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집

펜보이 2007. 8. 7. 11:54
 

  신기루 蜃氣樓

 

  한 무리의 낙타대상이 사막을 가로질러 먼 서역으로 물건을 팔러가고 있었다. 햇살이 머리 위로 사정없이 쏟아지는 사막은 그야말로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죽음의 땅이었다. 가도 가도 자갈밭과 모래 언덕 뿐인 사막여행은 언제나 목숨을 건 일이었다.

  그날따라 유난히 무더웠다. 낙타대상 일행은 기진맥진해 쓰러질 지경이었다. 겨우 한낮을 지나고 있었다. 저녁때가 되어서야 오아시스에 이를 수 있을 뿐, 땡볕을 피할 곳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 때였다. 천상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꼬마마술사는 지친 낙타대상을 골탕 먹이자는 엉뚱한 생각을 짜냈다. 이제 막 마술을 배우기 시작한 꼬마 마술사는 자신의 실력을 시험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꼬마 마술사는 낙타대상의 앞길 저만치 푸른 숲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정자를 지었다. 실제로는 손에 잡히지 않는 허공에 뜬 그림이었다.

  오아시스가 나타나기만을 고대하던 낙타대상들은 갑자기 나타난 정자를 보고는 환호성을 질렀다. 정말 꿈같은 정경이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낙타대상은 남은 힘을 다해 숲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정자가 있는 방향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런데 웬일인지 가도 가도 정자에 도착할 수가 없었다. 눈에 보이는 거리로 보아서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을 듯싶었으나  숲으로 둘러싸인 정자에 이를 수 없었다. 왜냐하면 꼬마 마술사가 숲으로 둘러싸인 정자를 자꾸만 뒤쪽을 옮겨놓고 있었던 까닭이다.

  낙타대상은 모두들 완전히 지치고 말았다. 사람은 물론 낙타도 더 이상 걸을 수 없는 형편이었다. 꼬마마술사는 자신의 마술에 낙타대상이 꼼짝없이 속아 넘어가는 것을 보면서 즐거워했다.

  하지만 꼬마마술사가 자신의 실력을 시험하느라 장난이 좀 지나쳤을망정 결코 나쁜 일만 한 것은 아니었다. 낙타대상들이 쉬어갈 수 있는 오아시스로 안내했기 때문이다. 숲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정자를 옮겨놓을 때마다 사실은, 낙타대상들이 한 번도 가 본 일이 없는 새로운 오아시스에 가까워지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허공에 뜬 그림을 좇아왔던 낙타대상들의 눈앞에서 숲으로 둘러싸인 정자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대신에 이제까지 본 일이 없는 푸른 숲과 맑은 물이 흐르는 새로운 오아시스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낙타대상들은 그 광경에 모두들 넋을 잃고 말았다. 낙타들은 숲에서 풍겨오는 향긋하고 시원한 바람에 코를 벌렁거리며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