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前 대통령

둘리 2009. 6. 2. 22:00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골이 30일 새벽 경남 김해 정토원에 도착한 후 아들 건호씨가 안치를 위해 법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ㆍ화장의식 엄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화장의식은 유족과 화장장에 모여든 추모객 1만여명의 오열 속에 치러졌다.

노 전 대통령의 운구차량은 서울역 인근에서 추모 인파에 막히면서 예정보다 3시간여나 늦은 29일 오후 6시7분쯤 경기 ‘수원시 연화장’에 도착했다. 연화장으로 향하는 도로에는 추모객들이 늘어섰고, 수천여개의 노란 리본이 바람에 날렸다.

노 전 대통령의 유해는 미리 대기하고 있던 현충원 의장대가 맞아 화장장 내부로 운구했다. 추모객들은 “안녕히 가세요”를 외쳤고, “노무현”을 연호하기도 했다. 유해가 화장로로 들어가기 전 유족들은 분향소에서 예를 올렸다.

예를 올린 유족들은 분향실로 모여 화장로에 입관될 고인의 관을 마지막으로 지켜보며 눈물을 쏟아냈다. 용주사 정호스님 등 100여명의 스님들이 다비의식을 진행하는 가운데 관은 오후 6시31분 8번 화로에 입관돼 화장이 시작됐다. 밖에서 전광판을 통해 이를 지켜보던 추모객들은 안타까운 탄식과 함께 흐느끼면서 주위는 순식간에 울음바다가 됐다. 화장이 진행되는 동안 불교·개신교·천주교·원불교 순으로 종교의식을 치러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애도했다.

노 전 대통령의 유해는 1000도에서 약 1시간40분 화장이 진행됐으며, 냉각과 유골을 모으는 수골, 분골 과정을 거쳐 한줌의 재가 돼 향나무 유골함에 모셔져 8시30분쯤 유족에게 인계됐다. 유족은 당초 통상적인 화장과 달리 분골을 하지 않기로 했으나 이날 분골을 택했다.

이에 앞서 경부고속도로 수원IC 입구부터 늘어선 1만여명의 시민들과 차량들은 화장장으로 가는 운구차량을 향해 묵념을 올리기도 했다. 수원나들목에서 연화장까지 약 6㎞의 도로 양옆은 노란 풍선과 리본으로 가득 메워졌다. 도로 곳곳에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우리의 영원한 대통령 노무현’ ‘사랑해요 당신을 기억합니다’ 등의 추모 현수막 수백여개도 내걸렸다.

연화장에는 이날 아침부터 추모객이 몰려들었다. 오후 2시쯤에는 연화장 주변이 발디딜 틈도 없이 추모객으로 가득찼다. 오후 3시가 넘어서면서 수업을 마친 학생들까지 몰리며 일부 추모객은 인근 야산으로 올라가기도 했다. 화장장 입구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추모객들이 1㎞가량 줄을 지어 분향했다. 아내와 함께 분향을 한 김병석씨(49·수원시 인계동)는 “마지막 가시는 길을 함께 하고 싶었다”며 “마침 수원에서 화장을 하신다고 해 직장에 휴가를 내고 오전 10시쯤 아내와 함께 왔다”고 말했다. 박희찬씨(60·인천시)는 “국민들의 소리를 잘 들어주었던 서민 대통령님이 돌아가시고 온 국민이 추모하는 만큼 현 정부는 이 의미를 잘 새기고, 국민들의 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태극기와 흰 천에 싸인 노 전 대통령의 유골함은 8시55분쯤 아들 건호씨의 품에 안겨 추모객들의 애도 속에 다시 봉하마을로 향했다. 추모객들은 유골함을 보자 오열했고, 곳곳에서 촛불이 밝혀졌다.

유골함은 자정을 넘겨 봉하마을 정토원에 도착했다. 발인제 후 상경, 영결식·노제·화장을 거쳐 800여㎞에 이르는 긴 여정을 마친 귀향이다. 정토원 진입로와 법당 주변에는 추모객들이 재가 되어 돌아온 노 전 대통령을 맞았다. 유골함이 정토원 뜰에 도착하자 유족들은 반혼제(返魂薺·고인의 혼을 집으로 모시는 의식)를 올렸다. 유골함은 노 전 대통령의 부모와 장인의 위패가 모셔진 법당(수광전)에 안치됐고, 49재의 첫번째 제사가 치러졌다. 안장식은 49재가 끝난 뒤 사저 인근 장지에서 거행될 예정이다.

봉하마을에는 이날도 하루종일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졌고, 공식분향소는 임시분향소로 전환돼 당분간 추모객을 맞이하게 된다.

 
 
 

노무현 前 대통령

둘리 2009. 6. 2. 21:07

[안도현 시인 조시]당신한테 고맙고 미안해서

일어나요, 당신이 일어나야 한반도가 일어나요


고마워요 미안해요 일어나요

―고 노무현 대통령 영전에 바침


뛰어내렸어요, 당신은 무거운 권위주의 의자에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으로

뛰어내렸어요, 당신은 끝도 없는 지역주의 고압선 철탑에서

버티다가 눈물이 되어 버티다가

뛰어내렸어요, 당신은 편 가르고 삿대질하는 냉전주의 창끝에서

깃발로 펄럭이다 찢겨진, 그리하여 끝내 허공으로 남은 사람

고마워요, 노무현

아무런 호칭 없이 노무현이라고 불러도

우리가 바보라고 불러도 기꺼이 바보가 되어줘서 고마워요

아, 그러다가 거꾸로 달리는 미친 민주주의 기관차에서

당신은 뛰어내렸어요, 뛰어내려 으깨진 붉은 꽃잎이 되었어요

꽃잎을 두 손으로 받아주지 못해 미안해요

꽃잎을 두 팔뚝으로 받쳐주지 못해 미안해요

꽃잎을 두 가슴으로 안아주지 못해 미안해요

저 하이에나들이 밤낮으로 물어뜯은 게

한 장의 꽃잎이었다니요!

저 가증스런 낯짝의 거짓 앞에서 슬프다고 말하지 않을래요

저 뻔뻔한 주둥이의 위선 앞에서 억울하다고 땅을 치지 않을래요

저 무자비한 권좌의 폭력의 주먹의 불의 앞에서 소리쳐 울지 않을래요

아아, 부디 편히 가시라는 말, 지금은 하지 않을래요

당신한테 고맙고 미안해서 이 나라 오월의 초록은 저리 푸르잖아요

아무도 당신을 미워하지 않잖아요

아무도 당신을 때리지 않잖아요

당신이 이겼어요, 당신이 마지막 승리자가 되었어요

살아남은 우리는 당신한테 졌어요, 애초부터 이길 수 없었어요

그러니 이제 일어나요, 당신

부서진 뼈를 붙이고 맞추어 당신이 일어나야

우리가 흐트러진 대열을 가다듬고 일어나요

끊어진 핏줄을 한 가닥씩 이어 당신이 일어나야

우리가 꾹꾹 눌러둔 분노를 붙잡고 일어나요

피멍든 살을 쓰다듬으며 당신이 일어나야

우리가 슬픔을 내던지고 두둥실 일어나요

당신이 일어나야 산하가 꿈틀거려요

당신이 일어나야 동해가 출렁거려요

당신이 일어나야 한반도가 일어나요

고마워요, 미안해요, 일어나요,

아아, 노무현 당신!

안도현

* 안도현 시인이 29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에서 낭독한 조시입니다.

 
 
 

노무현 前 대통령

둘리 2009. 6. 2. 2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