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이야기

펜보이 2009. 10. 3. 17:20

“콘트라베이스 3”와 “사라지다”의 유혹

 

신항섭(미술평론가)

 

오디오로 음악을 듣기 시작한지 40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돌이켜보면 아득한 일이지만 음악을 찾아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귀동냥하는 즐거움은 참으로 각별한 것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시골에서 고전음악을 접할 수 있었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처음에는 신기하다는 기분이었으나 차츰 귀가 열리기 시작하면서 고전음악이 내뿜는 소리의 광휘에 완전히 매료당하고 말았다. 그 이후 음악이 없는 생활이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었다. 음악을 듣는다는 행위가 일상화되면서 자연히 오디오에 빠져들게 되었다. 동일한 레코드인데도 오디오 기기에 따라 다른 감동으로 들린다는 게 신기했다. 그런 신기함에 빠져 이곳저곳 새로운 오디오 소리를 찾아다니는 소리여행은 흥미진진한 일이었다. 비록 내 소유의 오디오는 아닐지언정 새로운 소리를 들려주는 오디오와 만나고 오는 날은 행복했다. 스테레오가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음악은 그야말로 천상의 소리였다. 그러면서 나만의 오디오시스템을 갖출 수 있는 날을 꿈꾸었다. 내 소유의 오디오시스템을 갖추기 이전까지 그런 일이 계속됐다.

내 시스템에 만족하든 못하든 다른 시스템의 소리를 찾아 귀동냥하는 것을 즐기는 일은 진정한 오디오마니아의 속성이다. 내가 아무리 훌륭하고 고가의 시스템을 소유하고 있을지라도 내 것과 다른 시스템의 소리를 궁금해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른 기기의 소리에 흥미가 없다면 그것은 음악애호가일 뿐, 오디오마니아는 아니다. 오디오마니아는 음악에 취하든, 소리를 탐하든 새로운 기기가 만들어내는 소리를 열망하게 된다. 그러기에 진정한 오디오마니아가 만족할 수 있는 시스템 및 소리는 영원히 존재할 수 없다. 그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새로운 소리에 대한 욕구를 잠재울 수 없다.

오디오 기술이 진보하는 한 음질은 향상될 것이고 그에 따른 새로운 소리는 끊임없이 유혹할 것이다. 오디오마니아로서는 그러한 소리의 진보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 소리의 쾌락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가는 데까지 가보는 것이다. 물론 새로운 소리를 탐닉하는 데는 적지 않은 경제적인 비용이 소요하게 되고, 그에 따른 정신적인 고통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럼에도 소리의 탐닉을 멈출 수 없다. 음악과 오디오 소리는 별개의 것이 아니다. 오디오 소리를 탐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음악을 보다 더 아름답고 또 생생한 이미지로 듣기 위해서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음악과 소리와 연결된 심미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최근 내 음악적인 환상, 또는 오디오적인 환상은 <올 사운드포럼 시스템>을 갖추는 데 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콘트라베이스3’가 들려주는 궁극의 소리를 일상적으로 듣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는 가능한 영역 밖의 일이어서 단지 이상이고 환상일지언정 그래도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실, 개인적으로 요즈음 한동안은 새로운 취미생활과 집안 사정으로 음악 듣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따라서 오디오에 대한 열정도 덩달아 식은 상태이다.

하지만 손이 닿지 않는 곳을 향하는 오디오의 열망은 꺼진 것은 아니다. 단지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아닐 뿐 재속에 숨겨진 불씨는 불잉걸 같은 꿈을 지필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올 초 ‘토포하우스’에서 듣던 ‘콘트라베이스3’와 ‘사라지다’ 프리 파워앰프 조합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어쩌면 오디오가 재생음악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넘어서는, 가히 오디오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재생음악의 한계를 넘어 실연에 육박하는 오디오시스템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현대기술이 적용된 하이엔드오디오시스템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모두가 ‘마치 실제의 연주를 듣는 기분’이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오디오마니아들의 감상평에는 나름대로 자신이 추구하는 오디오재생음악의 성향이 있기에 조금씩 다른 견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디오 재생음악에 대한 지식이나 선입관이 없는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실제의 연주를 듣는 기분’이라는 표현의 정직성을 의심할 수 없다. 실제가 그랬다. 적지 않은 하이엔드오디오시스템을 귀동냥한 나에게도 실제의 연주를 방불케 하는 사실적인 공간감 및 소리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솔직히 말해 그때 이후 집에서 음악을 듣는 일이 시시해졌다. 나름대로 이제는 더 이상 욕심내지 않아도 될 소리를 만들었다고 자부하고 있던 터에 만난 ‘콘트라베이스3’의 소리는 또 다른 차원의 오디오 재생음악이 있음을 일깨워주었다. 오디오의 진보라기보다는 오디오의 혁명이라는 표현이 적절한지 모른다. 물론 나의 경우 이미 다이아몬드 트위터를 사용하고 있기에 그 확산감이 어떤 식의 무대를 만드는지 체험한 바 있어 그리 놀랄 일은 아닌지 모른다. 그럼에도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은 내 시스템을 난장이로 만드는, 훨씬 더 넓고 높고 깊은 공간장악력과 더불어 실제 연주에 버금하는 사실성 때문이다. 물론 시스템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는 점이 관건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극명한 사실성은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두말할 필요 없이 50mm 구경의 미드 트위터의 존재가 극명한 사실적인 표현을 주도하는 것이리라. 무엇보다도 중고역의 재생음을 지원하는 미드 트위터의 존재감은 아주 명료하다. 자체공진이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 다이아몬드 미드 트위터가 중고역을 담당함으로써 음악적인 이미지 및 스피드가 최상이라고 할 수 있다. 공진 없는 중고역의 소리가 바로 광채와 같은 눈부신 음악적인 쾌감을 만들어내는 요인인 셈이다.

공간적인 제약을 벗어난 ‘콘트라베이스3’는 한마디로 거인과 같은 존재로 다가왔다. 넓고 깊고 높은 공간이 ‘콘트라베이스3’를 거인의 존재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아주 섬세하면서도 예리하고 명석한 존재로서의 ‘콘트라베이스3’는 또 다른 오디오 지향점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 새로운 지향점은 현실적으로 얼마나 아득한가. 설령 손을 뻗쳐 닿는다고 할지라도, ‘콘트라베이스3’의 성능을 완전히 끌어내기 위해서는 단지 소유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거인의 존재가 마음껏 활개칠 수 있는 공간이 선결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조건은 더욱 아득하기만 할 뿐......

지난 3월 서울 인사동에 있는 갤러리 ‘토포하우스’에서는 <음악과 오디오의 유쾌한 동거>라는 제목의 미술전시회가 열렸다. 그 전시장 안에는 ‘사운드포럼’의 최신 오디오시스템이 갖추어져 전시기간 내내 오디오 시연이 있었다. 4.8m에 달하는 천장높이와 8.2mx14.75m의 직사각형의 대형 전시장에 설치된 오디오는 다이아몬드 20mm 트위터와 50mm 미드트위터 그리고 세라믹 미드 및 우퍼를 채용한 4웨이6 스피커 시스템인 ‘콘트라베이스3’와 ‘사라지다’(‘콘트라베이스3’에 채용된 유닛은 다이아몬드와 세라믹으로 제조된 독일의 ‘아큐톤’사 제품이다) 프리 및 파워, 그리고 CD플레이어인 ‘CD-77'이 조합된 ‘사운드포럼’ 최신 시스템이었다. 또한 연결 케이블은 은과 금의 합금인 문도르프제였고, 파워케이블은 LAT제였다.

전시장으로서는 아주 훌륭한 조건을 갖추었으나, 음악실로서는 결코 매력적인 공간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벽면이 나무합판에 페인트칠을 한데다가 바닥은 나무마루여서 울림이 크고 산만한 조건이었다. 이를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해 바닥의 절반 면적 정도를 합성수지카펫을 깔았지만 여건은 여전히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흡음재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벽면에는 그림이 걸려 있었기에 미관상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튼 이러한 조건 속에서 시청이 이루어졌다. 물론 성인 키 만한 대형 스피커인 ‘콘트라베이스3’를 울리기 위해서는 좋은 조건이었다. 두 스피커 사이는 4m 정도, 뒷 벽면으로부터는 3m 정도였고, 토인의 상태에서 최적의 청취위치는 스피커로부터 3.5m 거리 중심에 좌우 1m 정도가 됐다. 이 시스템의 기기들은 모두가 포장 오픈 상태였다. 다시 말해 에이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연을 시작했다. 처음 소리가 울렸을 때 예상했던 대로 신제품 특유의 메마른 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그럼에도 그때까지 들어본 일 없는 청명한 겨울 아침 같은 차고 상쾌한 소리가 단박에 귀를 사로잡았다.

‘콘트라베이스3’의 소리는 이미 ‘사운드포럼’과 마산의 애호가 음악실에서 들어본 경험이 있어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확 트인 넓은 공간에서 듣는 ‘콘트라베이스3’의 소리는 전혀 다른 인상으로 다가왔다. 거침없이 쭉 뻗어나가는 다이아몬드 트위터의 고음역은 높은 청장이 좁다싶을 정도로 놀라운 확산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 정도의 공간 장악력은 오디오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했다고 해도 좋을 만큼 실연에 버금하는 것이었다.

눈을 감은 채 음악을 좇아가면 전시장에 설치된 오디오 재생음악을 듣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스피커 선상에서 뒤쪽으로 펼쳐지는 음악적인 공간은 그 어떤 하이엔드시스템도 대적이 되지 않을 만큼 넓고 깊고 높다. 특히 천장을 의식하지 못할 만큼, 아니 천장의 존재를 무시하는 듯싶은 소리의 확산력은 오직 다이아몬드 트위터 및 미드트위터만의 표현영역이다. 5m에 달하는 천장을 사라지게 만드는 확산력은 기존의 스피커에서는 도저히 흉낼 수 없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뒤쪽으로 빠지는 깊이는 몇 미터가 아니라, 아예 벽면을 존재를 느낄 수 없게 한다. 여기에다 역시 전시장의 한정된 공간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좌우의 공간적인 길이는 오직 다이아몬드 트위터 고유의 영역일 따름이다. 이처럼 전후좌우상하를 아우르는 ‘콘트라베이스3’의 공간적인 표현력은 극명한 사실성과 함께 오디오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과장된 문학적인 수사가 아니라 실제이고 현실이다.

이러한 공간적인 깊이와 관련해 ‘사운드포럼’에서 최근에 개발한 ‘사라지다’ 프리 파워앰프의 존재를 지나칠 수 없다. ‘사라지다’는 이미 완제품으로 판매하고 있으나 파워앰프는 개발을 끝내고 제품의 표준화에 필요한 부품을 테스트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예정대로 진행되면 2010년 중반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단 증폭부를 포함하여 전원부 등 3개의 대형 트랜스로 무장한 ‘사라지다’ 파워앰프는 채널당 정격출력 150W의 스테레오앰프인데, 최고의 반응속도를 지닌 다이아몬드 트위터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능력을 발휘했다. 시험기라고 하지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다른 모노럴 파워앰프와 교체해서 청취한 결과, 모든 면에서 ‘콘트라베이스3’와 최적의 매칭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단 해상력을 비롯하여 구동력, 스피드, 임장감, 다이내믹스 등 현대의 하이엔드 앰프에 요구되는 모든 조건을 충족시킨다. 무엇보다도 초고역에서 보여주는 극미한 해상력과 음악신호에 대한 빠른 반응속도는 오디오적인 쾌감을 만끽할 수 있게 해준다. ‘사라지다’ 프리 파워앰프는 음악신호를 왜곡하지 않기에 사실적인 표현이 뛰어나다. 따라서 앰프 고유의 어떤 특이한 음색을 가지고 있지 않은 담백하면서도 깨끗한 배경처리가 인상적이다. 해상력에서는 암소음까지도 명백히 드러낼 만큼 선명하다. 음악에 따라서는, 아니 녹음에 따라서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섬세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소스가 가지고 있는 정보량을 최대한 끄집어내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무색무취이다. 자기의 존재감을 드러내기보다는 소스가 가지고 있는 음악적인 표현을 가장 정확하고 명료하게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된 앰프인 것이다. 이처럼 놀라운 표현력에는 ‘사운드포럼’의 시디플레이어 ‘CD-77’도 한몫했음은 물론이다. 조금씩 진화를 거듭하면서 ‘콘트라베이스3’를 울리는 소스기기로서 손색없는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고 보니 <올 사운드포럼 시스템>이 된 셈인데, 적어도 현시점에서 이와 같은 조합에 필적할만한 하이엔드 시스템이 또 있을까 싶으리만치 독보적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음악을 듣는 관점이나 취향이 저마다 다르기에 <올 사운드포럼 시스템>이 들려주는 소리를 가차 없이 폄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 하이엔드오디오가 지향하는 맑고 깨끗한 사실적인 표현과 더불어 실제의 콘서트홀에서 듣는 듯싶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적인 표현에서는 가히 최상의 경지에 올라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부 오디오마니아 가운데는 하이엔드 소리는 너무 차가워 음악적인 깊이를 결여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개인적인 시각의 문제이기에 그런 생각이 틀렸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실연에 가까운 재현음악을 추구하는 진정한 오디오마니아라면 ‘사운드포럼’이 도달한 하이엔드 세계를 결코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과학의 발달과 함께 진행되는 하이엔드 오디오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가를 명백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신항섭)

 

 

<지난 3월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열린 '음악과 오디오의 유쾌한 동거'전에 출품된 '사운드포럼' 최신 시스템. 앞의 대형 스피커가 '콘트라베이스3'. 오디오 장식장 맨 위가 시디플레이어'CD-77', 그 아래가 '사라지다' 프리앰프와 파워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