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집

펜보이 2007. 8. 11. 09:49
 


  빙산 氷山

 

  아주 먼 남쪽 따뜻한 나라에서 사는 요술쟁이 원숭이가 구름을 타고 추운 북쪽 얼음 나라로 여행을 갔다. 얼음 나라에 도착한 요술쟁이 원숭이는 그저 눈과 얼음뿐인 세상을 보면서 몹시 놀랐다. 요술쟁이 원숭이는 가고 싶은 곳이면 어디든지 구름을 타고 쉽게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얼음 나라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요술쟁이 원숭이는 난생 처음 보는 눈과 얼음을 보고는 신이 나서 뛰어다녔다. 눈 위에 자신의 발자국이 찍히는 것도 신기한 일이었다. 눈과 얼음에 정신이 팔려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는 사이에 어디선가 하얀 곰과 사슴, 늑대, 여우 따위의 짐승들이 요술쟁이 원숭이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요술쟁이 원숭이는 더욱 신이 나서 온갖 재주를 다 부렸다. 짐승들은 난생 처음 보는 요술쟁이 원숭이의 재주를 보며 감탄하고 박수를 쳤다. 그렇게 얼마나 놀았을까. 요술쟁이 원숭이는 재주를 부리다가 제풀에 지쳐 쓰러졌다. 그러자 짐승들은 요술쟁이 원숭이를 혼자 두고 모두 떠나버렸다.

  한참 동안 쓰러져 있던 요술쟁이 원숭이는 힘을 되찾았다. 요술쟁이 원숭이는 문득 남쪽나라로 돌아갈 때는 얼음을 타고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술쟁이 원숭이는 구름 대신 시원한 얼음을 타고 하늘을 날아가는 상상을 하니 저절로 신이 나고 웃음이 나왔다. 얼음을 타고 가서 친구들에게 자랑할 심산이었던 것이다.

  요술쟁이 원숭이는 곧바로 얼음을 쪼갰다. 그리고는 하늘로 들어올렸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얼음 조각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요술을 걸어도 소용없었다. 이제껏 한 번도 실수를 한 적이 없는 요술쟁이 원숭이는 슬며시 화가 났다. 그 때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꿈적도 하지 않던 얼음 조각이 갑자기 바다로 두둥실 떠내려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요술쟁이 원숭이는 얼음 위에 올라탔다. 구름만 타고 다니던 요술쟁이 원숭이에게는 뜻밖의 일이었다. 구름을 타고 다니는 것과는 또 다른 기분이었다. 두둥실 물위를 떠가는 얼음 조각은 요술쟁이 원숭이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기분이 좋아진 요술쟁이 원숭이는 흥이 겨운 나머지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요술쟁이 원숭이의 흥겨운 콧노래는 바다 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불러 모았다. 이제까지 들어본 일이 없는 요술쟁이의 콧노래소리에 취한 물고기들은 긴 행렬을 이루며 남쪽으로 떠내려가는 얼음 조각을 뒤따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