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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보이 2010. 7. 12. 20:46

 

                                                                                                                                                                                          이재효 작

 

이재효 이정웅 2인전

 

명민한 예술적인 감각으로 시대를 선도하는 중견작가

 

신항섭(미술평론가)

 

명민한 예술가는 시대를 선도한다. 시대를 따라가지 않고 시대의 흐름을 자기중심으로 바꾸어 놓는다. 다시 말해 작품을 통해 창조적인 영감으로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따라서 세상은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통해 새로운 문명에 대한 계시를 받는다. 그러나 세상을 선도하는 예술가의 존재는 쉽사리 드러나지 않는다. 예술의 본질을 간파하는 극히 소수의 밝은 눈을 가진 이들에 의해 명민한 예술가들의 존재가 밖으로 드러날 뿐이다. 그리고 세상은 이들의 존재를 뒤늦게 깨닫는다.

하지만 예술에 대한 금기나 선입관 그리고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운 현대는 타고난 예술가가 오래도록 묻혀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즉,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만큼 다양해졌고 또 투명해졌다. 다시 말해 눈 밝은 사람들이 많아져 세상을 선도하는 명민한 예술가의 존재를 모른 채 지나치는 일은 거의 없다. 어쩌면 현대는 눈 밝은 사람들이 천재적인 예술가들의 출현을 독려하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눈 밝은 사람들이 많아진 덕분에 야망을 가진 젊은 예술가들은 보다 참신하고 예민한 창의적인 날개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지 모른다.

 

           이정웅 작 

 

이번 비컨갤러리에서 초대한 이재효, 이정웅은 이 시대를 선도하는 소수의 예술가 그룹에 속하는 작가들이다. 이들 작품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으며 국제적인 미술시장에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작품적인 가치에 대한 높은 평가와 더불어 미술시장의 뜨거운 반응이야말로 이들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들은 저마다 놀랄만한 창의적인 발상으로 이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조형세계를 전개, 현대미술의 지평을 확장하고 있다는 평가이다. 이들은 입체적인 조형과 평면회화라는 서로 다른 장르에서 각자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지만, 둘 다 비교대상이 얼른 떠오르지 않을 만큼 독특한 조형미로 감상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마디로 이들은 새로운 조형적인 개념을 제시, 이 시대가 요구하는 미감에 응답하고 있다. 비록 입체와 평면이지만 간결하고 깨끗하며 완성도가 높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이는 어쩌면 현대미술의 일반적인 특징인지 모른다. 실제로 미술시장에서 각광받는 작가들의 작품은 공교롭게도 대체로 이러한 특징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은 아마도 디자인적인 효과를 선호하는 경향에 따른 현대인의 미적인 취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높은 심미가치보다는 시각적인 이미지에 치중하는 결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대미술이 시각적인 이미지에 치우치고 있다고 해서 예술적인 가치가 낮다는 뜻은 아니다. 미술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른 옷으로 갈아입기 마련이다. 현대인의 미적 감각 또는 취향이 이와 같은 조형적인 특징을 부추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작가 자신이 현대인의 일원이기에 이와 같은 조형적인 특징은 자발적인 반응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이들의 작품을 포함하여 이와 같은 경향의 작품은 미술시장에서 인기가 높을뿐더러 실제의 주거공간과도 잘 어울린다. 이들의 작품이 현대적인 주거공간에 놓였을 때 세련된 조형감각은 더욱 선명히 빛을 발한다. 달리 표현하면 자체발광이라는 존재방식으로 스스로의 작품적인 가치를 정당화시킨다. 이들의 작품을 선호하는 이유가 단순히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를 떠나 현대적인 조형미를 함축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재효의 입체작품은 자연미를 존중하는데서 출발해서 작품으로서의 실용적인 가치를 찾아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소조를 바탕으로 하는 전통적인 조각은 순수조형을 통한 예술적인 이상을 구현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반면에 현대조각은 순수조형보다는 표현적인 아이디어에 치중하는 상황이다. 그의 경우도 현대조각의 전형적인 표현방법론을 따른다. 즉 창의적인 발상으로 이전의 조형개념과는 다른 시각의 새로운 조형적인 질서를 찾아냈다. 특히 나무를 집적하여 입체적인 형태로 자르고 깎아서 만드는 일련의 나무작업과, 건축물에서 추출된 버려진 못을 나무에 박은 뒤 그 외연을 연마하여 집합의 미를 조성하는 작업은 전혀 새로운 조형적인 제안이다.

 

 

이 두 가지 형태의 작품은 재료만 다를 뿐 동일선상에서 출발한다. 구부러진 나무와 버려진 못은 그 형태가 유사하다. 나무작업은 하나의 덩어리를 상정, 크고 작은 나무를 집적하여 까치집처럼 얽는 구조에다 그 외연을 자르고 깎아내 구체 혹은 도넛과 같은 형태로 만든다. 또한 철로 만들어진 못을 이용하는 작업은 불에 태운 검은 나무판 위에 못을 박아 집적의 이미지를 만든 뒤 연마기로 갈아내는 형식이다. 서로 다른 재료를 이용하고 있지만 그 외연은 동일하다. 나무와 못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제작되는 작품은 점과 선의 이합집산 및 질서에 따른 시각적인 아름다움이 빼어나다. 구체라든가 도넛형태는 물론이려니와 연체동물과 같은 유연하고 부드러운 곡선, 그리고 풍부한 양감으로 시선을 매혹한다. 나무작업은 거칠고 두꺼운 껍질 안쪽에 존재하는 부드러운 속살 및 아름다운 목문이 점과 선의 형태로 드러남으로써 전혀 새로운 미적 감흥을 유도한다.

 

 

또한 구부러진 못을 이용하는 일련의 작품 역시 검게 태운 나무판 위에 박아 연마기로 갈아냄으로써 못의 속살, 즉 철의 순수태가 드러나는데, 그 빛나는 광채는 금속에서 느끼는 감정과는 전혀 다른 미적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못을 조밀하게 또는 성글게 박아 그 자신이 의도하는 문양에다 규칙적인 리듬과 질서를 부여함으로써 구불구불한 선과 점들에 의한 환상적인 이미지가 펼쳐진다. 이러한 이미지는 사유로써 이루어질 수 있는 조형세계가 아니다. 자연 속에서 혹은 생활 속에서 존재하는 오브제에 대한 관심 및 관찰 그리고 창조적인 영감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조형공간을 창출하는 것이다.

특히 소파와 탁자 따위를 연상케 하는, 고무풍선처럼 부풀려진 양감은 우아하면서도 풍부한 공간조형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준다. 단순한 조형작품으로서 뿐만 아니라 가구의 개념에 접근시킴으로써 현대인의 주거공간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그의 작품이 많은 애호가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이유를 알듯 싶다. 이처럼 실생활에 밀착된 조형감각으로 현대인의 미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기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정웅은 극사실적인 묘사력에서 뛰어난 감각을 발휘한다. 하지만 단순히 기술적인 우월성만으로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작가는 아니다. 사실적인 묘사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애써 입체감을 강조하려는 전통적인 묘사방식과는 달리, 그 자신의 눈을 전적으로 신뢰함으로써 일찍이 맑고 선명하면서도 순결한 느낌의 독자적인 화풍을 수립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한지에다 유채를 사용하는 ‘붓’ 연작을 시작하면서 현대미학의 중심부로 뛰어들게 된다. 감상자의 눈을 의심스럽게 만들 만큼 명료한 극사실적인 묘사력을 통해 물질의 질감까지 선명히 드러내준다. 따라서 현실과 일루전의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특히 붓털 하나하나까지 극세필로 그려내는 데는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다. 묘사된 이미지가 극도로 선명하면 투명하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이로써 알 수 있듯이 그는 스스로의 재능으로 사실적인 묘사력을 극한으로까지 밀어 올렸다.

 

 

하지만 그가 이룬 미학적인 성과 가운데 무엇보다도 동양정신을 투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한지에다 유채와 수묵을 병용하는가하면 문인화적인 격조를 성취하고 있는 것이다. 한지 위에 힘차게 자리하는 순수한 먹물이 만들어내는 추상적인 이미지와 극사실적인 붓의 형용은 일체가 된다. 수묵은 그 자체가 사실, 즉 실체이니 그 이미지만 추상일 뿐 수묵의 흔적 그 자체는 추상이 아니다. 그러고 보면 그의 작품에서 붓이나 붓의 운동 그 흔적으로서의 수묵의 표현은 사실이다. 이렇듯이 그의 작품은 사실성과 추상성이 공존한다. 뿐더러 흰 종이와 검은 수묵의 대립적인 관계는 지적인 성찰을 유도한다. 흑백의 극단적인 대비는 정신을 맑게 비워내는 정화의 기능을 발산하는 것이다.

 

 

동양의 회화는 정적인 가운데서 이루어지는 정신의 소요를 이상적으로 여긴다. 그의 경우는 정적인 분위기를 깨뜨리는 동적인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시각적인 긴장과 더불어 미망에서 깨어나 밝은 빛을 보는 듯싶은 활연한 기분을 유도한다. 일테면 각성의 효과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동양회화의 시각과는 또 다른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이 그는 동양과 서양의 미학을 하나로 통합하는 절묘한 조형어법을 구사한다. 한마디로 회화가 가지고 있는 동서양의 이분법적인 개념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장르, 그 정점에 서 있는 두 중견작가의 최근작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든 비컨갤러리의 기획력이 돋보이는 전시회이다.

 

<"이재효, 이정웅 초대전"은 7월6일부터 8월8일까지 서울 용산에 있는 비컨갤러리(02-567-1652)에서 열립니다>