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이야기

펜보이 2008. 4. 16. 21:22
 


중국은 하이엔드 시장의 ‘엘도라도’

 

신항섭(미술평론가)


중국을 드나들기 시작한 지 어느덧 10여년이 되었다. 1970-80년대 한국의 경우보다도 더 빠른 경제적인 압축 성장을 중국에서 실감하고 있다. 그야말로 1년이면 대도시의 지형이 바뀔 정도로 눈부신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중국의 저력은 놀랄 정도를 넘어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거대한 대륙과 전 세계 인구의 20%에 달하는 초대형 국가가 용틀임을 시작하더니 전 지구를 들썩이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글로벌 기업의 생산기지로서 그야말로 세계의 공장이다. 중국이 수출을 중단하면 전 세계가 물가고에 신음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시작된 중국의 수출경제는 전 세계 동네 시장까지 좌지우지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다. 중국의 경제적인 영향력이 세계 구석구석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가 된 것이다.

필자도 미술과 관련된 일들로 중국을 드나드는 일이 점차 잦아지고 있다. 그만큼 중국 미술시장이 커지고, 또 작가들의 창작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교류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 미술시장에서 중국작가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상 이상으로 커지고 있는 사실도 이제는 결코 놀랄 일이 아니다. 미술품 거래량에서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작가들 중에서 중국현대작가의 이름을 찾아내는 것은 힘든 일이 아니다. 중국의 성장과 더불어 잠재적인 미술시장에 대한 기대는 꿈이 아닌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중국에서 거래되고 있는 미술품의 액수는 천문학적인 숫자로 치솟고 있다. 최근 한국미술시장도 경매를 중심으로 일시적으로나마 활성화되는 상황이었다고는 하지만 그 전체 거래량이 3000천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에 비해 중국 미술시장은 최소한 그 열 배는 된다고 추정하고 있다. 북경올림픽 이후를 생각하면 시장 규모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중국 작가들이 누리는 경제적인 부는 우리의 상상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적지 않은 작가들이 교외에 화실을 신축하고 외제차를 타는 일은 이제 예사로운 일이 되었다. 일부 스타급 중국작가들은 단기간 내에 부를 축적하여 카페나 레스토랑, 그리고 화랑을 운영하는 등 재벌의 길로 뛰어들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꿈만 같은 일이었으나 중국의 눈부신 경제성장 및 잠재적인 시장성이 이를 현실로 바꾸어 놓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면서 화가들이 점차 문화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현상 또한 우연은 아니다. 화가들은 중국사회에서 지식인층의 일부로서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소수의 그룹에 속한다. 무엇보다도 개방 이후 작가들은 다양한 형태의 서구문화와의 접촉을 통해 현대적인 문화예술에 대한 소양을 비교적 빨리 갖춘 그룹에 속한다. 더구나 미술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재산을 축적함으로써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갖추게 된 것이다.

필자가 아는 화가들 중 대다수는 외국여행 경험이 많고 또한 서구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들은 스케치 여행이나 전시회를 계기로 서구문화와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문화예술이 현대 문화인의 필수항목이라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따라서 경제적인 여유는 문화생활에 대한 관심의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서구 전통음악, 즉 클래식 시장이 퇴조하고 있는 데 반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시장은 오히려 성장일로에 있다. 물론 전체적인 음악시장에서 클래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높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서구에 비하면 아주 좋은 여건이다.

중국정부는 미술을 비롯해 서구문화예술에 관심을 쏟으면서 글로벌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 중국공영 티브이에 클래식 전용 채널이 있다는 것은 상징적인 예에 지나지 않는지 모른다. 음양으로 클래식시장의 성장을 돕고 있기 때문이다. 요요마를 비롯해 랑랑, 윤디 리, 초량 린과 같은 중국계 연주자들이 세계음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도 클래식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요인이다. 미술의 경우만 하더라도 북경에는 이미 여러 곳에 화랑 구역을 지정해 음양으로 정책적인 도움을 주면서 중국미술의 급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단순히 중국문화를 알린다는 차원을 넘어 중국미술의 글로벌화를 통해 세계미술시장을 장악한다는 원대한 꿈을 착착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 당국의 정책적인 뒷받침으로 크게 고무된 중국 미술가들이 세계미술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놀랍기만 하다. 정말 단숨에 세계미술시장의 선두그룹을 형성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닌 것이다. 중국 화가들과 교류하면서 집이나 화실을 방문할 기회가 많아 그들의 문화생활에 대한 관심과 욕구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었다. 이들 중국미술가들은 서구문화를 직접 받아들이면서 국제적인 감각을 키워가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화가들의 화실이나 아파트에서 이미 오디오기기를 설치하고 음악을 생활화하고 있다는 데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중국화가들의 오디오생활은 이제 시작단계라고 할 수 있는데, 10년 전 처음으로 중국에 갔을 때 이미 소형 오디오기기를 가지고 있는 화가들이 적지 않았다. 주로 시디를 들을 수 있는 간편한 시스템이 대다수를 차지했지만, 음악을 생활화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개방이 오래지 않은 상황에서, 더구나 당시만 해도 생활에 여유가 없는 상황인데도  오디오 기기를 가지고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있다는 것은 문화생활에 대한 욕구가 얼마나 강렬한 것인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다.

중화가들의 오디오 시스템은 대체로 소박하고 간결하다. 일본의 중저가 오디오가 대다수를 차지했으나, 미국이나 영국 등의 세월이 좀 지난 소형 오디오도 보였다. 유명한 노화가의 화실에는 아큐페이즈 인티를 비롯해 데논 시디플레이어 그리고 이탈리아의 차리오 스피커를 연결해 듣고 있었는데, 의외로 소리가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지방에 사는 한 노화가의 집에는 일본의 시스템 컴포넌트에다 피셔 스피커를 연결해 듣고 있었는데, 좌우가 바뀐 채 연결되어 있었다. 스피커 선을 바꾸어 연결해 주고 오케스트라의 경우 좌우가 구별된다고 설명해주었지만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지난 해 말 심양에 가서 노신미술학원 교수 및 전업화가들의 화실과 아파트를 여러 곳 방문했다. 현지 화가들 대다수가 화실 및 아파트에 오디오 기기를 가지고 있었다. 같은 사회주의를 경험한 러시아 화가들과 비교해 보더라도 오디오를 소유한 작가들의 숫자가 훨씬 많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었다. 러시아의 경우 클래식 음악이 대중화되고 있기에 오디오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가 아니라, 경제적인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화가들도 화실이나 아파트에 오디오시스템을 갖추어 놓은 경우가 적지 않으나, 중국 화가들의 관심 및 취향은 상상 이상이었다.

심양의 화가들 오디오 시스템은 스피커의 경우 프로용인 대형기 일색이었다. 여러 명의 화가들이 JBL과 알텍의 극장용 스피커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소스 및 앰프 시스템은 소니를 비롯해 온쿄, 마란츠, 데논, 파이오니아 등 일제의 중급기 정도가 일반적이었다. 그런가 하면 어느 작가는 알텍 5에다 프로용인 크라운 파워를 연결해 듣고 있기도 했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구라파 및 미국의 유명 오디오 기기는 구경할 수 없었다.

그러고 보면 중국의 오디오는 아직 초보적인 단계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른다. 실제로 대도시를 가보더라도 세계 유명 오디오 기기를 판매하는 곳을 좀처럼 찾아 볼 수 없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 시작단계일 수 있다. 북경에 갈 때마다 조양구 리양마로 근처에 있는 중고오디오시장에 자주 놀러가고는 했다. (그곳 중고오디오시장은 현재 재개발에 밀려 어디론가 종적을 감추고 말았다.) 그 중고시장에 나와 있는 오디오 기기란 대체로 일본 중저가 기기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스피커는 B&W, 소너스파베르, 차리오, 스펜더, 로저스, JBL 등의 소형기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오디오리서치를 비롯한 피셔 등 오래 된 모델의 진공관 앰프들도 더러 볼 수 있었다. 비싼 고급기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백화점을 가더라도 메이저 오디오 메이커의 스피커를 중심으로 하는 홈시어터 시스템 중심이다. 아직 본격적인 하이엔드 오디오시스템이 보급되기에는 여러 가지 여건이 미흡하다. 무엇보다도 소스의 보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클래식 음악의 경우 국내 라이센스 시디는 극히 숫자가 적을 뿐더러 다양하지 못하다. 수입 시디의 경우에도 취급하는 점포가 극히 적어 클래식 위주로 오디오를 꾸미기에는 기본적인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면서 점차 고급 오디오가 아파트의 거실을 차지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중국은 소비사회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돈은 많은 데 쓸데가 많지 않은 것이다. 오랜 동안 인구 억제정책을 시행, 한족의 경우 ‘한 가정 한 자식’을 넘지 않는다. 따라서 자식 교육에 아무리 돈을 많이 쓴다고 해도 여유가 있다. 돈을 쓰고 싶어도 쓸 데가 마땅치 않은 것이다. 그러기에 하이엔드 오디오가 일단 부유층에서 유행하기 시작하면 엄청난 수요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을 주도하는 그룹이 다름 아닌 화가들이다. 중국 화가들은 대다수가 화랑이나 경매 이외에도 화실에서 직접 그림을 팔기 때문에 돈 많은 사람들이 화실을 방문하여 자연스럽게 오디오를 접하고 있다. 이들이 문화생활을 즐기는 화가들을 따라서 오디오기기에 관심을 갖는 것은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오디오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미 세계 중저가 오디오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중국 오디오산업에 대한 관심 및 투자를 짐작케 한다. 오디오 기기 및 음악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지 못하기에 세계 시장을 장악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 시간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를 수도 있다. 세계 유명 오디오 업체들이 OEM 방식으로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기에 음악에 대한 이해를 떠나 일단 기기 생산기술면에서 선진 제품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도 있기에 그렇다.

4-5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 오디오기기는 소리는 제쳐두고라도 디자인에서 촌스럽다는 평가였으나 요즈음 신제품을 보면 간단히 후발주자라고 평가할 수 없을 정도까지 이르고 있다. 소리도 가격에 합당할 만큼 충실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역시 서구 유명 메이커의 생산기술을 습득한 결과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중국 오디오 제품이 중국내 하이엔드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디오는 단순히 기계적인 설계기술 및 제작기술만의 문제가 아닌 까닭이다. 역시 오디오 엔지니어들의 음악 및 소리에 대한 이해가 체질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 단적으로 말해 이른 바 ‘음악성’을 담지 않고서는 하이엔드가 될 수 없는 까닭이다.

어쩌면 경제적인 침체로 인해 불황의 늪에 빠져 있는 한국 오디오 업계로서는 중국이야말로 엘도라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을 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동질성, 그리고 최근의 한류 영향 등을 잘 마케팅에 도입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아직 중국 오디오 매니아들의 세계 유명메이커들의 하이엔드 제품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않기에 한국 오디오로서도 크게 불리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디자인이다. 따라서 중국인의 미적 감수성에 호응하는 디자인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더불어 오디오 전문지에 대한 적극적이 마케팅이 뒤따르면 한국 오디오가 중국 하이엔드 시장에서 한 몫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신항섭)         






선생님,내일은 북경으로 미술관순례 떠나봅니다. 북경에서만사흘 .798거리와 유명 미술관몇곳과 유명미술학원도 가는코스입니다. 선생님글 다시 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