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세상

이재봉 2020. 11. 1. 20:21

                                                                       이재봉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평화학 명예교수)

 

 

2020년 전후로 한반도 주변정세에 이미 큰 영향을 미치고 있거나 앞으로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크게 네 가지를 들고 싶다. 코로나19의 지속적 확산에 따라 변화하는 세계정세, 미국과 중국의 극심한 패권경쟁, 한국과 일본의 격화하는 갈등, 그리고 113일 실시될 미국 대통령선거다.

 

 

1. 코로나19와 세계정세 변화

 

코로나19가 우리 일상생활부터 세계정세 또는 체제까지 바꾸고 있다. 1990년대부터 거세게 불어닥친 세계화로 열리고 낮아지던 국경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닫히고 높아진다. 이른바 탈세계화가 이루어지면서 민족과 국가가 중시되고 보호무역이 강화된다. 국가 간 교류와 협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와 아울러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해온 미국과 중국이 각각 코로나19 최대 피해국가와 최초 발병국가로서 세계 지도국가 지위를 잃게 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첫째, 정치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세계체제는 유럽 열강들이 세계를 지배하는 다극 (多極, multi-polar) 체제였다. 두 번의 세계대전을 통해 유럽 열강들은 패전국들뿐만 아니라 승전국들도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1945년 종전 이후 거대한 국토를 갖고 전쟁의 피해를 상대적으로 덜 입은 미국과 소련이 초강대국으로 떠올라 세계를 지배하는 양극 (兩極, bi-polar) 체제가 들어섰다. 이와 함께 미국이 주도하는 자본주의 진영과 소련이 이끄는 사회주의 진영 사이에 냉전이 전개되었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되고 무너지면서 미국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남아 세계를 지배하는 단극 (單極, uni-polar) 체제가 이루어졌다. 1978년 개혁개방을 시작하고 2001년 세계무역기구 (WTO)에 가입하며 급성장해온 중국과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초래하며 상대적으로 쇠퇴하는 미국이 세계패권 경쟁을 벌이며 양극체제로 바뀌는 듯했다. 그러나 2020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그 진원지 중국과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미국 둘 다 세계적 지도력을 잃게 되는 무극 (無極, zero-polar) 체제가 될 수도 있으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둘째, 경제적으로 1970년대 중반 세계 석유파동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등 7대 자본주의 선진국들이 G7을 출범시켜 시계경제를 주도했다. 1990년대 말엔 아시아 금융위기를 맞아 한국을 비롯한 신흥발전국들이 합류해 G20이 들어섰다. 2008년 미국이 금융위기를 맞아 휘청거리자 중국이 영향력을 키우고 2010년 일본을 추월해 세계 제2경제대국이 되면서 G2시대가 열렸다. 이런 상황에서 2020년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세계를 주도하는 나라가 없어지는 G0시대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

 

한편,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20205월 인도, 호주, 러시아, 한국 등 4개국을 G7에 초대하고 싶다고 밝혔다. 세계은행 2020년 보고에 따르면, 2019GDP 규모에서 인도는 5, 호주는 14, 러시아는 11, 한국은 12위다. G7을 포함해 세계 10대 경제대국 가운데 미국에 껄끄러운 2위 중국과 9위 브라질을 빼놓고 G11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미국의 세계패권을 위협하는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확장하려는 속셈일 텐데, G7G11으로 확대 개편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 등의 전망에 의하면 2020년엔 코로나19에 따라 대다수 국가들의 역성장 (逆成長) 속에서 경제 선진국들은 마이너스 4-6%의 성장률을 기록하리라고 한다. 이에 반해 한국의 마이너스 성장률은 1-2% 정도로 2020년엔 GDP 규모에서 앞서있는 브라질, 캐나다, 러시아를 추월해 9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서리라는 예상이 제기된다. 한국이 코로나19 대처에 세계적 모범/우수 국가가 됨으로써, ‘케이-(K-pop)’으로 상징되는 문화예술과 ‘K-방역이 보여주는 보건의료 분야에 이어 경제통상 분야에서도 세계 지도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남북경협을 통한 ‘K-경제까지 기대한다.

 

 

2. 미중 신냉전 또는 패권경쟁과 한반도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미국에 가장 큰 피해를 안기면서 두 강대국의 경쟁과 갈등이 극심해지고 있다. 무역전쟁과 기술경쟁에 이어 이념갈등과 무력충돌 가능성까지 보인다.

 

중국이 1978년부터 개혁개방하면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1991년 소련이 해체되자 미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일본과 동맹을 강화하는 등 떠오르는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 나를 포함한 국내외 소수 학자들이 새로운 냉전또는 2차 냉전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는데, 20여년이 흐른 2020년엔 다수 학자와 언론인들이 신 냉전이란 말을 널리 쓰고 있다.

 

중국은 201710월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신시대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를 통해 2050년까지 세계 제1국가가 되겠다고 공언했다. 중국공산당 창립 100주년인 2021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넘기며 모든 인민이 골고루 잘 사는 샤오캉 (小康) 사회를 이루겠다고 했다. 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모든 인민이 함께 부강해지며 진정한 사회주의 이상국가인 다퉁 (大同) 사회로 나아가겠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2025년까지 중국제조 2025’를 통해 첨단기술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2035년까지 국방 현대화를 달성하며, 2050년까지 세계일류 군대를 만들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2050년까지 세계 최강대국이 되는 중국의 꿈 (中国梦)’강한 군대의 꿈 (强軍夢)’ 실현하기 위한 야심만만한 정책이 지난날의 비단길 (silk road)’을 연장 확대하는 일대일로 (一帶一路)’.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땅길과 동남아시아-서남아시아-유럽-아프리카로 이어지는 바닷길을 통해 세계를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한 미국의 대책이 오바마 (Barack Obama) 정부의 아시아 회귀 (pivot to Asia)’ 또는 아시아 재균형 (Asia rebalancing)’이며 트럼프 (Donald Trump)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Indo-Pacific strategy)’이다. 전자는 미국 군사력을 아시아에 더 배치해 (회귀, 回歸) 우세한 힘을 유지하며 (재균형, 再均衡) 동맹을 강화한다는 내용이고, 후자는 인도양의 인도와 호주 및 태평양의 미국과 일본이 4각공조 (QUAD)를 이루어 중국을 견제하며 봉쇄한다는 내용이다.

 

미국은 이와 아울러 경제번영 네트워크 (Economic Prosperity Network)’를 준비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수행해온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이 믿을 수 있는 국가들과 경제연합체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군사적으로는 남중국해에서 동남아국가들과, 대만해협에서 대만과 공조를 강화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백악관이 20205월 발표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 (United States Strategic Approach to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이란 제목의 보고서는 중국과의 전쟁을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 중국공산당이 미국의 경제, 가치, 안보에 도전하며 미국의 사활적 이익 (vital American interests)’까지 해치고 있기에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봉쇄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다짐하는 내용이다.

 

이렇게 미국과 중국이 패권경쟁 또는 냉전을 치르며 한국에게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다. 미국은 서서히 쇠퇴하는 초강대국으로 한국의 유일한 군사동맹이다. 중국은 급속하게 떠오르는 강대국으로 한국의 제1무역상대국이다. 한국이 두 강대국 사이에서 안정과 번영 그리고 평화와 통일을 위해 어떠한 선택을 하는 게 바람직할까. 나는 남한이 어느 한 쪽에 치우치기보다 균형외교등거리외교또는 양다리 걸치기를 전개하며 북한과 더불어 중립을 추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3. 한일 갈등의 배경과 지속

 

2017년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이른바 촛불 민심을 바탕으로 2018년 위안부 협정을 사실상 파기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인정하고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한일군사정보 보호협정의 효용성을 검토하고 연장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도 2017년 대선공약에 포함된 것이었다. 이와 아울러 한국 대법원은 2018년 일제 징용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판결했다.

 

이에 아베 일본 총리가 20196월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만 정상회담을 하지 않는 등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7월부터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난과 함께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시작했다. 20209월 들어선 스가 총리는 일제 징용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일본기업 자산을 매각하지 않는다고 약속해야 서울에서 열릴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아베와 스가가 도발하거나 반발하는 배경과 이유는 이것뿐만 아닐 것이다. 일본의 불만과 분노 섞인 도발엔 남한에 대한 경계와 증오뿐만 아니라 중국에게 추월당한 충격과 좌절, 남한에게도 추월당할지 모를 당혹감과 불안, 그리고 북한 및 한반도 평화 문제에서 소외당한 불만과 초조함이 곁들여져 있지 않을까.

 

일본은 1970년대부터 독일을 제치고 세계 제2경제대국 지위를 지켜오다 2010년 중국에 추월당했다. 2등자리를 중국에 내주고 3등으로 밀린 것이다. 일본은 1894-95년 한반도에서 중국과 전쟁을 벌여 물리친 데 이어 1931년부터 중국 대륙을 침략하고 점령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짓밟히고 쪼개졌던 중국에 1949년 사회주의 정부가 들어서서 1964년 핵무기를 개발했으며 1971년엔 유엔에 가입해 대만을 밀어내고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까지 되었다. 그래도 경제적으로는 형편없던 후진국이 1978년부터 개혁개방으로 무려 30-40년 동안 지속적으로 연평균 10% 안팎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2010년 국내총생산 (GDP)과 무역 규모에서 일본을 앞질러버린 것이다. 일본은 중국이 급성장하면 동북아 안정과 세계 평화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중국 위협론2000년대 초부터 제기하며 몸부림쳤지만 말이다. 핵무기도 갖지 못하고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꿈도 실현시키지 못해 군사력으로나 외교력으로 중국에 밀리던 일본이 경제력에서도 뒤지게 되면서 얼마나 크게 충격 받고 좌절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일본은 한국에도 쫓기는 상황이다. 1965년 한일수고 당시 한국경제는 일본의 1/30또는 3% 수준이었지만, 50여년이 흐른 2019년엔 1/3 또는 30% 수준이었다. 한국의 1인당 GDP1990년까지 일본의 40% 이하였지만, 2019년엔 80%였다. 물가를 반영한 구매력 (PPP) 1인당 GDP2017년 한국이 일본을 앞질렀다는 보고도 있다. 과거엔 한국에서나 세계에서나 일본의 소니 (Sony)와 파나소닉 (Panasonic)이 전자제품의 상징이었지만, 이젠 한국의 삼성과 LG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쫓기는 미국이 추월하려는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듯, 식민통치까지 했던 일본이 따라잡으려는 한국을 경계하며 보복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이에 덧붙여 20184월 남북정상회담으로 시작된 한반도대전환 시대에 남북한 및 주변 4강대국 중에서 일본만 소외되었다. 북한을 중심으로 다양하고 활발하게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김정은은 문재인과 3, 트럼프와 3, 시진핑과 4, 푸틴과 1회 만났다. 그러나 아베와는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아베의 요구에도 매몰차게 거절한 것이다.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한반도가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가까운 중국 대륙과 연결될 텐데 그게 실현되면 섬나라 일본은 더욱 고립될 것이다. 일본이 남북관계 진전을 방해하는 이유 아니겠는가.

 

 

4. 미국대선과 북미/남북관계

 

2020113일 미국 대통령선거가 실시된다. 10월 현재 미국의 다양한 여론조사는 트럼프의 지지도가 계속 떨어지면서 바이든 (Joseph Biden) 민주당후보와의 격차가 10% 안팎에 이르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과 한국의 주요 언론은 바이든 당선을 전망하며 그렇게 기대하는 듯하다.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나는 그가 재선되길 바란다.

 

나는 2016년 대선을 앞두고도 트럼프가 비록 성차별, 종교차별, 인종차별을 일삼으며 온갖 막말을 쏟아내더라도, 수천수만 무고한 사람이 개죽음 당하는 전쟁은 단 한 번이라도 덜 할 사람이라며 그를 선호했다. 미국이 세계경찰 역할을 그만두고 다른 나라로부터 직접 침공받지 않는 한 무력개입을 자제하겠다는 그의 고립주의 (isolationism) 대외정책공약 때문이었다.

 

트럼프가 20171월 취임해 20208월 현재까지 3년 반 재임하는 동안 세계평화를 위한 그의 가장 큰 업적은 제국주의 미국을 스스로 크게 무너뜨린 것이다. 미국민들에겐 재앙이요 불행일지라도 반전평화 진보세력에겐 축복처럼 잘된 일이라 생각한다. 그는 망나니 같지만 지금까지 2016년 대선공약을 잘 지켜온 편이다. 주한미군 감축.철수 공약까지 지킬 수 있도록 그를 지지하며 활용하는 게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그는 사익을 위해 의회와 여론을 무시할 수 있는 대통령이다. 정통 정치외교 경력 없는 돈 많은 사업가 출신으로 군산복합체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재선되면 2017년부터 꿈꿔온 노벨평화상을 다시 노리고 북한과의 협상을 즉각 재개해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협정까지 이끌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바이든 민주당후보는 미국의 정통외교에 물든 정치인이다. 당선되면 국익을 위해 참모들 의견을 경청하고 의회와 여론을 중시하며 동맹 강화에 힘쓰리라 생각한다. 앞에서는 점잖고 정중하게 미소 지으며 뒤로는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챙겨주는 전형적 대외정책을 펼칠 것이란 말이다. 남한의 방위비분담금을 합리적으로조금씩 인상하며 동맹을 보호한다는 구실로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는 전혀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과의 대화엔 시간이 꽤 걸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바이든이 오바마 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냈기에 대통령이 되면 오바마 정부의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 (strategic patience)’ 정책이 재현되리라는 전망은 잘못이라 생각한다. 남한의 진보세력은 오바마 정부가 전략적 인내정책을 내세우며 북한과 협상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적대정책에서 비롯되었다. 오바마 정부는 북미수교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을 통해 북핵문제를 풀자고 제안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거듭 거부했던 것이다.

 

당선 가능성과 관련해, 미국에선 연방제 정신에 따라 대통령을 독특한 간접선거로 뽑기 때문에 여론조사 결과가 선거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50개 주와 워싱턴특별구에 상원의원과 하원의원 숫자만큼 할당된 538명 선거인단 (electoral college)이 대통령을 선출하는데, 극단적 예를 들면, 캘리포니아, 텍사스, 뉴욕, 플로리다 등 인구가 많은 11개 주의 국민투표에서 1표라도 더 받은 후보가 그 주들의 선거인단을 싹쓸이하여 (winner-take-all) 과반수 270명을 확보해 나머지 39개 주와 특별구의 국민투표에서 1표도 얻지 못해도 당선될 수 있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클린턴 (Hillary Clinton)보다 국민투표에선 거의 300만표 지고도 선거인단 투표에선 무려 70표 이상 더 확보해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다.

 

미국 대선에서 언제든 가장 중요한 쟁점은 경제문제다. 먹고사는 문제가 투표의 제1 결정요인이란 말이다. 20171월 트럼프 집권 이후 2019년 말까지 3년간 미국 경제가 호황이었다. 경제성장률은 한국보다 높은 연평균 2.5%였고, 실업률은 완전고용 상태와 다름없는 연평균 3.5%였다. 2020년 들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치고 실업률은 4-515%까지 치솟았다가 7-810%로 내렸는데, 이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거의 모든 나라의 보편적 상황이지 트럼프 탓이 아니다. 트럼프의 거친 언행을 포함해 사회문제로는 도저히 지지할 수 없어도 경제문제 때문에 투표하는 백인 중하류층 유권자들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트럼프는 교활한 장사꾼 출신의 유능한 협상가인데 그만큼 술수와 반칙의 명수이기도 하다. 온갖 수단방법을 이용해 탄핵당하지 않을 만큼 부정 저지르고 억지 부리며 대통령 자리를 지키리라 생각한다. 특히 주민등록제도가 없는 미국에서 유권자등록 문제나 우편투표 시비로 대선결과가 하원이나 대법원에서 결정될 가능성도 적지 않은데 이렇게 되면 트럼프가 크게 유리하다. 하원에서는 공화당 의원이 다수를 차지한 주의 숫자가 많고, 대법원에서는 공화당 대통령에 의해 지명되거나 공화당적을 가진 법관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5. 남북 경제협력을 통한 한반도 평화와 번영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에 걸쳐 국경이 폐쇄되고 민족과 국가가 중시되며 무역과 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길을 남북 경제협력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4월 김정은 위원장에게 한반도 신경제지도구상과 자료를 건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쪽에선 인천과 개성을 연결하고 평양과 신의주를 거쳐 중국으로 나아가는 산업.물류.교통 벨트를 만들고, 동쪽으로는 설악산과 금강산을 연결하고 라선지역을 거쳐 러시아로 나아가는 에너지.자원 벨트를 만들며, 가운데서는 비무장지대를 포함한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환경.관광 벨트를 만들자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를 실행하는 데는 어려움과 걸림돌이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따른 미국과 유엔의 제재다. 한반도의 다양한 문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해온 미국에 대한 남한의 자주성 부족도 문제다.

 

정치.군사적인 북핵문제와 경제적 교류협력을 연계하지 않는 정경분리 (政經分離)의 발상이 필요하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2020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핵문제로 얽힌 북미대화에 크게 상관하지 않고 조금 더 주체적으로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수차 강조했다.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7월 취임 전부터 북한과의 교류협력을 지체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9월 연평도 앞바다에서 남쪽 공무원이 살해된 데 대해 사과하고, 10월 조선로동당 창건 75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남쪽과의 교류협력을 기대한다고 공언했다.

 

정경분리와 관련해 중국과 대만으로부터 참고하고 배울 점이 있다. 양쪽 관계는 정치.군사적으로 험악하다. 중국은 1970년대 초부터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며 대만을 인정하지 않는다. 일국양제 (一國兩制: 한 나라에 두 제도 존재)’를 앞세워 대만을 흡수하려 한다. 대만은 일변일국 (一邊一國: 대만해협을 가운데 두고 한 쪽에 한 국가씩 존재)’을 내세우며 독립을 추구한다. 군사적으로 중국은 대만과 가까운 난징군구 (南京軍區)에 병력을 집중시키며 대만을 위협하고, 대만은 이에 맞서 미국을 끌어들이며 미제 첨단무기로 군비증강에 힘쓴다.

 

그러나 경제적으로는 크게 다르다. 이른바 ‘34(三通四流)’를 통해 활발한 교류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3통은 우편통신의 통우(通郵), 경제교역의 통상(通商), 여객과 화물운송의 통항(通航)을 가리키고, 4류는 경제, 과학, 문화, 체육의 교류를 뜻한다. 이에 따라 2019중국-대만 교역액은 거의 2,500억 달러였고, 매일 양쪽을 오가는 항공편은 100회를 훌쩍 넘으며, 1년간 오간 사람은 1,000만 안팎이다. “경제로 정치를 누르면서 (以經制政), 먼저 양보하고 뒤에 요구한다 (先讓後要)”는 중국의 대만 정책이 불러온 결과다.

 

남북 경제협력과 관련해 식상할 정도로 많이 나오는 말이 남한 기술과 자본 및 북한 노동력과 자원의 시너지(synergy) 효과. 이에 덧붙여 남한은 세계 5위 안팎의 수출량에 걸맞은 세계시장에 대한 뛰어난 접근성을 지니고 있고,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서 드러나듯 첨단 과학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관련해 두 가지만 강조한다. 첫째, 남한은 스마트폰과 반도체 등 전자제품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한다. 이런 첨단제품에 반드시 들어가는 원료가 희토류다.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중국이 미국과 일본 등을 상대로 가끔 수출제한이라는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배경이다. 남한 역시 희토류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는데, 북한의 희토류 매장량이 세계 최대라는 보도가 있다. 둘째, 남한은 세계 5위 철강 생산국으로 철광석을 99% 이상 수입하고 있는데, 북한은 세계 10위 안에 드는 철광석 보유국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중국에 헐값으로 넘기는 지하자원을 남한이 중국에서 비싸게 들여오는 대신 북한으로부터 직접 반입하면 남북한 경제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북한이 요즘 평양종합병원 건설 및 관광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보면, 북한에게 경제협력이 가장 절실한 분야는 보건의료와 관광산업일 것 같다. 남북의 코로나19 확산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보건의료의 교류와 협력이 시급하다. 이와 관련해 과거 경험도 있고 합의도 했다.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할 때 남한이 치료제와 소독제를 지원한 사례가 있다. 2018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남북이 전염병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및 보건의료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관광산업과 관련해서는 남한의 금강산관광 재개부터 즉각 이루어져야 한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합의사항이기도 하고 북한 지도자가 가장 절실하게 원하던 대목이기도 하다. 남북 경제협력을 통한 관계 진전 및 평화와 번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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