부)

A: 네, 코린토스가 부유한 도시인 만큼 빈부격차도 심했던 모양입니다. 그리스도 교인들이 함께 모여 식사할 때에도 부자와 고관들은 잘 차려진 음식을 먹은 반면 신분이 낮거나 가난한 사람은 간소한 메뉴로 만족해야 했답니다. 바울은 어떤 사람은 가장 좋은 음식을 먹으며 술에 취하고 어떤 사람은 배고픈 채로 돌아간다고 고린도 사람들의 만찬 행태를 지적했습니다.[2] 이는 하나님의 교회를 멸시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부끄럽게 하는 것이라고 질타했습니다(고전 11:20~22). 바울은 예수님의 마지막 만찬의 전례를 따르라고 권했지요(고전 11:23~25). 자기를 살핀 후에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라고 하면서, 시장하거든 집에서 먼저 먹고 주의 만찬에 참여하라고까지 일렀습니다(고전 11:28, 34).

B: 그래서 고린도 전서 사랑 챕터가 나오기 전에 12장에서 차별이 없는 성령의 은사를 말씀하시고 우리 몸의 약하게 보이는 지체가 더 귀한 것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바울의 취약점, ‘육체의 가시’라고 했던 눈의 질환은 무엇인가요?

 

A: 바울은 하나님께 육체의 가시를 빼달라고 세 번이나 기도를 했으나, 바울이 받은 응답은 그가 교만하지 않도록 약함 속에 풍성한 은혜를 받게 되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사도행전을 읽어보면 사도 바울의 그리스와 로마 모든 여정을 헬라인 의사 누가(Luke)가 동행하지 않았습니까? 바울의 기도는 200% 아니 300% 응답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병을 안고 살아야 했기 때문에 그에게 실력있고 충직한 의사 누가를 붙여 주신거죠. 누가는 바울이 감옥에 들어가 있는 동안에도 그의 곁을 지켰고, 나아가 바울의 행적을 낱낱이 기록하여 사도행전으로 남겼습니다. 사도행전이 없었다면 바울의 3차에 걸친, 목숨을 건 선교여행을 그처럼 자세히 알 도리가 없었을 것입니다. 누가는 이방사람임에도 누가복음의 저자로서 성인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B: 맞습니다. 예수님이 세리 마태를 제자로 삼으신 것에도 깊은 뜻이 있었습니다. 세금장부 기록하듯이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를 정리했고 예수의 행적을 구약성경과 여러 자료를 참조해 가면서 꼼꼼히 기록했던 것이지요. 참으로 은혜로운 그리스 여행을 하셨습니다그려.

Note

1] 필자는 2018년 사)남북물류포럼의 실크로드 탐방행사의 일환으로 그리스 아드리아해 여행을 다녀왔으며, B 장로는 양재 온누리 교회의 백승웅 장로님을 가리킨다.

2] 닉 페이지, 「바보들의 나라」, 포이에마,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